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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747

2026년의 오트쿠튀르 패션이 딱히 주도하는 것 없이 흘러가고 있으니(링크) 오히려 오트쿠튀르 쪽이 재밌어진다. 패션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 보는 건 이런 시기에 오히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샤넬에서는 마티유 블라지, 디올에서는 조나단 앤더슨이 첫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파리는 흐리고 비가 내렸다던데 이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세계 속에서 서로 각자의 가는 길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은 전체적으로 가벼움을 지향하고 있다. 시스루(실크 모슬린이라고 한다), 깃털, 스커트에 붙어 있는 색종이들, 자수, 가방까지 모든 것들이 가볍게 찰랑거린다. 일상적으로 입는 평범한 룩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시상식에 입고 가서 혼자 튀어 보려는 타입도 아니다. 마지막 드레스는 또한 의외로 나풀거리는 .. 2026. 1. 28.
흥청망청은 단순한 것들에게 밀려난다 세계 정세가 복잡다망한 와중에(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는 게 별 의미가 없을 지경이다) 금값은 치솟고, AI의 발전은 없던 걱정을 더하고, 사회 대변혁의 모멘텀이 다가온다는 데 그 이후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 상황 속에서 2026년 루이 비통과 디올의 남성복 패션쇼는 흥청망청하기 그지 없다. 부의 과시, 그들만의 리그라는 패션 본연의 임무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이런 번쩍거림을 보고 있자니 1973년에 있었던 베르사이유의 배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홀스톤에도 자세히 나온다고 하니 그걸 보신 분들도 있겠고... 참고로 1973년 10월 4차 중동 전쟁이 시작되면서 석유 파동이 시작되었고 석유 감산은 1974년 3월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이스라엘을 .. 2026. 1. 22.
프라다의 2026 FW, 남성복을 보다 프라다 그룹의 프라다, 미우미우는 가끔 이상한 지점에 포커스를 두고 그걸 끊임없이 반복한다. 예컨대 예전에 셔츠 칼라가 한쪽만 삐죽 튀어나온 미우미우 같은 것들. 이번 시즌 남성복 패션쇼는 그런 지점들이 꽤 많았는데 공통점은 생활감, 너저분함이다. 럭셔리와 너저분함, 생활감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대비, 일종의 아이러니는 확대 해석해 나가면 세태에 대한 풍자 어쩌구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비틈의 요소 중 하나에 가깝다. 애초에 럭셔리 패션의 사회 풍자 같은 거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도 아니고. 아무튼 몇 가지 볼 만 하다. 1) 지저분한 구두 2) 역시 지저분함 계열인데 세탁 잘못한 혹은 하지 않은 셔츠 깃은 눈에 잘 보인다. 3) 다림질을 하지 않은 옷들도 많이 나왔다. 4) 개인적으로.. 2026. 1. 20.
뎀나의 구찌, 2026 프리-폴 뎀나의 구찌, 2026 프리폴 컬렉션이 공개되었다(링크). 제목도 따로 있는데 Generation Gucci. 남성복은 그냥 프로 운동선수 혹은 보이 그룹 아이돌처럼 보일 뿐 딱히 흥미진진한 구석은 없다. 여성복이 생각해 볼 만한데 분명 뎀나의 구찌가 톰 포드 구찌를 넌지시 의식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뎀나는 제트 세트가 뭔지 모르는 것 같고... 물론 알테니 그건 좀 너무했고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뎀나의 톰 포드는 그저 슬림핏이다. 그러므로 이 옷들은 톰 포드 구찌의 뎀나식 해석이라기 보다 뎀나 발렌시아가를 슬림핏으로 만든 거에 더 가깝다. 오버핏이 아닌 발렌시아가, 몸에 달라붙은 발렌시아가, 진공팩처럼 공기를 빨아들인 발렌시아가. 사실 톰 포드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뎀.. 2025. 12. 5.
에르메스 남성복,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 1988년부터 에르메스 남성복을 이끌던 베로니크 니시니양의 후임으로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사실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의 남성복 분야라는 건 일단 가죽 가방, 액세서리, 여성복 그리고 남성복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리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남성복 영역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일단은 넥타이, 구두와 가방 정도고 지갑 같은 거 찾다가 가볼 수 있다. 하지만 뭐라도 하면 굉장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가시성이 높고 잘 한다면 모두의 눈에 보일 수 있다. 루이 비통 남성복 같은 영역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 버질 아블로, 퍼렐 윌리엄스를 통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웨일즈 보너는 비슷한 감각으로 다.. 2025. 10. 22.
두 가지 콜라보, H&M 그리고 Zara 두 가지 콜라보 소식. 우선 자라는 50주년을 기념해 50 Creators를 내놨다. 케이트 모스와 안나 수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와 사무엘 로스, 에스 데블린 등등 패션, 가구, 조명, 모델 등등 범위가 넓다. 가격 범위도 상당히 넓은데 200 가까이 되는 제품들도 꽤 있다. 이미 나온지 좀 되어서 품절된 것도 꽤 있다. 홈페이지(링크)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눌러보면 된다. 그리고 H&M은 글랜 마틴스와 콜라보 컬렉션을 내놓는다. 10월 30일 출시 예정이고 홈페이지와 성수 매장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나오는 종류도 상당히 많아서 이 정도면 Y/Project를 다시 내놓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컬렉션에 대해 글랜 마틴스는 “이 컬렉션은 다양한 목적과 출발점을 가진 하.. 2025. 10. 20.
로에베의 2026 SS 프로엔자 스쿨러를 떠나 온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 데뷔 컬렉션이었다. 1846년 설립된 가죽 명가, JW 앤더슨 시절 꽤 괜찮은 아웃풋 등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인데 일단 데뷔 컬렉션은 적당히 잘 해낸 거 같다. 물론 이게 평가나 감상 뿐만 아니라 상업적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과연? 이라는 의문부호가 있기는 하다. 아무튼 좀 자세히 보면 아무래도 이 웨이브 치렁치렁 룩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거 같고 구김이 고정된 니트. 이런 거 좀 좋아하는데 보기엔 좋지만 입고 다니면 상당히 신경쓰일 거 같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별로인 장르 열어놓고 다니는 가방. 손으로 붙잡고 다니는 빅백 만큼 별로다. 왜 열어 놓고 다녀. 패션쇼가 파이널을 향해 가는 와중에 등장한 기념 티셔츠. 이런 생각 .. 2025. 10. 17.
2026년의 봄과 여름, 약간 추가 패션위크가 한창이고 이번에는 바뀐 디렉터들이 많아서 주목할 만한 지점도 많다. 그럼에도 과도기 답게 전반적으로 재미없고 뭔가 그럴 듯 하게 치고 나가는 이들은 별로 없다. 약간 재미있었던 건 언더커버 정도. 그리고 이전에도 말했듯 시대가 딱히 전해주는 게 없고 방향을 잃고 있을 때 패션 디자이너들은 패션 자체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패션"한 컬렉션 중에서는 아라이아가 재미있었다. 물론 이건 알라이아의 패션이라기 보다는 피터 뮬리에의 패션이라고 말할 만한 것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를 거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자기 이름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네임드 브랜드의 새로운 디렉터란 결국 과거를 지우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 2025. 10. 5.
모호한 시대의 패션 세상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혹은 세상의 흐름 자체가 길을 잃고 있을 때 패션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원래 하던 것들에 몰두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도발 같은 걸 하지만 이 도발은 그저 티셔츠 위에 '도발'이라고 써붙인 것과 비슷한 정도다. 테일러드, 쿠튀르, 만듦새, 완성도. 하지만 이런 구조적 우수함은 자기들끼리의 세계에서나 통용된다. 패션이 보다 계층에 기반하고 있을 때에는 부유층과 매거진이 함께 서로 찬사를 주고 받으며 탑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21세기에 그런 몰입으로 도주하는 건 문화와 맥락 기반으로 패션을 소모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일 뿐이다. 뎀나의 새로운 구찌도 마찬가지 길에.. 2025.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