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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패션과 의상, 디올의 쿠튀르 2021 SS

by macrostar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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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오트 쿠튀르는 저번과 마찬가지로(링크) 영화 형태로 만들어졌다. 타로 카드를 주제로 하고 있고 대사도 있고 연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각 의상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건 그렇고 내용 중 거꾸로 메달려 있는 분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더불어 주인공 격인 분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합쳐진 양성적 측면은 은근히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전체 내용은 주인공이 자아를 발견해 가는 성장기다.

 

 

디올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버전을 보면 한글 자막도 잘 나와 있으니까 참고. 영상은 아래.

 

 

 

메이킹 필름이 올라왔다. 감독 마테오 가로네가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 고모라, 테일 오브 테일즈 등의 영화를 만든 분이다. 마리아 치우리는 디올에 은근 이태리 사람, 이태리 문화를 끌어다 쓰는 경향이 있는 데 그게 재미있는 충돌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 남성복에 미국의 흑인, 흑인 문화를 끌어다 쓰는 것 등과 함께 생각해 볼 부분들이 있다.

 

 

 

물론 이건 결론적으로 보자면 영화가 아니라 패션쇼다. 코로나 이후 많은 브랜드들이 캣워크 위를 걷는 것 외의 다른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영상을 통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연출이 강해졌다. 그러면서 세트의 형태도 강해졌다. 길게 이어진 캣워크가 필요없고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조금 더 극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2021년 들어서 나오고 있는 여러 패션쇼를 보면 일단 자리를 잡았다. 캣워크가 부활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식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패션쇼도 하고 이것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겠지.

 

아무튼 영화에 나오는 옷은 의상이다. 영화 전체의 이미지, 주제에 맞게 만들어진다. 패션은 어쨌든 사람들이 입으라고 만든 옷이라 생활감이 있다. 의상에는 생활감이 딱히 필요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더 관객의 눈에 익어 있기 때문에 이질감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거나(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비드가 우주복을 입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것 혹은 영화의 내러티브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예전에 현대인의 패션이란 결국 의상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 둘은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삶을 프로듀싱하고 연출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은 더 강해지고 있다. 즉 패션은 생활의 반영이 될 수도 있고 또한 의지의 표출이 될 수도 있다. 특정한 옷을 입고 힘이 난다든가 하는 건 아마 그런 함의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연 할로윈의 코스프레 파티용 의상과 뭐가 다른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건 로에베가 유치원 가방 같은 걸 장인이 공을 들여 고급 소재를 이용해 손으로 만드는 것과 약간 비슷하게 보인다. 물론 쿠튀르에서 생활의 감을 찾겠다는 건 이상하게 들리긴 한다. 그렇지만 그러든 저러든 저건 옷은 옷이다. 

 

예컨대 리얼 맥코이에서 몇 십년 전에 양산되었던 군복을 가능한 원본에 가깝게 재현, 복각하겠다고 가능한 모든 역량을 활용하는 걸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 옷이 2차 대전 영화의 고증 의상과 생긴 면에서 다를 바가 전혀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책 레플리카(링크)에서 한 적이 있다. 즉 생긴 게 패션이 아니라 의도가 패션이다. 그러므로 결과물을 놓고 과정을 규명하지 않으면 그 옷은 같다. 패션은 이렇게 무형으로 존재한다. 이런 경향은 원래도 있었지만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을 위해 팰리스에서 아크테릭스의 고어 텍스 재킷에 새 컬러를 칠하고 글자를 넣은 것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고어 텍스 멤브레인은 과연 무엇을 위해 들어 있을까.

 

이런 식으로 꾸밈과 자아 실현 패션, 생활의 옷[의], 극의 의상은 서로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며 얽히고 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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