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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울 롱코트 이야기

by macrostar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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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롱코트는 확실히 예쁘게 생긴 옷이다. 특히 발마칸. 커다란 래글란 어깨의 싱글 코트는 생긴 게 전해주는 아늑함 같은 게 있다. 어렸을 적엔 아쿠아스큐텀 라이센스의 울 롱코트가 하나 있어서 정말 열심히 입고 다녔었다. 지금 따지고 보니 한 20년은 넘게 입었던 거 같은데 담배 구멍도 여럿 나고 안감도 해지고 하다가 버렸다. 요새 같았으면 어떻게든 꼭 쥐고 이불로라도 썼을 거 같은데 뭐든 버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요새 이런 거 없나 하고 다시 찾고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솔직히 살 거 같지는 않다.

 

 

위 사진은 일본의 빈티지 매장에서 판매중인 버버리 80년대 버전. 팔린 거 같다. 사실 80년대, 90년대 이런 거 잘 모르면 대충 쓰는 경우가 많은 거 같긴 하다. 은근 요 몇 년 전에 나온 걸 수도 있고(하지만 라벨이 요새 건 아니긴 하다) 의외로 써놓은 것보다 오래된 경우들도 있다.

 

울 싱글 코트는 예쁘고 멋지고 또 생각보다 따뜻하다. 요새는 롱패딩이 대중화되어 있지만 다리가 따뜻하다는 건 여전히 굉장한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완전 한파 며칠 닥치는 거 빼곤 겨울을 나는 데 문제는 없다. 물론 눈, 비가 내리면 걸리적거리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먼지도 꽤 달라붙는다. 이게 상당히 문제인데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정리해 주는 게 좋다. 브러시 질도 정기적으로 해주는 게 좋다.

 

그렇지만 살 거 같지는 않다고 한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일을 할 때 걸리적거림이다. 특히 옷걸이가 있는 일하는 따뜻한 공간이 확보되기 전에는 울 롱코트 같은 건 처치가 곤란하다. 가끔 입고 다니는 늦가을 즈음 버전이 하나 있기는 한데 공공 도서관에서는 거의 안고 일해야 한다. 앉아있다가 추울 때 살짝 걸치기에도 너무 크고 길다. 

 

필슨 매키너 크루저에 롱코트 버전이 있다. 이건 볼 때마다 웃긴다.

 

 

다리 많은 벌레 같잖아... 롱코트의 매력은 몸의 복잡한 생김새를 덮어버리는 심플함인데 그걸 무시한다. 예전에 무리를 하면 가능한 가격 정도에 올라온 적이 있어서 고민을 했었지만 과연 정말 자주 입으려나 싶어서 관뒀다. 혹시 필슨의 상징적인 레드 플래드 버전이 있을까 했는데 그건 못봤다. 그건 정말 웃길 거 같은데 그래도 적당히의 수준을 견지하는 걸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리미티드라도 내놓으면 좋겠다. 어디 싸게 나오면 살 거 같다. 더 큰 의문은 왜 필슨은 매키너 울로 발마칸 코트를 내놓지 않냐는 거다. 펜실베니아에서 워크웨어로 쓸 일이 없는 장르라서 그런가. 워크의 폭을 좀 넓혀보라고. 누군가에게는 사무실과 도서관이 헤치고 나아가야 할 거친 아웃도어다. 

 

다리 많은 벌레 형상화 버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쪽으로는 S2W8의 멀티포켓 셋업이 꽤 레벨이 높다.

 

  

이건 솔직히 싸우자는 거지. 주머니 반대파들아 덤벼라. 필슨도 그렇지만 가슴에 달린 포켓들은 유용하게 쓰긴 어렵다. 뭐가 들어있으면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이다. 물론 작업용으로 쓴다면 그런 걸 상관하지 않고 편의와 실용으로 직진하니까 괜찮을 거다. 나도 종종 이것저것 넣기는 한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눈 앞에 거슬리는 걸 일단 숨겨놓는 용도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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