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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온과 오프의 경계

by macrostar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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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에 걸친 직간접적 isolation, quarantine의 경험은 패션에서 온/오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집안 생활과 바깥 생활의 분리는 실내복과 외출복 등을 강제적으로 구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자의 경우 어디까지를 휴식과 자기 정비로 확정할 지, 어디까지를 생계를 위한 업무 활동으로 확정할 지 그 경계는 자의적이고 임의적이 된다. 또한 옷의 경우 온을 연장할지, 오프를 연장할지 자신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관습에 의거하는 생활 패턴은 새로운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하지만 또한 숨어있는 비효율성을 끝없이 연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실 오랜 기간 동안 프리랜서들은 온/오프의 경계를 사회의 기존 관습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는 체득이나 습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의 수치가 늘어나면 패턴은 새로운 양상을 띌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근무자의 티셔츠 위에 새겨진 VLTN 로고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만들어 낸다. 자기 만족 혹은 시그널의 전송 등 오랫동안 패션의 역할이라 생각해 온 것들은 기능성이라는 다른 영역에 우위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이는 스스로 온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방식의 일종일까. 그러기에는 자본 투입 대 효용 산출이 너무 불균형하지 않을까. 쿼런틴이 지속된다면 이 로고 시그널링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032c는 자가격리가 시작되던 4월 쯤에 팬진의 형식으로 포스트-쿼런틴 시대의 룩북을 선보였다.

 

 

풀어헤친 버튼 셔츠나 습관적인 액세서리는 그렇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는 왜 청바지를 입었을까, 그는 왜 양말을 신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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