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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토라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by macrostar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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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메토라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부제는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 아메토라는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책에 보면 누가 왜 그 말을 만들었는지 나옵니다. 비슷한 느낌의 단어로 아메카지가 있죠. 이건 아메리칸 캐주얼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이쪽은 약간 더 자생적인 분위기와 함께 더 고급(말하자면 원래 부자)의 느낌이 있습니다. 역시 그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패션 이야기, 일본의 미국 옷 수입 이야기는 꽤 먼 곳, 꽤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가 그런 패션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자극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을 곰곰이 바라 보는 건 분명 시사점이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감히 패션을 만드시는 분, 판매하는 분, 그리고 패션을 소비하는 분들께 한 번 쯤은 읽어보시라고 추천을 드려봅니다. 게다가 재미있어요.

 

 

 

책은 이런 모습. 380페이지가 조금 넘습니다.

 

아메토라는 일본이 2차 대전 패망 후 2000년 정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옷, 생활이 어떻게 들어왔고, 그걸로 어떻게 패션 유행을 만들고 누가 돈을 벌었고 그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패션의 발화, 일본의 어쩌구 족, 저쩌구 케이 같은 패션 문화의 시작 혹은 남의 나라 옷인 청바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가끔 예전 일본 영상을 보면 나오는 요요기에 모여 춤을 추던 사람들은 무엇이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또 우리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읽히는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한국 전쟁으로 일본에 돈이 넘치기 시작하고, 거기서 유행이 시작되는 모습 같은 것들이죠. 그 와중에 저렇게 운이 좋을 수가 있나 싶은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또 약간 더 스케일을 키워서 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 미디어 - 소비자 복합체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남의 나라 문화를 가져다가 현지화 시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같은 겁니다.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데이빗 장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는데 문화의 이동을 바라보는 측면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 때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이 메콩강에서 하던 것처럼 미시시피강 근처에서 새우와 가재를 잡고, 그걸 기반으로 뉴올린언스와 휴스톤에서 베트남 식 요리와 프랑스 식 요리, 미국식 요리가 결합된 뭔가가 만들어지고, 그게 다시 베트남으로 가 거기에 식당이 열리는 이야기 같은 거죠.

 

다른 나라 옷이 일본으로 들어가 패션이 되고 거기서 새로운 맥락을 얻습니다. 여기에는 복각, 복제, 적용, 변형 등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 속에서 미국의 옷 쉐이프, 옷을 입고 즐기는 방식도 변화를 했습니다. 카니예 웨스트가 가슴폭은 넓고 총장은 짧은 예전 미국 옷의 형태를 들고 나온 건 그런 변화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책이라 생각하고 봐도 재미있지만 또한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믹스되며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있는 현재의 한국 패션,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틀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옆 나라지만 분명히, 매우 다릅니다. 게다가 통제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나씩 열렸기 때문에 추적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겠죠.

 

우리도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게 바깥에서 들어왔고, 그걸 익숙하게 다루고 있지만, 원본에 대한 동경은 낮고, 대신 유연한 변형의 측면은 더 강합니다. 후지와라 히로시 같은 사람은 럭셔리가 되어가는 스트리트 패션의 물결 아래서 여전히 여기저기에 등장하고 니고와 기노시타 다카히로는 유니클로에 가 있습니다. 케이팝과 영화/드라마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어떤 모멘텀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을 생각하면서 보면 또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패션은 생활 방식에서 나온다는 말은 여전히 잘 들어 맞지 않습니다.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사회에서 이 둘은 분리되고 서로 다른 길을 갑니다. 물론 최근 들어 그게 통합의 순간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산 위를 달리는 사람들과 유튜브에 넘치는 운동과 캠핑 영상을 보면서, 아웃도어에 대한 이야기를 급격히 많이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과연 그렇게 될까요. 확신하진 않습니다. 사실 "패션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 자체가 패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걸 환상의 세계로 구축하는 모습이 지금의 패셔너블함인 거죠. 적어도 방향을 구한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그걸로 오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처음 미국에서 영문으로 나왔고, 그 다음 일본어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3국의 표지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미국판은 상징적인 몇 가지 옷과 신발 사진이었고 일본판은 몇 번 바뀌었는데 저게 처음 나왔을 때 버전일 겁니다.

 

미국판

 

일본판

 

 

일본판은 예전에 빈폴과 협업 컬렉션도 냈었던 호즈미 가즈오입니다. 아이비 패션의 상징 같은 사람이죠. 한국판 표지는 유 나가바가 그렸습니다. 왜 유 나가바일까요. 저도 궁금했지만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책 디자인에 관해선 가능한 받아들이는 입장입니다. 그게 재미있어요.

 

아무튼 유 나가바는 1976년 생이니까 아이비 유행의 시점을 직접 경험하긴 어려웠을 거 같고 대신 복각 유행, 아메카지, 우라 하라주쿠 등등은 경험했든가 거쳤겠죠. 이런 의뢰(미국 사람이 쓴 일본 패션 이야기를 한국에서 번역한 책의 표지)를 받고 좀 재미있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물은 꽤 마음에 듭니다. 저 붐박스 이야기는 책에도 물론 잠깐 나옵니다. 표지에서는 책등 때문에 그림이 좀 잘려 있는데 책의 후반 부분에 전체 일러스트가 들어 있습니다. 이외에 원래 책에 들어 있던 여러 옛날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흥미로운 책이라는 겁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서점 사이트에서 아메토라 검색하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알라딘(링크).

 

예스24(링크).

교보문고(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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