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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매버릭의 데님 자켓 그리고 영화 라붐

by macrostar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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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Maverick)의 데님 자켓 이야기다. 이름이 좀 애매한데 보통 3J03MJ라고 부른다. 매버릭은 1960년대 즈음 런칭한 워크웨어 브랜드로 블루 벨 오버올 컴패니가 내놓았다. 이 회사 소속으로 랭글러가 있었다. 블루 벨 자체가 80년대에 VF에 팔렸고 이제는 랭글러는 남아있긴 한데 매버릭은 (아마도) 없다. 약간 재미있는 건 랭글러와 매버릭은 같은 모델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3J03MJ는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찍어도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만큼 안 나와서 그냥.

 

 

위 사진을 보면 라벨이 검정색인데 70년대 즈음 생산품이다. 저게 하얀 네모가 제일 오래된 60년대 라벨이고 80년대에는 카우보이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바뀌었다. 80년대까지 미국 생산품이 있다. 예전 제품은 셀비지도 있는데 70년대 넘어가면 잘 없다. 그런 걸 쓸 이유가 없었던 시기다. 리바이스가 이상한 거임. 

 

매버릭은 좀 애매한데 아무리 예전 제품도 별로 찾는 사람이 없다. 이왕 찾을 거면 랭글러를 찾지 굳이 매버릭을 찾을 이유는 없을 거다. 또한 랭글러라 해봐야 리바이스나 리 같은 빈티지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마이너다. 저 즈음에 나온 저런 상태의 리바이스라면 훨씬 비쌀텐데 매버릭은 찾는 사람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오르진 않는다. 그래도 상태 좋으면 요새는 100불은 넘긴 하더만.

 

사실 색과 페이딩이 마음에 들고 마음 편하게 입고 다닐 데님 재킷류를 오랫동안 찾아오고 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걸 아직 못 찾았다. 포인터 브랜드의 데님 초어 재킷이 괜찮았는데 데님은 좀 줄어들어서 힘들다. S는 치워버리고 M사이즈 어디서 괜찮은 게 나타나면 구하고 싶긴 한데... 

 

위 매버릭의 3J03MJ에 비교되는 랭글러의 데님 자켓은 126MJ일 거 같은데 124MJ, 136MJ도 비슷하게 생겼다.

 

이것은 랭글러. 랭글러는 포켓 자수가 W다.

 

위 매버릭 재킷을 보면서 유의 깊게 봐야할 부분이 있다면 단추의 간격. 마지막 부분이 허리를 잘라내 수선한 듯 간격이 짧다. 원래 그렇다. 또 하나는 양 가슴 주머니 위의 M 모양 자수다. 뭐 재봉틀 붙잡고 계신 분에게 알아서 M자 그려 넣으라고 한 거 같다. 나름 시그니처 로고일텐데 양쪽의 일관성이 전혀 없다. 역시 원래 그렇다. 가지고 있는 건 80년대 제품인데 모양이 정돈되어서 M자가 그냥 두 줄이다. 나중에 와서는 다시 리바이스의 갈매기 자수처럼 가지런하게 겹쳐있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리고 랭글러 계열의 특징인 브로큰 데님이라 리바이스나 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페이딩이 진행된다. 그다지 강렬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재미없어 한다. 자켓의 가장 이상한 부분은 몸과 팔이 만나는 부분. 다른 곳은 온통 겹쳐서 박음질을 해 놓고선 저기만 뭔가 어설프게 보인다. 

 

 

 

일관성 따위 없는 이런 대충 살자의 정신 좋아한다. 이런 데님 자켓류는 원래 셔츠의 일종이고(그래서 주머니가 없었다) 이후 아우터 화가 진행되긴 했지만 이전의 느낌을 여전히 담고 있다. 그 가장 큰 특징이 아래로 갈 수록 좁아지는 허리 라인이다. 

 

 

저 오묘한 곡선은 몸에 딱 맞추는 걸 예상하고 있다. 요새 사람들의 옷 입는 핏과 비교해 보면 어딘가 삐툴어져 있다. 그게 재미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빈티지 데님 자켓 류는 은근 여성들이 살짝 큰 사이즈를 입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엣시 같은 데서 뒤적거리다 보면 알 수 있다. 이 이야기와 연관되어 제목에 들어 있는 라붐이 나온다. 보통 아이코닉한 옷은 영화 같은 데서 나오면서 그 지위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3J03MJ는 아이코닉 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나름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영화 라붐에서 소피 마르소가 이 옷을 열심히 입고 다닌다. 찾아보니까 이 영화 찍을 때 소피 마르소가 15세였고 영화 배역상 13세였다는 거 같은데 이 즈음의 청소년이 편하게 입었을 만한 옷이다. 약간 재미있는 게 옷은 매버릭인데 단추는 균일 간격으로 벌어져 있고 동시에 주머니 M자는 겹치기 박음질이 되어 있다. 70년대 특징과 80년대 특징이 공유되고 있다. 영화가 1980년 개봉이니까 아마 70년대 말 생산품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는 랭글러의 위 같은 모델도 나온다.

 

 

왼쪽은 랭글러, 오른쪽은 매버릭이다. 옷을 마련한 분이 왜 똑같이 생긴 다른 브랜드 제품을 골랐을까는 알 수 없다. 같은 건 줄 알았을 가능성도 높을 거 같다. 

 

이 영화에는 까웨(K-way)를 입은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둘 다 여전히 나오고 있는 옷이다. 오랫동안 계속 나온다는 건 좋은 일이다.

 

위에서 잠깐 말한 데님 아우터를 찾는 여정은 다음 기회에.

 

 

사실 이걸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딱히 괜찮은 게 없었고 게다가 기후 변동에 따라 털, 플리스가 붙어 있는 면 아우터는 별로 쓸모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려려니 하고 있다.

 

랭글러 이야기를 따로 쓰긴 좀 그러니까 붙인다. 랭글러의 이 데님 자켓이라면 사실 존 레논이나 리암 갤러거가 생각나는 사람도 꽤 있을테고 그거 따라 입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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