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3.07 11:36

많이 한 이야기지만 생각난 김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옷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트렌드나 자아 실현, 새로운 도전,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거 찾기 등등. 하지만 이건 폭을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해볼 만 하다. 예컨대 옷 자체를 즐기는 것, 그리고 오래 입는 것. 지금은 맨 마지막 이야기.


2) 여기에는 일단 가정이 있다. 

옷을 오래 입으면 숨겨져 있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 그건 재미있다

(게다가 서스테이너블 패션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현대 패션의 흐름도 이에 대한 저항을 낮게 만드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예컨대 럭셔리의 규정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


3) 일단 재밌을 거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a) 오래 입기 위해서 잘 만든 옷을 골라야 한다.

b) 오래 입기 위해서 오래 갈 만한 소재(면, 나일론, 폴리, 리넨, 울 등등)를 골라야 한다.

c) 오래 입기 위해서 오래 갈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 결론은 a)는 생각보다 중대한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적당한(생각한 것보다 약간 비싼) 비용 지불은 옷 소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충동 구매를 막고 용도가 확실하고 가치가 있는 옷을 구매하게 된다. 너무 싼 옷만 사면 수요가 과대 평가된다. 


물론 가격 대비 퀄리티의 문제도 있다. c)와 관련해 베이직한 옷에 이왕 어느 정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데 유니클로 매대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옷을 구매하면 역시 곤란하다. 옷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는 소재와 만듦새 뿐만 아니라 역사나 로고 역시 가격이 있는 가치라는 점이다. 똑같이 생긴 거 같지만 브랜드마다 초점이 다르다. 그걸 발견하는 것 역시 2) 중 하나다. 그렇지만 좋은 옷에는 확실히 더 큰 즐거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사실 오래 가기 위해선 b)와 c)가 더 중요하다. 


b)는 예컨대 수선의 용이함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천은 매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들 어지간하면 오랫동안 버틴다. 하지만 뜯어짐, 색 바램, 보풀 등의 문제가 생긴다. 2)의 가정과 관련해 숨겨져 있던 면모 중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개인적 생활 방식에 따른 노후화의 양상이다. 


그런 점에서 면, 특히 데님처럼 페이딩이 짙게 남는 것들이 아무래도 눈에 확확 띄니까 재미있다. 리넨 같은 경우는 오래 걸리지만 그 재미가 있다. 나일론은 빛 바램 같은 걸 감수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빛 바랜 나일론 잠바에서 낡음을 느끼느냐 육성의 즐거움을 느끼느냐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c) 역시 중요한 요소다. 어디에 걸리거나 하는 해프닝이 아니라면 보통의 경우 옷의 노화는 마찰에 의해 생긴다. 너무 슬림하거나, 너무 와이드하거나 한 것들은 불필요한 마찰이 생긴다. 2)와 관련해 왜곡된 모습이 나올 수 있다. 물론 그 왜곡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감"의 측면에서 보자면 베이직한 게 가장 믿을 만 하다.


지나치게 베이직한 것들만 있으면 재미가 없으므로 컬러나 패턴이 옷 생활의 단조로움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오래 감"을 목적으로 한 옷의 경우엔 계속 입어주는 게 중요하다. 당연하지만 그냥 옷장에 쟁겨놓고 오래가는 건 소용이 없다.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입어줘야 한다. 또한 이에 따라 세탁, 수선, 관리의 요령 등이 붙게 된다. 즉 2)를 위한 즐거운 옷입기는 패턴화가 가능하고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건 무념과 무상의 상태에서 할 수 있고 그럴 때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즉 이 사이트의 카테고리 패션과 붑, 옷의 즐거움은 각각 옷과 패션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즐거움을 상정해 놓고 접근하고 있다. 그 중 옷의 즐거움 쪽은 대부분 2)의 목적 아래 놓여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여러가지 조건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면 바지의 경우 노화의 가장 큰 요인은 마찰이다. 의자와 닿는 엉덩이, 걸을 때 사타구니와 허벅지 라인, 신발과 닿는 밑단, 손을 주머니에 넣을 때 주머니 입구, 벨트와 허리의 마찰 등등이 바지라는 옷 전체의 노화 속도를 불균형하게 만든다. 이 중 엉덩이 부분은 통제가 어렵다. 애초에 바지의 엉덩이 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다들 다를 게 별로 없다. 걸을 때 허벅지 부분은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수선 및 보강을 하는 방법이 좋다. 벨트와 허리의 마찰은 생각보다 상당한 영향을 만들지만 가만 둬도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주머니 입구도 주기적으로 보강하는 게 좋은데(주기적이라고 해봐야 몇 년에 한 번 정도다) 주머니 입구가 다 헤져도 옷을 입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긴 한다. 치노 바지의 경우 주머니 입구가 잘 헤진다.



보풀이 심하게 일어나거나 속이 드러날 때 대책을 좀 강구하면 된다.



이제 제목으로 돌아가보자면 바지와 신발의 마찰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다. 입을 때마다 줄기차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건 아예 사전에 예방하는 게 좋다. 즉 선행적 대처를 할 수 있고 다른 부분이 옷을 만든 쪽의 입장을 따라간다면 이 부분은 입는 사람의 취향과 의지에 따른 커스터마이징이 개입된다.



물론 너무 짧으면 상당히 이상하다. 그렇다고 신발의 높이를 일률적으로 두지 않는 한 길이를 확정지을 수는 없다. 또 이 신발에는 이 바지만 입자는 건 옷의 수요를 지나치게 높여 버린다. 얼마나 내릴 것인가,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는 사람마다 걸음 걸이, 주된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역시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효과적 운용을 위한 신발과 바지의 적절한 양, 적당한 길이 조절 방안은 각자 경험에 기반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즉 다른 바지를 구매하면서 몇 cm 단위로 테스트를 해보고 정확한 지점을 찾아낸다. 품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은 아닌데 적어도 무의미하게 옷을 흘려보내 다음 번 구매시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건 역시 재미가 없다. 실수와 실험은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즐거운 경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옷은 이런 면에서 유리하다. 아무튼 살면서 매일, 수많은 옷을 입는다.


옷의 총 길이, 셔츠의 팔 길이를 비롯해 팔의 폭, 카라의 형태 등은 다 이런 문제와 만난다. 비슷한 실험이 반복된다. 하나하나의 일상복은 그런 점에서 소중하다. 물론 이것들 역시 모두 옷의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방법이다.




Posted by macrosta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