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3.13 16:07

요 몇 년 간 한 해 동안 주로 말할 주제 같은 걸 나름 설정해 놓고 떠들고 있는데 올해는 옷의 즐거움, 일상복의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탈 패셔너블, 고프코어와 어글리 프리티, 만듦새를 즐기기 등등. 물론 뭐 이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이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건 1) 패션의 즐거움으로 가는 먼 길 중 일부이기도 하고 2) 이미 새로운 형태로 패션의 즐거움이 되어 있는 거기 때문에 그걸 잘 찾아보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크게는 탈 트렌드, 겟 자기 만의 즐거움.




패션이 폼이든 멋이든 신분이든 아무튼 일상복을 넘은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예전 계급 시대에 고급 패션이 탄생한 이후 사람에 따라 패션과 일상복이 분리되었다. 평범한 일반인에게 패션은 별로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사실 구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러던 게 신분제가 사라지고 계층화와 중산층 성장 등으로 현대 사회가 구성되면서 이것들은 섞이기 시작했다. 이 틈을 이용해 하이 패션 마켓이 만들어 졌고 그게 지금 우리에게 "패션"이라는 즐거움을 주는 모체가 되었다. 사실 옷이긴 한데 패션이 꼭 입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경만 가지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변화하긴 했지만 엘리트 주의, 유럽식 복식 등으로 하이 패션과 일상복은 갈라져 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이 패션의 흔적들은 일상복을 파고 들어가면서 취향을 만들어 냈다. 예컨대 그저 기능적 일상복이라는 건 거의 사라졌다. 예전의 기능이 아예 패셔너블함이 되는 경우도 있고,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식을 찾는다. 또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패션을 구성했던 것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파고 들 수 있기도 했다. H&M의 런웨이 스타일, 유니클로의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 등등이 있다. 지금까지 이 부분들에 대해 나름 열심히 이야기를 해 왔다. 


스트리트웨어가 부각되며 시작된 변화는 바로 대체다. 하이 패션과 일상복 구분이 섞이기 시작한 이래 예컨대 멋진 옷의 용도, 스포츠웨어, 아웃도어웨어, 워크웨어의 용도는 분리가 되어 있었지만(쓰는 사람에 따라, 또한 브랜드에 따라) 이게 통으로 섞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나 노스페이스, 챔피언과 칼하트 같은 브랜드는 이 와중에 새로운 포지셔닝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알릭스 스튜디오나 오프 화이트, 어 콜드 월 같은 브랜드도 새로운 포지셔닝을 만들고 있다. 


옷의 형태로 구분된다기 보다는 맥락과 가치 부여에 따라 구분이 된다. 예전에도 구찌의 블레이저가 누군가에게는 럭셔리이자 패셔너블이었지만 누군가에는 아무 의미가 없긴 했다. 지금 구찌의 스니커즈는 누군가에게 럭셔리이자 패셔너블이지만 누군가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그냥 운동화다. 블레이저 자리가 희미해지고 스니커즈의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는 게 다르다. 즉 포멀과 이지는 용도적 구별에서 섞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옷을 즐기는 방법도 변화가 필요하다. 트렌드를 즐긴다든가, 패셔너블함을 즐긴다든가 하는 건 물론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변화하고 결정적으로 패셔너블함도 변화한다. 지금은 후자가 더 중대하다. 무엇이 패셔너블한가의 답은 결국은 각자의 몫이 된다. 남이 뭘 입든 그건 상관할 바도 아니다. 이것들이 결합되면 긍정적으로 보자면 결국 각자가 자기 인생에 충실함이 답이 된다. 약간 부정적으로 보자면 패셔너블함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사라진다. 즉 일상복 자체가 패셔너블함을 대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상복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여기에 패션도 섞여있고, 지금 패션의 흐름도 섞여 있고, 자기 인생의 충실함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기 전략에 기반을 하겠지만 지금 가장 많은 재료들이 넘실되는 분야다. 뭐든 그렇지만 옷의 즐거움에 한정해도 재료가 많은 걸 하는 게 재밌을 확률이 높다. 다만 일상복의 즐거운 방식은 패션의 즐거움 방식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과 훨씬 와 닿아 있다. 다른 걸 포기하고 오직 멋짐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분 들도 그런 관점에서 한 번 옷을 주목해 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또 길게 볼 수도 있다. 옷의 즐거움을 확실히 아는 건 패셔너블함, 스타일리시의 즐거움을 아는 바탕이 된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앞 없이 뒤만 쫓고 있다. 지금이 옷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 낼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일상복과 패션, 패셔너블과 스타일리시 같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설득이 아니라 유혹을 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어렵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런 긴 이야기를 쌓으며 이어 나가고 싶었는데 연재하던 패션 칼럼이 일단락 되었기 때문에 일단 여기에 스킴을 적어 놓는다. 이런 생각을 멋대로 밝힐 수 있는 페이지가 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하려는 이야기는 이어 나가야지.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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