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46 마운틴 재킷의 주머니 구성 마운틴 재킷의 초기형을 시에라 디자인스라고 잡는다면 애초에는 편의성, 기능성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거라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게 자랑이었다. 위 둘, 아래 둘 + 둘, 뒷면 하나 해서 총 7개의 주머니가 있다. 이 중에 물건을 담을 용도라면 앞에 넷, 손을 넣는 둘이 있다. 저번에 말했듯 데일리 백팩 하나 분량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정도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형태는 더 예전이라면 필슨의 크루저 같은 워크 재킷, 바버의 헌팅 재킷, 군대의 필드 재킷 등에서 그 기능성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것보다 조금 더 전인 세계 대전 무렵의 해군의 피코트를 보면 사이드 핸드 워머 포켓이 있다. 아래에는 주머니가 없고 사이드에 가로 주머니만 있다. 사실 핸드 워머 포켓은 뭔가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어.. 2019. 3. 16. 일상복은 즐거운 일이다 요 몇 년 간 한 해 동안 주로 말할 주제 같은 걸 나름 설정해 놓고 떠들고 있는데 올해는 옷의 즐거움, 일상복의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탈 패셔너블, 고프코어와 어글리 프리티, 만듦새를 즐기기 등등. 물론 뭐 이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이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건 1) 패션의 즐거움으로 가는 먼 길 중 일부이기도 하고 2) 이미 새로운 형태로 패션의 즐거움이 되어 있는 거기 때문에 그걸 잘 찾아보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크게는 탈 트렌드, 겟 자기 만의 즐거움. 패션이 폼이든 멋이든 신분이든 아무튼 일상복을 넘은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예전 계급 시대에 고급 패션이 탄생한 이후 사람에 따라 패션과 일상복이 분리되었다. 평범한 일반인에게 패션은 별로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사실 구.. 2019. 3. 13. 수선점은 역시 거의 별로다 얼마 전에 수선의 효용(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늘은 거기에 하나가 추가된 이야기. 우선 밝혀둘 것은 1) 일단 벌어진 일이니 결과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걸 입어야 한다.2) 수선점 전문가의 말을 기본적으로 신뢰한다. 거기서 안된다고 하는 건 아마도 안될 거다. 옷 수선에 대해서는 당연히 나보다 훨씬 잘 알고 그런 걸 속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3) 그렇지만 다시 가지는 않을 거 같다. 옷을 수선하는 건 사실 다들 다른 여러가지 목표를 가진다. 왜냐하면 원래 모습 그대로 복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건 본사에 가도 마찬가지다. 단추 같은 건 원래와 똑같은 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레플리카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듯(제발 책을 읽어주세요! 링크) .. 2019. 3. 13. 상대의 옷을 보고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비비씨에서 과연 정장과 넥타이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뉴스를 다뤘다(링크). 예시로 든 건 골드만 삭스의 출퇴근 복장 유연성. 약간 재미있는 건 "차려입는 행위"가 남을 거라고 말한 세 명의 인터뷰 모두 돈을 맡길 때를 예로 들었다. 즉 청바지 같은 걸 입고 있는 사람은 믿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 이 말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금융 사기를 칠 생각이라면 일단 고급 정장을 맞춰라. 물론 저분들도 그저 옷으로만 판단하진 않을 거다. 말 그대로 돈을 맡길 생각이라면 회사와 배경, 말투, 손짓, 눈빛까지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할 거다. 이 수많은 정보들 중 옷의 중요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애초에 과연 옷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잘 차려입은 착장을 보고 알 수 있는 건 그의 성실함이 아니라 이 사람은 옷을.. 2019. 3. 11. 캘빈 클라인이 컬렉션 비지니스를 그만 둔다 라프 시몬스를 내보낸 캘빈 클라인이 컬렉션 비지니스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에 이 브랜드는 최근의 컬렉션 비지니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아예 빠져버릴 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 브랜드는 기반이 청바지와 속옷 판매고 그게 너무 거대하다. 라프 시몬스가 들어갔으면 사실 브랜드로는 큰 의미가 없는 패션쇼를 살려 놔야 했는데 거기에 실패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패션쇼는 재미있었는데 돈이 너무 들었다고 하고, 그걸로 캘빈 클라인이라는 브랜드의 구색을 살려 놓는데는 실패했다. 청바지와 속옷을 파는 데 그런 시니컬한 하이 패셔너블한 이미지는 (예전의 그 문란한 광고에 비해) 별로 도움이 안되었던 거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볼 수 있었던 컬렉션의 마지막 의상이 마침 졸업식 착장이었군(링크). 사진은 보그 .. 2019. 3. 8. 게스키에르 - 루이 비통 2019 FW의 못생긴 옷 전략 루이 비통 여성복 2019 FW 패션쇼가 있었다. 이번에는 말하자면 못생긴 옷 전략을 들고 나왔다. 어글리 프리티. 게스키에르는 이 옷들에 대해 “It’s the beauty of controversy,”라면서 “I am happy to be misunderstood.”라고 대답했다. 사진은 보그 패션쇼(링크). 예컨대 어글리한 패션이란 어글리하지 않은 = 멋진 옷이라는 기본 지점을 상정해 둔다. 그것은 아마도 유럽 전통의 포멀 웨어에서 나온, 또한 그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구조(하이 패션의 남성옷과 여성옷이 왜 필요한가, 어디에 기여하는가) 와 정신에서 나온, 패셔너블함을 뜻한다. 즉 기존의 구조 아래에 놓여있다. 하지만 최근의 못생김은 기존의 멋진 옷을 뒤틀어 예전 기준이라면 못생기다고 할 만한 옷.. 2019. 3. 7. 바지와 신발의 마찰을 왜 고민하는가 많이 한 이야기지만 생각난 김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옷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트렌드나 자아 실현, 새로운 도전,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거 찾기 등등. 하지만 이건 폭을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해볼 만 하다. 예컨대 옷 자체를 즐기는 것, 그리고 오래 입는 것. 지금은 맨 마지막 이야기. 2) 여기에는 일단 가정이 있다. 옷을 오래 입으면 숨겨져 있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 그건 재미있다(게다가 서스테이너블 패션에도 도움이 된다)(그리고 현대 패션의 흐름도 이에 대한 저항을 낮게 만드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예컨대 럭셔리의 규정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 3) 일단 재밌을 거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a) 오래 입기 위해서 잘 만든 옷을 골라야 한다.b) 오래 .. 2019. 3. 7. 빈티지 풍 셔츠의 몇 가지 거슬림 사실 이런 부분은 내가 마음에 들든 말든 예전에 원래 그렇게 생겼다는 데 할 말이 없는 분야긴 하다. 아무튼 버튼 업 셔츠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저런 셔츠를 가지고 있는데 빈티지 풍 셔츠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이런 형태를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겠지...라는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역시 불편하다. 이런 모습을 round placket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 같은데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1920년대 풍 워크 셔츠, 1930년대 풍 워크 셔츠, 빈티지 풍 밀리터리/워크 셔츠, 1890년대 풍 CPO 셔츠 등의 문구가 붙어있는 제품에서 단추 부분이 이렇게 된 걸 볼 수 있다. 문제라면 좌우 무게가 맞지 않기 때문에 어딘가 불안함을 주고, 또한 단추 부분이 겹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 곡선 때문에 중간에 .. 2019. 3. 6. 사실 요새 많은 것을 고치고 있다 얼마 전에 수선의 효용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지만(링크) 사실 여전히 많은 것을 고치고 있다. 바지 길이를 줄였고, 마운틴 재킷의 벨크로를 교체했다. 청바지 구석구석 바느질을 했고 치노 바지의 주머니 부분도 보강을 했다. 어딘가 눌려서 잘 안 움직이던 지퍼를 벌어지게 만들기도 했다(잘 됨). 또 저번에 이야기했듯 가지고 있는 안경 두 개 다 렌즈를 바꿨고 하나는 용접을, 하나는 폴리싱을 했다. 알게 모르게 돈이 많이 들었음... ㅜㅜ 사실 좀 심하게 엉망이었는데 새거처럼 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산뜻해졌다. 오래된 게 반짝거리면 새 것이 반짝거리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이건 고친 부분을 다 열거해 보자면 부러진 부분 용접, 다시 색 입힘(자국이 남아서 해야 한다고), 안경 다리 끝.. 2019. 3. 4. 패션과 그림 예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스트리트웨어의 시대가 왔음에도, 특히 할 이야기는 옷으로 하면 되는 하이 패션에서, 여전히 옷을 그림판으로 쓰려는 시도는 그닥 탐탁치 않다. 그림은 티셔츠까지, 조금 더 넓히면 후드나 스웨트. 옷에 뭔가 꼭 넣어야 겠다면 잔 무늬 패턴 정도. 차례대로 프라다, 발렌티노, 언더커버의 2019 FW. 사진은 모두 보그 패션쇼(링크). 그런 걸 떠나서 최근 몇 년 째 언더커버는 아주 재미있다. 2019. 3. 4. 수선의 효용 지금까지 참 많은 옷, 신발 등을 수선을 맡겨 봤다. 간단한 자가 수선도 꽤 있다. 아무튼 맡긴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본 적은 드물다. 예전에는 옷을 변형하는 것도 해봤지만 이건 제대로 입게 된 게 하나도 없다. 이후에는 옷을 만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이해해보자는 마인드로 바뀌면서 가능한 원형은 건들지 않는다. 원형이 마음에 안드는데 어디만 고치면 괜찮아 질 거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튼 그냥 원형 복구 수선만 해도 기술이 좋으면 이 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싶게 미감이 좀 이상한 경우가 많고, 생긴 게 마음에 들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실 양쪽이 다 훌륭하다면 브랜드 런칭을 하는 게 옳은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 2019. 3. 2. 노스페이스의 턱시도 작년에 고프코어 이야기를 하면서 요세미티를 오르는 클라이머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몇 개의 다큐멘터리도 소개하고 그랬는데 그때 이야기했던 "반란의 계곡(Valley Uprising)" 맨 끝에 나오는 사람이(승합차에서 먹고 자며 산 오르는 사람이었을 거다) 알렉스 호놀드다. 이 사람의 요세미티 프리 솔로(밧줄 없이 올라가는 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게 작년에 개봉했는데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와 지미 친이 만들었다. 이 둘은 부부인데 둘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메루가 있다. 세 명의 (미친) 등산가가(그 중 한 명은 물론 지미 친이다) 메루라는 히말라야 봉우리 중 하나를 오르는 역경의 극복 스토리.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음. 배니티 페어의 영화 관련 인터뷰 아무튼 이 프리 솔로가 2019.. 2019. 2. 25.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2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