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260

커다란 옷이 만드는 룩 커다란 옷은 사람의 기본 몸 형태를 무너트린다. 그리고 작은 사람은 더 작게 큰 사람은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이런 혼동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패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오버사이즈 룩은 시대 정신이 되었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구나 싶게 스테디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옷이 몸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게 될 지 모르지만 그때 드러내는 몸은 기존의 전형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나 역시 오버사이즈 룩에 관심이 많은데 처음에는 오디너리 피츠나 스튜디오 니콜슨, 마가렛 호웰 같은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진중하고 섬세한 룩이었다. 공간 속에서 커다랗고 가벼워보이는 몸체가 자리를 잡은 모습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가지와 잎이 많.. 2021. 10. 16.
패션 대 패션, 패션의 지루함 패션 vs. 패션이라는 책(링크)에서 패션이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패션은 결국 자기 만족의 영역이고 디자이너와 소비자라는 개인이 벌이는 여러가지 실험과 도전의 총합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대기업 블록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구획되고 정제되어 가며 특유의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안타까움 정도고 현실이 이러이러하니까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상업과 글로벌화, 저변의 확대 등의 상황에서 이런 미래는 피할 방법이 없다. 그냥 아이가 크면 어른이 되는 것과 똑같다. 힙합의 메인스트림화와 스트리트 패션이 패션의 흐름을 바꿔놓은 지금 시점에서 이 재미없음은 약간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패션이란 기본적으로 계층적, 계급적 분리를 가지고 .. 2021. 10. 16.
피코트, 연대, 라벨 트렌드로서 피코트의 시대는 지나간지 좀 된 거 같다. 앞으로 유행이 다시 온다고 해도 가볍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커다랗고, 편안한 종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런 모습은 무겁고, 딴딴하고, 몸을 감싸고, 근본이 군복인 피코트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덕목들이긴 하다. 물론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쇼트 피코트를 입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 시대에나 있기 때문에 적당히 괜찮은 피코트는 스테디 셀러로 확연히 자리를 잡고 있다. 타이거 오브 스웨덴의 고트랜드 코트(링크). 송치가 생각나는 스웨디시 울이 매력 포인트. 이렇게 꾸준히 사람들이 있는 피코트의 또 다른 한편에는 빈티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1930년대 즈음부터 미군에서 내놨고 조금씩 변해왔기 때문에 컬렉팅 아이.. 2021. 10. 14.
리모와, 송은, 구찌 100 등등 요새 뭔가 여러모로 좀 답답한 상황 속에서 타개책을 모색하던 중 진중한 시각적 자극이 필요한 듯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한 과정과 결과들. 한남동에서 있었던 리모와의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 이 말은 패티 스미스가 한 말이라고. 뭐 몇 개의 가방을 가져다 놓은 작은 전시이긴 했는데 설명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볼 만 했다. 약간 의문은 지하철의 재현. 지하철 - 리모와 보다는 비행기 적어도 기차 혹은 고속버스 - 리모와가 좀 더 와닿는 콘셉트가 아닐까 싶었지만 설명에는 지하철 - 리모와라고 했음. 요새 나오는 지하철은 짐 놓는 선반도 없는데... 각진 빈티지 007 가방이 인상적이었음. 라디오가 붙어 있는 가방도 있었다. 붐박스랑은 좀 다름. 역시 이름이 새겨진 빈티지 리모와. 얼마 전에 개인화 패.. 2021.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