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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762

지루한 일상에 대한 대책, pillings 이번 일본의 라쿠텐 패션위크 기사를 읽다가 브랜드 필링스(pillings)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무라카미 료타라는 분이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인데 원래는 니트 전문가인 어머니와 함께 료타무라카미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2021년 필링스로 이름을 바꿨다. 밑에 조금 더 이야기하겠지만 상당히 오타쿠 분위기가 나는 아저씨다. 아무튼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데 "화려하고 빛나는 인상을 갖게 되는 것도 많은 패션의 세계. 그러나 무라카미는 “나는 파티나 미술관에 가거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일도 별로 없다”고 자신의 일상을 “지루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날들 속에서 "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런 출발의 부분이 나와 생각이 매우 비슷하다.. 2026. 9. 11.
혜인서의 26FW 프리뷰 혜인서의 26FW 프리뷰를 보고 왔다. 이번 시즌에는 어린 시절 동경했던 대중 문화 아이콘들에 대한 재해석을 콘셉트로 혜인서 특유의 아방가르드 + 테크웨어 + 직물과 부자재 등 디테일 속 전통적 패션의 재미의 혼합 등등으로 표현했다. 2층 작업실에 각종 아이디어와 생각의 전개 스케치 등을 쭉 전지해 놨다. 생각이 어떤 식으로 물건이 되는가는 언제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2026. 8. 28.
캐롤 크리스찬 포엘의 역 드리핑 예전에 캐롤 크리스찬 포엘(Carol Christian Poell, 이하 CCP) 이야기를 어디에다 했던 거 같은데 찾을 수가 없네. 아무튼 간만에 신상 제품 구경을 하다가 생각나는 이야기들. CCP의 잘 알려진 제품 중에 드리핑 러버 슈즈들이 있다. 흘러내리는 러버 솔. 그런데 신제품 구경을 하다 보니까 반대로 솟아오르는 신발들이 있다. 언제부터 나온건지는 잘 모르겠음. 역중력 드리핑이다. 그런데 솟아 오르는 쪽이 신기에는 더 편할 거 같기도 하고. 굽을 보니까 저게 닳은 건지, 깎은 건지 아무튼 가공을 했다. 레더 재킷 류가 은근히 사용상 편의를 도모한 장치들이 있는 거에 비해 신발 쪽은 땅을 짚고 다니라고 만든 느낌이 들진 않는다. 이외에 눈에 띄는 것들. 녹 데미지드 티셔츠. 은근 괜찮은 듯.. 2026. 8. 19.
랄프 로렌 2027 SS 남성복 이야기 랄프 로렌이 2027 SS 남성복을 선보였다. 요새는 퍼플 라벨, 폴로 바이 랄프 로렌 등을 더 섞어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랄프 로렌의 경우에도 새로울 건 없는 익히 알려진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대신 디테일과 재배치에 천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프라다(링크)처럼 실루엣과 룩 등 보다 근본적인 지점을 파고 들며 우리가 생각하는 "패션", "균형감" 같은 것까지 해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입기 좋은 그리고 지루함이 동시에 생겨난다. 이번 프라다가 약간 질려버리게 하는 면이 있다면 랄프 로렌은 약간 다른 면에서 질려버리게 하는 면이 있다. 사실 이번 컬렉션에 나온 거의 모든 옷은 이전에 나온 옷을 가져다 이리저리 조합하면 제법 가깝게 구축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게 또한 랄프 로렌의.. 2026. 6. 23.
프라다의 2027 SS 남성복 이야기 프라다가 2027 SS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보통 패션쇼를 볼 때, 그냥 매장에 걸려있는 옷을 볼 때도 대게는 그렇지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저렇게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저런 옷을 입은 사람이 어떤 공간에 있을까,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같은 소비자의 시각이다. 여기서 더 흥미가 있거나, 아무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 디자이너는 저 옷을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옷을 누가 입으라고 만든 것일까 등등 생산자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몸에 딱 달라붙는 룩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번 프라다의 쇼에서 저걸 내가 입으면 어떨까 같은 건 상상하기가 좀 어렵다. 이건 개인적인 특수성이다. 저걸 누가 입을까 하는 걸 생각해 보면 케이팝 아이돌이나 멋을 잔뜩 부린 20대 혹은 아저씨.. 2026. 6. 22.
SUNNEI에서 모스키노로 얼마 전 Sunnei가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는데 2025년 9월 브랜드를 떠났던 창립자 Loris Messina와 Simone Rizzo가 모스키노를 맡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써네이라는 유니크한 브랜드가 사라진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브랜드를 이끌던 사람들이 모스키노를 맡게 된 건 잘 된 일 같다. 어울린다. 그래도 겨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괜찮은 이미지의 브랜드가 사라진 건 여전히 좀 그렇다. 아크네 스튜디오나 마르니, 써네이 같은 신흥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살아남기가 상당히 어려운 세상이다. 글로벌을 상대로 대규모의 마케팅을 펼치고 그런 걸 혹시나 안해도 세상 사람들이 이름 다 아는 헤리티지, 레거시 브랜드가 이미 세상에 너무 많다. 그들이 벌이는.. 2026. 6. 21.
프라다의 우주복 예전에 Axiom의 우주복(링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신형이 나왔다. 게다가 프라다와의 협업. 정확히 말하자면 아우터 슈트 AxEMU는 원래 있는 거고 그 안에 착용하는 Liquid Cooling and Ventilation Garment (LCVG)를 선보였다. LCVG에 대해서도 예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그것도 참고(링크). 이너 슈트와 아우터 슈트 구성인 거 같은데 일단 느낌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 쪽이 입을 거 같은 모습이긴 한데 아무튼 패션의 SF적 미래에 그저 미래주의 같은 것보다 조금 더 실제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는 방향은 좋아 보인다. 제작 방식에 대한 영상도 공개되었으니 함께 볼 만 하다. 2026. 6. 8.
프렌치 아이비 이야기 프렌치 아이비라는 말은 1980년대 일본에서 나왔다. 말 그대로 프랑스 식으로 재해석된 아이비 패션. 아이비 패션이라는 말이 도쿄 올림픽 때인 1960년대에 반 자켓의 이시즈 겐스케에 의해 나왔으니까 아이비 패션 유행 이후 뭐 좀 다른 게 없나 찾던 일본 남성 패션계에서 1980년대 들어 발굴, 발견한 현상의 총집에 이름을 붙인 거라 하겠다. 일단 여기서 바라본 프렌치 아이비의 원형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잔여물을 잔뜩 남기고 돌아간 이후 프랑스, 파리의 1950년대라고 할 수 있고 고다르와 트뤼포의 초기 영화, 알랭 들롱 같은 배우 등이 선보인 패션들이다. 알랭 들롱이 주연한 르네 클레망의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 같은 경우 배경이 아예 미국이니까 더욱 본격적이다. 프랑스가 뭐하러 미국 패.. 2026. 6. 7.
허무의 럭셔리 신라시대 경덕왕 때 만불산이라는 걸 만들었다. 삼국유사에 관련 내용이 나온다(링크). "경덕왕은 또 당(唐)나라 대종황제(代宗)가 특별히 불교를 숭상한다는 말을 듣고 공장에게 명하여 오색(五色) 모직물을 만들고 또 침단목(沈檀木)을 조각하여 맑은 구슬과 아름다운 옥으로 꾸며 높이가 한 발 남짓한 가산(假山)을 만들어 [그것을] 모직물 위에 놓았다. [그] 산에는 험한 바위와 괴석이 있고 개울과 동굴이 구간을 지어 있는데, 한 구역마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음악을 연주하는 모양과 여러 나라의 산천모양을 꾸몄다. 미풍이 창으로 들면 벌과 나비가 훨훨 날고, 제비와 참새가 춤을 추니 얼핏 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속에는 또 만불(萬佛)이 안치되었는데, 큰 것은 한 치 남짓하고 작은 것.. 202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