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343 아우터의 안감 보통 아웃도어 풍 아우터의 안감은 반질반질한 나일론 계통이 많다. 울 계열 아우터는 아세테이트나 레이온 안감을 붙이거나 요새는 그냥 통 울로 되어있는 것들도 예전보다는 많이 볼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건 아웃도어의 2 in 1, 짚인 아우터의 경우. 왜냐하면 원래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닌 것들도 있고, 또 내피가 마음에 들어서 따로 떼어 쓰다가 다른 걸 붙여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안감을 직접 고를 수가 있다. 일단 주의할 건 아우터 - 내피 결합형은 한 겨울에는 좋지 않다. 떼어냈을 때 아우터의 용도를 상정하기 때문에 본격 겨울용 아우터에 비해 세세한 부분이 부실하다. 예를 들어 본격 겨울용 아우터는 카라, 플랩, 손목 등에도 충전재를 넣어둔다. 2 in 1 방식은 그.. 2021. 10. 22. 뭘 자꾸 알려고 하나 옷 입은 걸 보고 뭔가 알 수 있다는 건 일종의 신화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일상복 탐구(링크) 등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런 걸로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그 사람의 뒤에 대체 어떤 사정이 있는 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옷을 입는 사람보다 그걸 보고 무언가를 판단하고 말하려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 게 훨씬 많을 거다. 대체적으로 취향의 발현, 무언가 마음에 드는 걸 보고 고른다는 것, 마음에 드는 걸 가지고 온 몸에 스타일을 만든다는 건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작동이 가능하다. 그것도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애초에 옷에 취향과 성격을 보편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엔 거의 없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여건이 바뀌면서 새로운 .. 2021. 10. 22. 커다란 옷이 만드는 룩 커다란 옷은 사람의 기본 몸 형태를 무너트린다. 그리고 작은 사람은 더 작게 큰 사람은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이런 혼동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패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오버사이즈 룩은 시대 정신이 되었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구나 싶게 스테디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옷이 몸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게 될 지 모르지만 그때 드러내는 몸은 기존의 전형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나 역시 오버사이즈 룩에 관심이 많은데 처음에는 오디너리 피츠나 스튜디오 니콜슨, 마가렛 호웰, 45R 같은 브랜드에서 종종 보여주는 진중하고 섬세한 룩이었다. 공간 속에서 커다랗고 가벼워보이는 몸체가 자리를 잡은 모습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 2021. 10. 16. 짐이 많은 사람 이야기 얼마 전 헤밍웨이의 사파리 자켓 이야기를 하면서(링크) 이분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아서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좋아한다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토끼발 부적을 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나 역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편이고 또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나름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주머니에 뭘 넣어 다니지는 않는다. 대신 항상 가방을 들고 다닌다. 이렇게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사람들은 대략 멀티 주머니 혹은 큰 가방 두 개의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외에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방 가지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향은 예전부터 볼 수 있었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고전 마운틴 파카는 앞에 4개, 뒤에 1개의 주머니가 있는데 다들 크고 늘어난다. 처음부터 백팩.. 2021. 8. 26. 셔츠 자켓 이야기, 칼하트, +J, 코로나 사실 셔츠 자켓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셔츠면 셔츠고 자켓이면 자켓이지 이렇게 애매한 포지셔닝을 잡는 옷에 약간의 불만이 있다. 이왕이면 오소독스하게 파고 드는 걸 더 좋아했으니까. 그러다가 날씨의 변화와 취향, 생각의 변화 속에서 최근 몇 년 이건 좀 입지 않을까 싶은 몇 벌의 셔츠 자켓을 장만했다. 셔츠 자켓이라고 하면 필슨이나 펜들턴에서 나오는 울 분위기 나는 게 있고 조금더 캐주얼, 아웃도어 분위기 나는 게 있는데 다 뒤쪽이다. 그런 김에 가지고 있는 셔츠 자켓 이야기. 칼하트 WIP의 미시건 셔츠 자켓. 칼하트 WIP에는 미시건 자켓이라고 칼하트 워크웨어 버전의 초어 자켓의 캐주얼 버전이 있다. 이 옷은 거기에서 나온 셔츠 자켓이다. 커다란 네 개의 주머니가 초어 자켓 류라는 걸 알려주는 .. 2021. 8. 24. 좋은 옷 취향 "좋은 옷"이라는 건 아무래도 패스트 패션이 아닌 옷을 말할 거다. 좋은 소재, 좋은 만듦새. 사실 좋은 옷은 정의가 명확하지가 않다. 에르메스는 아마 좋은 옷을 만들 거다. 노스페이스는 좋은 옷인가? 유니클로나 H&M은 나쁜 옷만 있을까? 좋은 취향이라고 하면 약간 더 와닿는다. 하지만 이건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좋은 옷을 입어버릇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고 그래서 좋다고 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긴 할 거다. 패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산업이 번성하면 할 말이 많아지고 그러니 나쁠 건 없다. 그렇지만 역시 딱히 좋은 옷 같은 거 몰라도 되지 않나 싶다. 좋은 옷에 관련된 경험을 쌓는 건 비용이 상당히 드는 일이기도 하고. 그럴 때 옷과 패션은 대.. 2021. 8. 23. 자켓의 맵 포켓, 게임 포켓 자켓 중에 등 뒤에 주머니가 달린 옷들이 있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가 유명한데 보통 맵 포켓이라고 한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에는 주머니가 참 많은 데 백팩에 들어갈 만한 양을 몽땅 주머니에 넣어 해결해 버릴 수 있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 백팩은 무겁고 불편했으니까 그럴 만 한 거 같은데 사실 주머니에 뭔가 가득 채우고 다니는 것도 꽤 불편하다. 이 옷을 검색하다 보면 특히 일본 쪽에서 추울 때 저기에 신문지를 넣어 보온을 강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쪽에서 검색해 봤을 때는 못 찾았는데 사실 그 이유는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 옷은 일본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았었다. 아무튼 신문지 이야기는 도시 괴담 냄새가.. 2021. 8. 2. 빈티지 옷, 별로 땡기지 않는 것들 빈티지, 중고 의류를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까 예전 네임드 옷들도 나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희귀템은 별로 탐을 내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스테디 셀러를 좋아한다. 많이 팔린 건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느끼고 싶기도 하고 오랫동안 잘 입을 수 있다는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기능적인 측면, 취향의 측면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 데 그 이야기를 잠깐. 일단 내부 방수 코팅은 좋아하지 않는다. 박리 현상을 피할 수가 없음.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도 그렇지만 내부 코팅도 마찬가지다. 노스페이스 하이벤트 같은 게 안감 속에 숨어 있는 옷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온다. 대책이 없음. 차라리 3L이나 고어텍스 류가 그나마.. 2021. 7. 17. 몇 벌의 바지 이야기 여름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데 벌써 끝났으면 좋겠다. 고온 다습이란 정말 버티기가 어렵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 최근 착용하고 있는 바지 이야기 잠깐. 에잇세컨즈에서 할인할 때 구입한 리넨 바지. 에잇세컨즈는 시즌 오프 세일이 많기 때문에 기본 아이템이라면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이 리넨 바지는 리넨 바지라고 하면 연상되는 한 여름 하늘하늘한 바지와 시원한 바람 같은 거와는 조금 다르다. 사실 그런 걸 생각하고 구입하긴 했는데 상당이 두텁고 튼튼한 진한 워크웨어 풍의 리넨 바지가 왔다. 스트레이트 핏이라 프렌치 워크웨어 느낌은 별로 나지 않지만 아무튼 어쩌다 이런 게 나왔지 싶은 게 길을 잘못 들었다가 나온 듯한 느낌이 좀 있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까칠까칠하고 그러면서도 잔털이 잔뜩 나온 투박함이 .. 2021. 7. 16.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