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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샤넬의 2021 크루즈 그리고 2.55

by macrostar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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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샤넬과 예컨대 엘자 스키아파렐리 같은 디자이너와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샤넬의 향수나 액세서리, 2.55 같은 가방 가격의 유지와 상승에 칼 라거펠트의 샤넬 시절은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샤넬의 디렉터가 버지니 비아르로 바뀌고 거기에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서 몇 가지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일단 크루즈 2021은 최초의 디지털 패션쇼로 치워졌고 또 하나는 라거펠트 시절의 웅장한 패션쇼는 이제 없다는 선언이다. 칼 라거펠트는 우주선, 슈퍼마켓, 도서관 등등 다양하고 뚜렷한 콘셉트 아래에서 패션쇼를 하는 걸 즐겼다. 그 방탕한 패션쇼들은 뭐 웃기기도 하지만 소위 고급스럽고 비싸고 폼나는 옷을 만들어 낸다는 샤넬의 이미지와 함께 굴러가면서 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버지니 비아르의 시대의 새로운 방식들이 찾아왔다.

 

 

 

분명 새로운 샤넬은 델리킷하고 우아하다. 고급 파티의 들러리, 예쁜 꽃을 위한 옷이 아니고 호스트를 위한 옷이다. 그리고 충분히 자기 중심적이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다. 2010년에 저런 걸 냈으면 그 진취성에 큰 인상을 받았을 지도 모르지만 과연 2020년에는 어떤가 싶다. 물론 이런 패션 브랜드의 자리도 있고 사실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하이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에 그 대척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파티 드레스 같은 기존 최고급 패션의 역할이 방향을 튼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표시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연 샤넬이 지금 가지고 있는 덩치, 위세, 대중적 명성, 이미지 특히 매년 오르는 가격을 끌고 가는 초대형 패션 브랜드의 모습이 맞을까 하는 생각에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샤넬의 패션쇼가 큰 전환을 하는 것과 다르게 판매에 있어서는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는 거 같다. 얼마 전의 가방 인상 공고와 샤넬 레이스라고도 불렀던 긴 줄이 그걸 보여준다. 그런데 과연 가격 인상과 레이스, 즉 떨어지는 가방의 가격 가치를 유지시켜주던 방법이 어디에서 나왔던 걸까 하는 의문을 품을 만 하다. 그건 분명 칼 라거펠트의 흥청망청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버지니 비아르의 방식은 그 레이싱을 유지시켜 줄 수 있을까? 물론 샤넬이 한국을 포함한 몇 국가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특수성도 영향은 있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커버리지가 상당히 넓고 유니크한 샤넬의 이미지 메이킹과 그에 걸맞는 패션쇼에서 나온 거였다. 

 

아무튼 상당히 위태롭게도 보이는 줄타기를 시작한 건 분명하다. 그게 샤넬 같은 브랜드가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실패할 것인가 등등이 당분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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