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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311

파타고니아의 빈티지 파타고니아는 특유의 빈티지 마켓을 형성하고 있다. 옛날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아카이브 패션 쪽하고는 다르고 리바이스 빈티지 쪽하고도 약간 다르다. 거의 비슷하게 생긴 걸 라벨을 통해 소비하는 챔피언의 미국제 마켓과도 또 다르다. 몰리는 사람들이 있고,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듯. 아무튼 파타고니아 빈티지 가격은 거의 일본에서 정해져 있다. 비싸게 거래되니까 다 거기로 빨려 들어감. 국내에서도 천 라벨 달린 SST 같은 거 꽤 비싸게 거래되는 거 같은데 새 레트로 X와 예전 90년대 미국제 레트로 X가 있다면 후자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게 과연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의구심이 있다. 대충 봐서 90년대가 파타고니아가 제품 퀄리티가 좋다고 알려져 있고 당시 여전히 전설처럼 불리는 여러 모델이 .. 2021. 11. 25.
커다랗고 네모난 헬멧 백 이야기 네모 모양의 커다란 헬멧 백은 일반용도로 사용하기에 너무 큰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무튼 편하게 이것저것 넣어 다니기 좋은 가방이다. 밀리터리 출신이기 때문에 보통 볼 수 있는 응용 버전도 막 써도 괜찮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고 낡으면 또 낡은 대로 괜찮은 모습을 만든다. 아미아칼바의 헬멧 백. 저렇게 많이 넣으면 많이 무거울텐데. 이 모양의 대중화에는 포터 탱커의 공이 나름 크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헬멧 백이 뭔가 뒤적거려 봤는데 간단히 역사를 보면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본격 제트 전투기의 시대가 열렸고 당시까지의 소프트 헬멧에서 하드 헬멧으로 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 전쟁 때 미군은 공군 조종사들이 헬멧 외 여러 관련 부품을 넣고 다닐 커다란 가방을 내놓게 된다. - 1세.. 2021. 11. 22.
아무튼 편한 505, 그리고 뭘 좀 팝니다 요새 의복 생활에 약간 반성을 하고 있는 게 옷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별 생각없이 매일 입고 나갈 만한 튼튼하고 다용도의 소위 라이프롱 옷들을 잔뜩 껴안고 돌려가며 입고 있다. 목숨이 몇 개는 되야 다 입을 수 있을 듯. 하지만 하나 같이 너무 좋고 소중해 아무 것도 버리질 못한다. 돈을 잔뜩 쥐고 항아리에서 손을 못 빼는 격이다. 아무튼 뭐 그런 와중에 역시 별 생각없이 입을 청바지가 문득 입고 싶어졌다. 셀비지가 아니고 편안하고 기계적인 페이딩이 없고 전체가 균일한 밝은 컬러의 청바지. 그런 걸 찾다가 GU의 데님 쉐프 팬츠를 발견하고 입었는데 날이 쌀쌀해지니까 그 옷은 약간 무리다. 면 100%이긴 한데 아무래도 흐늘흐늘 하늘하늘한 감이 있다. 그러다가 블프인지 광군제인지 할인하는 수많은 옷들 사이에.. 2021. 11. 19.
옷 놓고 떠들기, 노페 에이펙스 바이오닉 2의 계절 옷 놓고 떠들기와 중고옷 열전을 분리해 놓고 보니 이런 틈새가 나온다. 이 옷은 나로서는 드물게도 매장판이다. 물론 미국 사이트에서 할인을 좀 많이 하는 시즌일 때 해외 직구 체험을 겸해 구입하긴 했지만 아무튼 새거였기 때문에 중고옷 열전에 넣기가 그렇다. 나중에 중고옷 열전 + 옷 놓고 떠들기 합쳐서 뭐라도 해보고 싶은데 그런 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예전에 이 옷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대체 노페에서는 윈드프루프, 워터프루프에 플리스 안감이 붙어 있는 옷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링크)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도 역시 이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이 옷, 노스페이스 에이펙스 바이오닉 2의 용도는 대강 짐작하게 되었다. 꽤 예전에 구입했는데(찾아 보니까 지금도 나오네.. 2021. 10. 25.
아우터의 안감 보통 아웃도어 풍 아우터의 안감은 반질반질한 나일론 계통이 많다. 울 계열 아우터는 아세테이트나 레이온 안감을 붙이거나 요새는 그냥 통 울로 되어있는 것들도 예전보다는 많이 볼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건 아웃도어의 2 in 1, 짚인 아우터의 경우. 왜냐하면 원래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닌 것들도 있고, 또 내피가 마음에 들어서 따로 떼어 쓰다가 다른 걸 붙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안감을 직접 고를 수가 있다. 일단 주의할 건 아우터 - 내피 결합형은 한 겨울에는 좋지 않다. 떼어냈을 때 아우터의 용도를 상정하기 때문에 본격 겨울용 아우터에 비해 세세한 부분이 부실하다. 예를 들어 본격 겨울용 아우터는 카라, 플랩, 손목 등에도 충전재를 넣어둔다. 2 in 1 방식은 그.. 2021. 10. 22.
뭘 자꾸 알려고 하나 옷 입은 걸 보고 뭔가 알 수 있다는 건 일종의 신화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일상복 탐구(링크) 등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런 걸로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그 사람의 뒤에 대체 어떤 사정이 있는 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옷을 입는 사람보다 그걸 보고 무언가를 판단하고 말하려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 게 훨씬 많을 거다. 대체적으로 취향의 발현, 무언가 마음에 드는 걸 보고 고른다는 것, 마음에 드는 걸 가지고 온 몸에 스타일을 만든다는 건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작동이 가능하다. 그것도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애초에 옷에 취향과 성격을 보편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엔 거의 없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여건이 바뀌면서 새로운 .. 2021. 10. 22.
커다란 옷이 만드는 룩 커다란 옷은 사람의 기본 몸 형태를 무너트린다. 그리고 작은 사람은 더 작게 큰 사람은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이런 혼동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패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오버사이즈 룩은 시대 정신이 되었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구나 싶게 스테디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옷이 몸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게 될 지 모르지만 그때 드러내는 몸은 기존의 전형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나 역시 오버사이즈 룩에 관심이 많은데 처음에는 오디너리 피츠나 스튜디오 니콜슨, 마가렛 호웰, 45R 같은 브랜드에서 종종 보여주는 진중하고 섬세한 룩이었다. 공간 속에서 커다랗고 가벼워보이는 몸체가 자리를 잡은 모습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 2021. 10. 16.
짐이 많은 사람 이야기 얼마 전 헤밍웨이의 사파리 자켓 이야기를 하면서(링크) 이분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아서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좋아한다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토끼발 부적을 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나 역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편이고 또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나름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주머니에 뭘 넣어 다니지는 않는다. 대신 항상 가방을 들고 다닌다. 이렇게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사람들은 대략 멀티 주머니 혹은 큰 가방 두 개의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외에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방 가지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향은 예전부터 볼 수 있었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고전 마운틴 파카는 앞에 4개, 뒤에 1개의 주머니가 있는데 다들 크고 늘어난다. 처음부터 백팩.. 2021. 8. 26.
셔츠 자켓 이야기, 칼하트, +J, 코로나 사실 셔츠 자켓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셔츠면 셔츠고 자켓이면 자켓이지 이렇게 애매한 포지셔닝을 잡는 옷에 약간의 불만이 있다. 이왕이면 오소독스하게 파고 드는 걸 더 좋아했으니까. 그러다가 날씨의 변화와 취향, 생각의 변화 속에서 최근 몇 년 이건 좀 입지 않을까 싶은 몇 벌의 셔츠 자켓을 장만했다. 셔츠 자켓이라고 하면 필슨이나 펜들턴에서 나오는 울 분위기 나는 게 있고 조금더 캐주얼, 아웃도어 분위기 나는 게 있는데 다 뒤쪽이다. 그런 김에 가지고 있는 셔츠 자켓 이야기. 칼하트 WIP의 미시건 셔츠 자켓. 칼하트 WIP에는 미시건 자켓이라고 칼하트 워크웨어 버전의 초어 자켓의 캐주얼 버전이 있다. 이 옷은 거기에서 나온 셔츠 자켓이다. 커다란 네 개의 주머니가 초어 자켓 류라는 걸 알려주는 .. 2021.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