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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의 단추 BBC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첩보물로 겉을 씌운 관료제 드라마다. 나오는 스파이들은 내내 서류 작업, 상부의 결제 이런 것들에 시달린다. 아무튼 예전에 이걸 볼 때 인상적이었던 건 나오는 아저씨들이 반드시 자켓 단추를 채우고 있고 앉을 때 반드시 푸는 모습. 글로 읽어서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일률적으로 딱딱 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하는 거구나 했었다. 그런 걸 보면 한참 따라해 보고 싶은 나이였기 때문에 연습을 했었는데 막상 해보면 아무래도 그게 더 편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서 금세 습관이 든다. 수트 단추에는 나름 복잡한 에티켓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일단 맨 아래 단추를 풀어 놓는 건 유래가 있다. 1900년대 초 영국의 에드워드 7세 시절 배가 너무 나와서 웨이스트 코트.. 2021. 5. 21.
5월 20일은 청바지의 생일 데님 바지가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하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데님과 같은 방식이지만 약간 더 고전적인 타입인 덩가리(데님과 다르게 염색되어 있는 천으로 짠다)는 이미 한참 전에 인도 봄베이에서 시작되었고 이게 영국으로 넘어가 싸구려 작업복 제작 같은 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1차 대전 때 미국 해군이 작업복 제작에 사용했고 주로 여성 근로자들이 많았던 전시 공장의 작업복으로도 사용되었다. 따져보면 이게 1910년대 이후일 거다. 그런가 하면 데님은 가장 오래된 생산의 흔적은 프랑스의 님(Nimes)에 있다고 한다. 덩가리야 그렇다고 쳐도 님의 데님으로 바지를 만들었다면 데님 바지의 시작은 그때 있었을 테다. 데님의 종주권 싸움에서 유럽 쪽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 2021. 5. 20.
데님 워크 재킷 이야기 여기서 많이 언급했듯이 초어 재킷, 워크 재킷 류는 워낙 많이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분류를 나눠보자면 트러커 류, 트러커에 라이닝 류, 데님 초어 류, 데님 초어에 라이닝 류, 데님 초어에 라글란 류, 덕이나 트윌 초어, 트윌 초어에 라이닝 류가 있다. 거기에 프렌치 몰스킨, 프렌치 트윌. 대략 분류하면 이 정도가 나오고 또 여기서 컬러 별, 브랜드 별 등등이 또 있다. 여기서 더 넓어지면 덕 액티브 류, 디트로이트 류 이런 게 나온다. 하지만 기본으로는 MA-1과 M-65 라인업에 따라 점퍼류와 돕바류를 가지고 있으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 분류를 따라 다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이 가지고 있기는 하다. 사실 밀리터리의 BDU 자켓이나 M65, 아웃도어의 윈드브레이크와 소프트쉘 이.. 2021. 5. 18.
리먼 브라더스의 짐 백 예전에 여피 스컴 뭐 이러면서 리먼 브라더스의 머천다이즈 짐 백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요새 그런 게 약간 유행이라는 소식을 봤다. GQ 미국판에 실린 리턴 오브 여피 스컴(링크). 말하자면 그 시절이 생각나는 부를 과시하는 아이템 혹은 그 시절의 부를 과시하는 아이템. 약간 재미있는 건 그 시절이 생각나는 아이템인데 요트 클럽이 아니라 요트 클럽 티셔츠고 롤렉스가 아니라 롤렉스 모자가 등장한다는 것. 물론 롤렉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굳건하긴 하지만. 이 사진 왼쪽 위에 보면 리먼 브라더스의 뱅커 백이 있다. 이건 윌리엄스버그 컨츄리 클럽의 모사품. 엔론 1997 섬머 인턴십 티셔츠. 약간 흥미가 생겨서 뒤적거려보니까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Zizmorcore라는 게 있다.. 2021. 5. 16.
리페어 컬쳐 얼마 전에 리페어 컬쳐라는 책이 나왔다(링크). 이건 지속 가능한 패션과 얽혀 있는 옷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 리페어 문화는 지금 문화 속에서 어떤 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실 책은 아직 못 읽고 알라딘에 나와있는 목차와 간단한 내용 정도 확인한 상태. 이곳 패션붑에서도 옷 고쳐 입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책 일상복 탐구(링크)에서도 옷을 고쳐 입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고쳐 입는 건 물론 좋은 일이고 게다가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오래 입자! 라는 의지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김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면 : 1. 옷을 고쳐 입자 - 취향과 사회적 인식도 관련이 있다. 뭐 알아서 입고 다니자!가 목표이긴 하지만 그런 걸 입고 다니냐 류의 주변의 압박이 거세다면 거.. 2021. 5. 7.
날아다니는 패션쇼, 생 로랑 2021 FW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서 패션쇼가 보다 더 영상의 형태가 되었고 유튜브는 중계가 아니라 완성본이 되었다. 이 말은 캣워크라는 형태의 제한을 완전히 벗어나 버린다는 거고 그걸 활용하는 디자이너들도 꽤 있다. 그러는 사이에 약간 재미있는 건 기존 문법과의 충돌이다. 예를 들어 이번 생 로랑의 2021 FW 패션쇼는 정말 광활한 곳에서 찍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번 쇼에 대해 "It’s the idea of a girl in a landscape where she doesn’t belong."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광활한 자연 속에서 저런 데에 전혀 있을 거 같지 않는 옷을 입고 공허한 시선의 무표정이다. 그리고 일렬로 걷는다. 드론에 실린 카메라는 (사실 약간 이상하게) 날아다닌다. 물론 이 패션쇼는 기능.. 2021. 5. 3.
매버릭의 데님 자켓 그리고 영화 라붐 매버릭(Maverick)의 데님 자켓 이야기다. 이름이 좀 애매한데 보통 3J03MJ라고 부른다. 매버릭은 1960년대 즈음 런칭한 워크웨어 브랜드로 블루 벨 오버올 컴패니가 내놓았다. 이 회사 소속으로 랭글러가 있었다. 블루 벨 자체가 80년대에 VF에 팔렸고 이제는 랭글러는 남아있긴 한데 매버릭은 (아마도) 없다. 약간 재미있는 건 랭글러와 매버릭은 같은 모델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3J03MJ는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찍어도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만큼 안 나와서 그냥. 위 사진을 보면 라벨이 검정색인데 70년대 즈음 생산품이다. 저게 하얀 네모가 제일 오래된 60년대 라벨이고 80년대에는 카우보이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바뀌었다. 80년대까지 미국 생산품이 있다. 예전 제품은 셀비지도 있.. 2021. 4. 29.
카키와 올리브 그린 카키와 올리브 그린은 약간 혼동되며 사용되는 컬러 색깔이다. 무신사 트위터에 카키 활용법이라는 게 올라왔는데 아래 캡쳐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다 그린 계열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선 카키. 카키라는 단어는 페르시아어에서 왔는데 소일 - 컬러라는 뜻으로 말하자면 흙색이다. 1800년대에 중동 지역에서 영국 군인이 처음 군복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색이다. 아무튼 카키라고 하면 중동의 사막 색깔을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 올리브 드랩. 올리브 드랩은 칙칙한 올리브 색, 짙은 올리브 색을 생각하면 된다. 국방색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올리브 드랩은 2차 대전 참전한 미군의 표준 군복 색깔이었다. 나무, 풀 색을 생각하면 된다. 이것도 사실 변이가 많은데 미군 군복에 처음 쓴 건.. 2021. 4. 26.
hand-me-down 라벨 중고 옷을 입게 된 경우 전 주인이 누구였는지 알고 싶은 경우도 있고 모르고 살고 싶은 경우도 있다. 타인의 흔적에 대한 선호 여부는 이건 약간 취향차가 아닐까 싶다. 그러든 저러든 중고 옷은 누군가를 거쳐왔고 예전에 쓴 글처럼(링크) 꽤 추적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옷을 꾸밈 보다는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 사용감에 대한 반감은 줄어들 수 있는 건 분명한 듯 하다. 아웃도어 옷 중에 핸드-미-다운 라벨이 붙어있는 옷들이 있다. 예전엔 아무래도 물려입는 횟수가 많은 어린이용 옷에 많았던 거 같은데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냥 이름만 쓰는 라벨도 있고 날짜까지 쓰는 라벨도 있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옷 이름, 구입 일자, 구입 가격, 구입 위치, 여러가지 사건(청바지라면 소킹, 이외에 수선, 특이 사항 .. 2021.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