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722 샤넬의 2021 크루즈 그리고 2.55 가브리엘 샤넬과 예컨대 엘자 스키아파렐리 같은 디자이너와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샤넬의 향수나 액세서리, 2.55 같은 가방 가격의 유지와 상승에 칼 라거펠트의 샤넬 시절은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샤넬의 디렉터가 버지니 비아르로 바뀌고 거기에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서 몇 가지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일단 크루즈 2021은 최초의 디지털 패션쇼로 치워졌고 또 하나는 라거펠트 시절의 웅장한 패션쇼는 이제 없다는 선언이다. 칼 라거펠트는 우주선, 슈퍼마켓, 도서관 등등 다양하고 뚜렷한 콘셉트 아래에서 패션쇼를 하는 걸 즐겼다. 그 방탕한 패션쇼들은 뭐 웃기기도 하지만 소위 고급스럽고 비싸고 폼나는 옷을 만들어 낸다는 샤넬의 이미지와 함께 굴러가면서 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그.. 2020. 6. 15. 온과 오프의 경계 장기간에 걸친 직간접적 isolation, quarantine의 경험은 패션에서 온/오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집안 생활과 바깥 생활의 분리는 실내복과 외출복 등을 강제적으로 구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자의 경우 어디까지를 휴식과 자기 정비로 확정할 지, 어디까지를 생계를 위한 업무 활동으로 확정할 지 그 경계는 자의적이고 임의적이 된다. 또한 옷의 경우 온을 연장할지, 오프를 연장할지 자신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관습에 의거하는 생활 패턴은 새로운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하지만 또한 숨어있는 비효율성을 끝없이 연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실 오랜 기간 동안 프리랜서들은 온/오프의 경계를 사회의 기존 관습에 의지하.. 2020. 6. 9. 컬렉션 시즌의 재배치 #rewiringfashion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기존의 패션위크 관련 일정이 모두 깨져버렸다. 애써 내놓는다고 해도 만들 사람도, 운송도, 구입할 사람도 문제고 구입하고 뭘 할지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까 집에서도 근사하게 차려입고 있으세요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캠페인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고 변화의 와중, 변화의 필요가 있던 것들이 드디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관례와 관성에 의해 계속되어 오던 것들은 변화를 위해선 큰 품이 들기 마련인데 이제 드디어 때가 온 거다. 이 변화는 패션의 내용, 모습 뿐만 아니라 구조, 시기, 제조 절차 등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패션위크 문제고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를 중심으로 리와이어링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패션 캘린더 배치에 대.. 2020. 5. 15. 패션은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문제는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보자면 유럽 쪽은 이태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문제가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 모여서 하는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가능한 밥도 혼자 먹으라고 권장하는 상황에 당연한 일이다. 2020 FW 서울 패션위크나 패션코드 같은 행사들도 결국 취소되었다. 2월에 진행 중이던 유럽의 패션 위크는 완전히 취소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위기 상황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여러 모습들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마니는 비공개 패션쇼를 진행하며 인터넷을 이용해 중계만 했고, 드리스 반 노텐의 패션쇼장에서는 안내 요원들이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도 .. 2020. 4. 30. 치카노, 펜들턴스, 로라이더 그리고 미국의 서남쪽에는 치카노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단어의 유래는 꽤 오랜 역사가 있지만 간단히 말해 멕시코 계열의 미국인을 뜻하는 말이다. 20세기 초에는 멕시코 계 노동자를 가리키는 경멸적인 언어로 사용되었지만 1960-70년대에 미국에서 차별받던 멕시코인들이 치카노 무브먼트라고 하는 일련의 문화, 정치적인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정체성의 문제를 제외하면 멕시코 인들이 미국 전역에 폭넓게 분포해 살고 있고 각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서 일관되게 어떤 모습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국의 입장에서 치카노라는 단어가 나오면 보통 콧수염을 기르고 선글라스를 끼는 갱단 멤버나 캘리포니아 남부의 자동차 산업 지역에 주로 활동하는 로라이더라고 하는 자동차 마니아를 떠.. 2020. 3. 18. 발렌시아가와 알렉산더 맥퀸, 물에 잠긴 캣워크 이번 발렌시아가 2020 FW는 물이 고여있는 캣워크 위에서 진행되었다. 걷기에 꽤 불편해 보인다는 들기는 하지만 멋진 옷을 입고 있든 말든 눈과 비는 내리고, 태풍도 오고 지진도 난다. 그런 점에서 여러 현실이 반영된 패션쇼를 좀 좋아하긴 한다. 이 잠긴 캣워크는 기후 문제를 연상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웅장하고 심각한 분위기에서 비현실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실용적 지점을 어딘가에서 표방한 듯한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어딘가 세상 끝 분위기가 나긴 한다. 그렇지만 세상의 끝 이후를 잘 담고 있는 건 사실 칸예(링크)라고 생각한다. YEEZY 초창기 때부터 칸예의 패션은 핵전쟁이 끝난 다음엔 저런 옷을 입지 않을까, 좀비들이 뛰어 다니면 저런 옷을 입고 숨어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 2020. 3. 4. 파리의 칸예 웨스트, YEEZY 8 칸예 웨스트가 간만에 컬렉션 시즌의 파리에서 YEEZY 8 시즌의 일부를 선보였다. 더불어 선데이 서비스 @파리도 있었다. 딸이 나와 랩을 하는 이벤트는 별로 였는데 어쨌든 이 행사를 보면 From the West Family라고 되어 있는 게 어떤 식으로든 가족을 껴넣겠다는 의도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가족과 종교, 미국인... 요새 저 흐뭇한 얼굴 참 자주 보임. 1분 40초 정도부터 시작한다. 일부인 만큼 많이 나오진 않음. 일관성, 칸예 만의 분위기 등 측면에서 확실히 이분의 패션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데 디자이너 브랜드 어딘가에서 데려가기에도 좀 애매한 면이 있기는 하다. 결국 YEEZY 덩치가 커지는 게 자기 길일까... 이것은 선데이 서비스 파리 2020. 3. 3. 최근 크레이그 그린의 이것저것 협업들 뭘 하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나고 흥겹다는 건 패션 같은 '놀이'에서는 분명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크레이그 그린의 이 인형 놀이 비슷한 건 최근 몇 년 간 조금씩 더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이 둘은 아디다스 오리지널과의 협업. 이런 걸 기반으로 운동화가 나왔다. 이건 몽클레르와의 올해 지니어스 컬렉션. 따뜻할까? 그게 제일 궁금하다. 아무튼 대중교통 이용자는 입을 수 없을 거 같다. 모르긴 해도 물에 뜨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혹시나 입고 며칠 지내 볼 기회가 생긴다면 옷에 대한 인식과 경험치가 상당히 달라질 지도 모른다. 2020. 2. 27. 프라다에 간 라프 시몬스 이번 주 가장 큰 화제는 역시 프라다에 들어간 라프 시몬스다. 예전에 시스템 매거진 6호가 라프 시몬스였고 8호가 미우치아 프라다였는데 둘의 대담이 실린 적 있다. 대담은 여기(링크)에서 읽을 수 있으니 참고. 프라다에 누군가를 데려 온다면 라프 시몬스가 꽤 어울리긴 하지라는 생각이 물론 드는데 이 계약은 약간 이상한 점들이 있다. 우선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연도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예전에 소문이 돌았던 미우 미우 - 라프 시몬스는 불발이 된 거 같은 데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다. 그때도 말했듯 미우치아가 은퇴하거나 차라리 미우 미우를 이끌어 버리고 프라다를 라프 시몬스에게 맡기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방식이라.. 2020. 2. 24.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