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341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주머니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딱히 주머니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브랜드는 아니다. 그렇지만 기능성을 옷으로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주머니가 가장 간단한 방법이어서 그런지(방수, 방풍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주머니가 잔뜩 붙은 옷이 종종 나온다. 물론 코로나 유틸리티, 사우스2 웨스트8 등 비슷한 느낌을 가진 브랜드에서도 그런 옷들이 있다. 사실 주머니는 아주 좋아하지만 거기에 뭘 넣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휴지라도 들어 있으면 이질적 존재가 느껴지는 게 별로고 미묘하게 무너지는 발란스도 싫다. 다만 사이드 손 넣는 주머니는 아주 많이 쓴다. 그렇다고 해도 주머니가 있다는 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무라면 어떤 가능성마저 없는 거다. 익스플로러 셔츠 재킷에는 10개의 주머니가 있다. 전면 5에 사이드 포켓 2.. 2022. 4. 28. 옷의 군더더기 얼마 전에 라디오 녹음을 한 적이 있는데(링크)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우선 제목이 생각한 뜻과 많이 달라서 약간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한 내가 한 이야기를 듣고 저런 제목이 생각났다고 하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방송이란 한 이야기로만 말하는 거긴 하지만 아까운 옷의 본전을 뽑는다기 보다 옷이 간섭을 하지 않는 생활의 항상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가깝다. 생활이 평탄하게 쭉 지속이 되려면 옷에 대해 별 생각 없이 계속 입어야 하고 그러므로 옷도 편안하게 낡는다. 아무튼 말한 이야기 중에 군더더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개인적으로 옷에서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을 군더더기라고 지칭하는 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옷의 군더더기라는 말은 불필요하게 붙어있는 걸 말하고 예를 들어.. 2022. 4. 21. 벨크로와 스냅 버튼 손목과 플랩 등 옷의 여러 부분에 붙어 있는 곳을 닫고 여는 방식 중 대표적인 게 벨크로와 스냅 버튼 혹은 단추가 있다. 전통적인 게 몇 가지 있는데 코치 자켓이나 바시티 자켓은 몸통에 스냅 버튼을 쓰고 방수류 자켓은 아무래도 벨크로가 많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는 벨크로 주머니가 붙어 있고 그라미치의 뒷주머니는 벨크로로 닫는다. 카고 팬츠의 사이드 주머니나 퍼티그 자켓의 주머니는 단추로 되어 있다. 손목의 경우 뭐가 더 편한가 하면 단연 벨크로다. 팔 두께의 차이, 필요한 상황 대처 등 여러가지 용도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벨크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찍찍거리는 소리가 약간 싫고, 낡아서 잘 안 붙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손목 벨크로는 대부분 못.. 2022. 4. 14. 옷 놓고 떠들기, 칼하트의 초어 재킷 오래간 만에 옷 놓고 재잘재잘. 오늘은 칼하트의 초어 재킷이다. 요새 워크 재킷, 초어 재킷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간단한 이유는 포멀과 운동복이 섞이는 혼란의 시대에 워크 재킷이라는 적당히 엄격하면서 또 적당히 느슨한 옷이 적절한 미래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브랜드에서 워크 재킷의 응용 버전을 내놓는 이유에도 아마 이런 게 포함되어 있을거라 생각한다. 예전에도 이야기를 했듯 이런 옷을 좀 많이 가지고 있긴 하다(링크). 물론 데님, 덕, 트윌, 혼방 그리고 안감이 없는 것, 펠트, 퀼팅 등 다들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고 해도 외부인이 보기엔 다 그게 그걸테고 내가 보기에도 딱히 크게 다를 건 없다. 코튼 기반의 이런 자켓은 어차피 겨울도 여름도 입을 수 없다. .. 2022. 3. 29. 후드의 끈 후드에는 끈이 달려있다. 익숙한 모습이다. 언제부터 끈이 달려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드를 뒤집어 쓰는 옷은 예전에 중세 몽크도 뒤집어 썼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의 모습이 나온 건 챔피언이 내놓은 1930년대다(이설이 약간 좀 있다). 그때 끈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 사진을 찾아보면 확실친 않다. 보통 빈티지 복각 같은 걸 하면 이런 타입이 많은데 이 경우엔 끈이 없다. 어쨌든 요새 끈을 묶는 게 유행이다 이런 게 일본 쪽 패션 트렌드 사이트 쪽에서 간간히 보인다. 그럴리가 있나 하는 생각을 좀 하는데 너무 유난이고, 신경 쓴 거 같고, 이상하잖아... 이런 곳들은 창조 논란처럼 판매를 위한 창조 유행이 많은 편이라 새겨 들어야 한다. 이런 게 유행이래 너도 사 입어 숙덕숙덕. 분명 추울 땐 끈.. 2022. 3. 25. 칼하트의 퀼티드 덕 액티브, J140 이야기 올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가장 많이 입고 있는 옷은 칼하트의 J140, 플란넬 라인드 퀼티드 덕 액티브 자켓이다. 이 자켓 이야기는 얼마 전에 간단히 한 적이 있다(링크). 노스페이스의 눕시와 비교해 본 이야기였는데 참고하시고.. 뻣뻣한 덕 코튼에 안에는 솜 패딩이 갈려있다. 이 옷이 품고 있는 약간의 고급스러움이라면 거기에 플란넬이 덮여 있어서 추운 날 이런 옷을 입었을 때 흔히 느끼는 섬뜩함 같은 게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옷은 뭘 어떻게 해도 폼나고 멋진 구석은 전혀 없다. 특히 프론트 지퍼 위에서 후드로 이어지는 저 애매한 라인은 입을 때 마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능과 편의를 향해 아무 생각없이 직진한 그런 분위기의 옷이다. 이 어색한 이어짐. 이 옷을 구입하게.. 2022. 3. 23. 지퍼의 방향 보통 아웃도어웨어, 워크웨어 계열의 옷은 배치와 장치에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목적이 있는 옷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왜 이렇게 생겼지, 이건 왜 붙여 놨지 같은 걸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프린트나 패턴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장식을 하겠다고 뭔가 들어있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몇몇 자켓 주머니의 지퍼 방향. 특히 예전 파타고니아. 레트로 X 베스트의 사이드 주머니는 지퍼를 위로 올리면 열린다. 이에 비해 가슴 주머니는 평범하게 위로 올리면 닫히고 아래로 내리면 열리게 되어 있다. 요즘은 가슴 주머니와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90년대 즈음 버전은 이랬다. 비슷한 시기.. 2022. 3. 16. 눕시와 칼하트 J140 눕시와 칼하트의 J140은 근본이 다른 옷이다. 참고로 J140의 요즘 이름은 펌 덕 인설레이티드 플란넬 라인드 액티브 자켓이다. 펌 덕(Firm Duck)은 소재 이름, 칼하트 특유의 뻣뻣한 면이다. 칼하트 WIP에서는 디어본 덕이라는 걸 쓴다. WIP는 입어본 적이 없어서 뭐가 다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12온스 짜리 코튼인 건 같다. 그리고 인설레이티드는 솜 충전재가 들어있다는 의미고 플란넬 라인드는 안감에 기모를 살짝 올린 플란넬을 붙여 놨다는 뜻이다. 액티브 자켓은 후드 + 풀 집업의 칼하트의 대표적인 작업복이다. 칼하트의 덕 액티브는 펌 덕이라는 코튼을 겉감으로 쓰고 위 생긴 모양은 같은 상태로 내부에 뭘 쓰느냐에 따라 여러가지로 갈린다. J130이나 J131 같은 써멀 라인드가 가장 유명하고.. 2022. 2. 26. 리와 리바이스의 데님 자켓 데님 자켓, 데님 트러커라는 건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엔 다른 재미있는 옷이 많다. 또 생각해 보면 데님 자켓 하나만으로 봄, 가을 정도는 넘길 수 있다. 즉 겨울은 몰라도 이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외투는 어떻게든 보낼 수 있다. 데님 자켓 뿐만 아니라 외투로도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긴 한다. 혹시 그런 경우에 방수 계열이 더 나을까? 그거야 우산 쓰면 되지. 하지만 데님 트러커를 여럿 가지고 있다. 쓰잘 데 없는 호기심, 집착, 물욕의 결과다. 게다가 이번에 리의 데님 자켓도 구입했다. 리는 처음이다. 사실 괜찮은 스톰 라이더 어디 없나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칼하트의 블랭킷 라인드 자켓을 장만하면서 그건 됐다 싶어졌다. 옛날 스톰 라이더 상태 좋은 건 이제 너무 .. 2022. 2. 25.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