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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로테이션의 옷 AKB 노래 이야기가 아니라... 헤비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마구 입을 수 있고, 관리도 쉽고, 조금 뜯어지거나 낡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옷들이다. 보통 이런 옷들은 등산복, 작업복, 운동복들에 많고 코튼과 울,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가 주류다. 낡음을 쌓아가며 입는 옷들이다. 문제는 그런 옷만 찾고, 또 우연히 그런 옷을 저렴하거나 싸게 파는 걸 보면 또 들여놓고 하다 보니 어느 새 헤비 로테이션이 가능한 옷들로만 옷장이 가득 찼다. 결국 헤비 로테를 위한 옷들을 헤비 로테를 할 수가 없게 된다. 하나를 계속 입기 위해 나머지를 방치할 수 없다. 몇 개 씩의 데님 재킷을 돌아가면서 입는 것 역시 의미가 별로 없다. 로테이션의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서 옷이 낡지를 않는다. 과욕이란 이런 불필.. 2019. 10. 21.
배타적인 옷, 폴로의 데님 스윙탑 가끔 세상에 대한 배타적인 기분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컨대 3일 후가 마감인데 생각나는 게 아무 것도 없거나, 들어올 돈이 안 들어와서 이 일을 이제 어쩌나... 하고 있거나, 오늘은 닥치고 일만 해야 한다는 날이거나, 2주 째 사람을 만나질 않아 말하려고 입을 움직이면 어색하거나 할 때 등등. 적대적인 건 아니다. 적대적까지 가려면 이 보다는 더 큰 일이어야 한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일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런 배타적인 기분을 드러내고 싶을 때 입고 싶은 옷이 있다.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등산복 종류가 그런 기운이 많기는 한데 그런 옷은 지나가다 보면 등산복이네 하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저 옷은 뭐지?가 딱 좋다. 그러므로 옷의 형태가 컬.. 2019. 10. 20.
과거의 계승, 코치 재킷 거의 모든 패션은 과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누군가 새로운 걸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미래주의 같은 건 이제 내놓을 게 많이 없어보이긴 한다. 미래가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예전에는 미래를 이야기하면 파코 라반, 피에르 가르댕의 번쩍거리는 기하학적 옷들이었지만 이제는 카니예 웨스트나 하이크 노스페이스 같은 데서 보이는 도피자들의 모습이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고향은 머물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리고 사막을 떠돌아 다니며 자외선을 피해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 사람들. 뭐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잠깐 했고 스트리트 패션의 경우 과거의 옷이란 스포츠 중계와 MV 같은 미디어의 그것이라는 게 예전과는 다르다. 물론 실물을 보고 쓰고 해보는 건 .. 2019. 10. 18.
퀼티드 재킷 이야기 퀼트, 즉 누빔이라는 건 아주 오래된 보온 방식이다. 누구나 추워지면 옷감 사이에 뭔가 넣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고대 이집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퀼티드 재킷이라는 건 얇은 나일론 다이아몬드 패턴에 합성 소재 보온재를 넣고 가장자리와 칼라가 코듀로이 같은 걸로 되어 있는 옷을 말한다. 이것은 라벤햄의 덴햄 재킷. 딱 이렇게 생겨서 장르가 독립된 건 그다지 역사가 오래 된 건 아니다. 아우터로서 이 옷의 애매한 용도 만큼이나 이 옷의 역사도 꽤 애매하다. 퀼티드 재킷은 허스키 재킷이라고도 부르는 데 이런 옷을 처음 내놓은 게 허스키라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 비행사로 복무하다가 1960년에 눈에 이상이 생겨서 전역을 하게 된 스티브 구이라스라는 분은 이제 먹.. 2019. 10. 17.
토트백 놓고 떠들기 드넓은 여성 가방의 세계에 비해 남성 가방의 세계는 여전히 꽤나 좁은 편이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갈 수록 상당히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는데 아주 캐주얼한 아웃도어 백팩과 아주 포멀한 가죽 브리프케이스 사이에 많은 카테고리의 가방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토트백이다. 토트백이란 커다란 본체가 있고 손잡이 끈이 두 개 정도 달려 있어서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이다. 어떤 제품은 손잡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절대 어깨에 걸 수는 없지만 대신 따로 크로스 스트랩을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손잡이 끈은 손잡이 끈대로 적당히 길어 어깨에 넣을 수 있고 스트랩도 달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다양해 보이고 경계선이 불분명해지지만 길.. 2019. 10. 13.
포터의 헤드 포터가 사라진다, 그리고 Ramidus 포터의 브랜드 중 하나인 헤드 포터가 사라진다. 사실 헤드 포터는 좀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긴 했다. 브랜드 스토리를 잠깐 검토해 보자면 우선 요시다 가방이 있다. 1935년에 런칭한 오래된 브랜드다. 이게 좀 늙어보이고 사무용이라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1998년에 조금 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자 만든 브랜드가 헤드 포터다. 그리고 이 브랜드에서 옷을 내놓는 게 헤드 포터 플러스다. 그런데 헤드 포터 플러스에서도 지갑이니 뭐니 이런 게 나왔었다. 이 두 브랜드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지분도 가지고 있는 듯). 포터 라벨 붙어 있는 것도 똑같고 라인도 거의 비슷한데 무늬가 좀 있는 게 많거나 할 뿐이다. 겉으로 보면 이게 포터에서 나온 건지 헤드 포터에서 나온 건지 알 수 없어도 안에 .. 2019. 10. 11.
히코리 스트라이프와 피셔 스트라이프 위 둘은 예전에 데님, 코튼 작업복에서 많이 쓰이던 패턴이다. 요새도 포인터 브랜드나 디키즈, 칼하트와 예전 미군 군복 복각 등에서 볼 수 있다. 둘이 용도가 거의 비슷한 데에 쓰이고 있는 거 같지만 온 길은 약간 다르다. 우선 히코리 스트라이프는 시어서커에서 왔다. 시어와 서커는 인도 말인데 밀크와 슈가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건 제국주의 시대 더운 인도 지역 영국령에서 많이 입었는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남부 지방에서 인기를 끈다. 물론 덥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에서 1900년대 초반 이걸로 슈트를 만들었는데 남부 지방 젠틀맨의 옷감이 되었다. 올드 웨스트에서는 헤비웨이트 시어서커를 만들어서 히코리 스트라이프라고 이름을 붙여 오버올즈 같은 걸 만들었다. 히코리 나무 껍질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히코리라는.. 2019. 10. 10.
네파의 다운 재킷 이야기 한창 더울 때 다운 재킷을 하나 샀었다. 코트나 재킷 안에 입을 목적의 얇은 패딩을 찾고 있었는데 여름이라고 다운 세일이 많았고 마침 포인트 모아진 것도 있어서 쌩돈 안드는 구나~라는 기분으로 구입했었다. 네파의 프리마베라라는 패딩으로 구형 모델이다. 찾아보면 지금도 가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유니클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좋아하지만 거의 면 제품 한정이다. 100% 면 제품들을 기본적 모양을 유지하며 내놓는 브랜드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데 버튼 셔츠와 면 바지는 하여간 매대에 할인하고 있으면 사놨었다. 그렇지만 추위에 민감하고 힘들어 하기 때문에 유니클로의 보온 제품, 특히 다운 제품 같은 건 믿지 않는다. 그래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라이트 다운 패딩이 하나 있었는데 누군가 줬고 플리스도 하나 있었는데.. 2019. 10. 8.
비와 바지의 불편한 관계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가지고 있는 방수, 발수 재질의 옷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은 개뿔 귀찮고 짜증나고 지나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바지다. 우산은 상체를 가려주지만 바람에 날리는 비는 하체를 방치한다. 그렇다고 긴 레인 재킷 류를 입는 건 대중 교통 이용에 너무나 불편하다. 그래서 가벼운 방수, 발수가 되는 바지가 없을까 심심하면 찾아보지만 특히 이런 기능성 바지는 트레이닝 복, 등산복, 낚시복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걸 찾기가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평범한 어번 라이프의 옷들이 아니다. 그나마 몇 개 있는 걸 찾아보면 스틸 바이 핸드 같은 브랜드에서 워터 리펠런트 치노 같은 걸 내놓은 적이 있다. 면 100%인 .. 2019.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