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341 옷을 고르는 이유 어떤 옷을 고르고 입는 이유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날씨에 맞서 싸움, 평정심의 유지, 경험의 축적, 궁금함, 혼자 진행하는 작은 실험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중 궁금함과 작은 실험이 약간 문제인데 집에 자꾸 이상한 옷들이 늘어난다. 이게 내 일이라니까 라는 생각에 합리화를 하지만 그게 정말일까 하는 자신을 향한 의심이 사라지진 않는다. 일상을 구축하는 패션은 자원을 탕진하고 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미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미식은 먹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말끔하고 좋은데 패션은 옷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 여행지 호텔의 1회용 칫솔처럼 비록 1회용이지만 형체는 멀쩡히 남아있어서 계속 쓸 수는 있다. 게다가 이 옷이라는 게 수명이 상당히 길다. 이 전환을 잘 만들어.. 2022. 11. 9. 울 롱코트 이야기 울 롱코트는 확실히 예쁘게 생긴 옷이다. 특히 발마칸. 커다란 래글란 어깨의 싱글 코트는 생긴 게 전해주는 아늑함 같은 게 있다. 어렸을 적엔 아쿠아스큐텀 라이센스의 울 롱코트가 하나 있어서 정말 열심히 입고 다녔었다. 지금 따지고 보니 한 20년은 넘게 입었던 거 같은데 담배 구멍도 여럿 나고 안감도 해지고 하다가 버렸다. 요새 같았으면 어떻게든 꼭 쥐고 이불로라도 썼을 거 같은데 뭐든 버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요새 이런 거 없나 하고 다시 찾고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솔직히 살 거 같지는 않다. 위 사진은 일본의 빈티지 매장에서 판매중인 버버리 80년대 버전. 팔린 거 같다. 사실 80년대, 90년대 이런 거 잘 모르면 대충 쓰는 경우가 많은 거 같긴 하다. 은근 요 몇 년 전에 나온.. 2022. 11. 3. 버튼 플라이와 지퍼 플라이 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며칠 간 패션붑 접속이 어려웠습니다. 알다시피 SK 데이터 센터의 화재와 불이 날 줄은 모르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카카오의 합작입니다. 사이트의 안정이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간만에 왔다가 아무 것도 없는 빈 화면 만 보거나 템포러리 어쩌구, 혹은 다른 에러 메시지를 보신 분들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되는 거 같진 않고 PC뷰로도 모바일로만 보이네요. 곧 정상화가 되겠죠. 기다리는 거 말고는 수가 없네요. 바지 앞 부분을 고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버튼 플라이와 지퍼 플라이가 있다. 말 그대로 단추 고정과 지퍼 고정이다. 아무래도 버튼이 더 오래된 방식이고 지퍼가 나중에 나온 방식이긴 하다. 참고로 지퍼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월드 페어에서.. 2022. 10. 18. 립스톱, 트윌, 헤링본 면은 상당히 다양한 원단으로 만들어지는 데 밀리터리 계열로 대표적인 게 립스톱, 트윌, 헤링본이다. 이외에도 옥스퍼드(셔츠의 그 옥스퍼드, M65 피시테일 파카의 쉘이 코튼-나일론 혼방 옥스퍼드다. 촘촘한 타입이라 방풍 능력이 예상보다 좋음), 데님(아주 예전 군대 제품들, 잘 안 씀, 데님은 마찰에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위에 적은 단어는 직조 방식, 즉 가로실과 세로실을 꿰는 방식이기 때문에 꼭 코튼으로만 하는 건 아니다. 코튼 - 나일론 혼방도 가능하고 나일론으로만도 한다. 트윌의 경우 코튼만 써서 만든 걸 드릴(drill)이라고 하기도 하는 데 이것도 세로 무늬가 선명한 걸 드릴이라고 하기도 하고 막 혼용되어서 사용됨. 위에서 말한 것들은 생긴 거 보면 된다. 원본이 무엇으.. 2022. 9. 28. M65 피시테일 부분부분 피시테일이 올해도 유행할 지는 모르겠다. 작년에 지나치게 많이 보였으니 지나갔겠지. 이런 옷은 어차피 스테디 아이템이 되어 있긴 한데 지난 몇 년의 유행이 지난 덕분에 매물 가격이 그나마 좀 내려간 거 같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예전에 고민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비싸다. 이런 걸 가지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가져오는 게 답이긴 하다. 하지만 이게 또 빨리 사놓으면 차츰 더 마음에 드는 매물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여러 개 가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어쨌든 찾는 사람의 수가 비슷하게 유지되어도 시간이 흐를 수록 상태 좋은 매물 수는 줄어들게 되어 있어서 아주 많이 내려갈 거 같지는 않은데 가격 동향 예측 같은 건 정말 못함. 이 옷에 대해 선호하는 몇 가지 디테일을 가진 제품을 오랫동안.. 2022. 9. 23. 데님 트러커의 모습 짧은 길이에 옆으로 넓은 데님 트러커, 데님 자켓이라는 게 사실 거의 고만고만하게 생겼는데 몇 가지 원형 같은 게 있다. 대표적인 게 리바이스, 리, 랭글러 같은 브랜드. 데님 가지고 만든 워크웨어 계열로 리의 91-J나 칼하트의 데님 디트로이트 등등 몇 가지가 있긴 한데 여기서는 그냥 간단히 데님 자켓의 표준 모형 정도. 리바이스 3rd 트러커 모델. 데님 트러커가 셔츠 분위기에서 자켓 분위기로 가는 과도기의 마지막 즈음이라 할 수 있는데 주머니 없는 것과 있는 게 있다. 이렇게 생긴 게 역시 가장 많지 않을까 싶은 대표적인 모습. 이런 건 506XX. 초창기 모델. 주머니 하나 있는 게 가장 오래됐고 그 다음 두 개, 그 다음이 맨 앞에 나온 제품 식이다. 이 자켓은 리바이스 좋아하고 데님 트러커 좋.. 2022. 8. 30.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 이야기 깊은 호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연이 잘 닿지 않는 옷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에라 디자인스의 60/40 마운틴 파카다. 사실 하나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 옷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한 적이 있고(링크), 또 60/40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도 한 적이 있긴 하다(링크). 그래도 아직 덥긴 하지만 슬슬 건조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는 걸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니 다시 한 번. 이 옷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의 시에라 디자인스라는 회사에서 1968년에 처음 선 보인 마운틴 파카다. 마운틴 파카란 산, 아웃도어에서 가벼운 비를 이겨내고 돌아다니기 좋게 만들어진 후드 달린 아우터를 말한다. 위 모양인데 지금까지 거의 바뀐 거 없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브랜드도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사.. 2022. 8. 21. 오픈 칼라 셔츠 이번 유니클로 마르니 컬렉션은 뒤적거리다가 반소매 오픈 칼라 셔츠 브라운 버전을 하나 구입했다. 이유가 몇 가지가 있는데 올해 여름에는 셔츠를 좀 입어볼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다니다 보니 좀 지겹다. 널찍한 오버사이즈의 얇은 천으로 만든 오버사이즈 반소매 셔츠가 몇 개 있었는데 면 100%는 씨어리 콜라보와 마르니 콜라보에만 있었다. 아쉽군. 그리고 플라워 무늬도 있고 그런데 선택한 건 무난하기 그지 없는 단색 버전으로 했다. 이런 걸 굳이 콜라보를 이런 생각이 드는 생김새지만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다. 파란 버전도 괜찮았는데 블루 계열 여름 탑이 많은 거 같아서 브라운으로 정했다. 아무튼 오픈 칼라 셔츠다. 오픈 칼라 셔츠가 몇 개 있긴 한데 역시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2022. 6. 3. 티셔츠를 찾는 모험 일상의 옷 생활은 과정이자 결과다. 생긴 모습이든 컬러든 어딘가 거슬리는 옷을 입고 나와 하루종일 불편해 하는 등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실험의 과정이고 또한 그 실험은 지금까지 가지게 된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결과를 가지고 혹시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건 아닐지 탐색하는 일이다. 물론 이 실험은 세상 모든 옷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저 멀리 어딘가에 가격도 적당하고, 나중에 바꿔야 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계속 발매가 되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을 지 몰라도 거기까지 가는 실험의 길에 지나친 비용이 든다면 도달할 수 없다. 재능은 있지만 발굴되지 못하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 어딘가에 완벽한 옷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달할 방법이 없는.. 2022. 5. 12.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