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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의 마력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하지만 데님은 옷으로는 약간 말이 안되는 소재다. 염색은 불완전하고, 표면은 울퉁불퉁하다. 너무나 쉽게 피부와 가방에 이염이 되고 사이즈는 세탁하면 1인치 씩이나 줄어들고 조금 입고 다니면 금세 또 늘어난다. 이런 수축과 이완의 반복은 옷을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게다가 옷은 통으로 회전을 한다. 물론 이런 불완전함이 바로 데님의 마력을 만들어 낸다. 주름, 퍼커링, 잔털. 두꺼운 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세탁하고 바짝 말렸을 때 그 적당히 굳어 있는 몸통. 이런 것들은 정말 데님에서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기회만 되면 넋을 잃고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거 같다. 이런 마력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책 아메토라(링크)와 레플리카(링크)를 다시 한 번 적극 추.. 2021. 2. 8.
재택 근무의 복장 - 베스트(vest) 베스트를 좀 좋아하는데 일단 생긴 게 어딘가 유용할 거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에너제틱하고 액티브해 보이고 활동성과 보온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으므로 더 쓸모가 많을 거 같다. 하지만 멀티 유즈가 유용할 거라는 생각에 만들어 낸 제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극단의 양쪽에서 보자면 그저 둘 다 불충분한 무용한 제품이 되기 일쑤다. 아무튼 겨울에는 팔이 춥고 다운 베스트에 맞는 적당한 '쌀쌀함'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몇 개나 가지고 있었지만 별로 쓸 데는 없었다. 그러다가 재택 근무의 시절이 찾아오면서 이 옷은 극단적으로 자주 입는 옷이 되었다. 즉 지금까지 사용 패턴에 맞지 않았을 뿐 나름의 효용이 분명히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추운 날 실내 근무. 몸을 좀 쓰는 동적인 일이든 정.. 2021. 2. 5.
단위의 문제 옷에 있어서 사이즈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상의의 가슴폭이 55cm라고 하면 대충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사실 어깨의 모양, 어깨의 형태, 허리의 모습 등에 따라 입었을 때 감, 생긴 모습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사실 이 문제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하고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경우라면 경험에 따라 상상력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브랜드의 사이즈 제시안을 따라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생각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일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에 단순히 옷을 크게 입는 게 오버사이즈가 아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단위의 문제가 있다. 이건 특히 미국이 문제가 되는데 섬유나 뭐 이런 걸 하는 게 아닌 한 많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옷의 스펙에 단위.. 2021. 2. 2.
생긴 모습에 비해 따뜻하지 않음 보온 의류는 각자의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유니클로의 다운 패딩은 매장 안에서 입었을 때 매우 따뜻하다. 따뜻한 걸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바깥에 나가보면 특히 바람에 취약하기 때문에 특히 올해 겨울 같은 경우 이걸로는 어렵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거 가지고 되려나 싶은 합성 솜 패딩은 등산갈 때 입고 갔다가 너무 더워서 처리하기 곤란한(잘 접히지도 않는다) 짐이 되기 일쑤다. 몸에서 열이 너무 많이 나지만 옷이 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아크테릭스가 아톰 LT 같은 걸 괜히 그렇게 비싸게 팔고 있는 게 아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옷이 기본을 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옷이 여름에 막아야 하는 건 습기고 겨울에 막아야 하는 건 바람이다. 언제나 그걸 우.. 2021. 1. 30.
발렌티노의 Code Temporal 발렌티노의 이번 오트쿠튀르는 Code Temporal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뭐 그렇구나. 그런데 맨 끝 크레딧에 배경 음악이 매시브 어택의 Ritual Spirit이었다는 자막이 나왔다. 매시브 어택이라니 뭔가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올라오는 기분이다. 사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지만 뭔가 듣기는 했겠지. 아무튼 이 음반은 2016년에 나왔다고 한다. 그렇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 협업은 패션쇼 배경 음악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매시브 어택의 3D(=로버트 델 나자)는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뉴로그래퍼 Mario Klingeman(neurographer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는데 Mario Klingeman에 따르면 Mario Klingemann to descri.. 2021. 1. 29.
루이 비통과 제냐의 2021 FW 남성복 매년 1월은 남성복 패션쇼와 오트쿠튀르가 있다. 코로나의 시대라지만 역시 올해도 마찬가지. 이미 몇 가지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재미있다고 생각한 두 개의 패션쇼, 루이 비통과 제냐.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은 그동안 사실 수많은 아티스틱한 것들과의 링크, 인용, 응용과 함께 미국, 흑인, 문화라는 또 하나의 방향이 얽혀 있는 매우 야심찬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기는 한데 그런 야망에 비해 정작 패션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거대한 목표가 패션을 더 시큰둥하게 보인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래서 야망과 결과 사이의 발란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패션쇼는 꽤 재미있었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이란 바로 이런 패션이구나 싶어진다. 물론 수많은 연결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힙합, 시, 제임스 볼드윈,.. 2021. 1. 28.
데이빗 린치, 바지 수선 트윈 픽스 감독 데이빗 린치는 유튜브를 꽤 열심히 하고 있다. 단편 영화도 올리곤 하지만 콘셉트에 매우 충실한 편이다. 아무튼 몇 개의 시리즈 중 데이빗은 오늘 뭐하냐는 게 있는데 그 중 바지 수선 편. SNS의 "대충 살자" 밈이 생각나는 데 한쪽에는 글루를 발라 버리고 한쪽에는 물감을 칠해 버렸다. 데이빗 린치는 얼마 전 GQ의 The Style of Hapiness라는 기사에서 최고의 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여기서 자기는 편안한 바지, 일할 때 입는 편안한 느낌이 나는 옷을 좋아하고 드레스 업은 별로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그런 옷을 찾고 있는데 잘 없다. 옷 세상에서는 찾는 게 구체적일 수록 곤란해 진다. 그런 점에서 대충 살자 밈과는 오묘한 충돌이 생긴다. 참고로 최근에는 .. 2021. 1. 27.
패션과 의상, 디올의 쿠튀르 2021 SS 디올의 오트 쿠튀르는 저번과 마찬가지로(링크) 영화 형태로 만들어졌다. 타로 카드를 주제로 하고 있고 대사도 있고 연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각 의상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건 그렇고 내용 중 거꾸로 메달려 있는 분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더불어 주인공 격인 분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합쳐진 양성적 측면은 은근히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전체 내용은 주인공이 자아를 발견해 가는 성장기다. 디올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버전을 보면 한글 자막도 잘 나와 있으니까 참고. 영상은 아래. 메이킹 필름이 올라왔다. 감독 마테오 가로네가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 고모라, 테일 오브 테일즈 등의 영화를 만든 분이다. 마리아 치우리는 디올에 은근 이태리 사람, 이태리 문화를 끌어다 쓰는 경향이 있는 데 그게 .. 2021. 1. 26.
아메토라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책 아메토라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부제는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 아메토라는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책에 보면 누가 왜 그 말을 만들었는지 나옵니다. 비슷한 느낌의 단어로 아메카지가 있죠. 이건 아메리칸 캐주얼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이쪽은 약간 더 자생적인 분위기와 함께 더 고급(말하자면 원래 부자)의 느낌이 있습니다. 역시 그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패션 이야기, 일본의 미국 옷 수입 이야기는 꽤 먼 곳, 꽤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가 그런 패션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자극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을 곰곰이 바라 보는 건 분명 시사.. 2021.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