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329 배타적인 옷, 폴로의 데님 스윙탑 가끔 세상에 대한 배타적인 기분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컨대 3일 후가 마감인데 생각나는 게 아무 것도 없거나, 들어올 돈이 안 들어와서 이 일을 이제 어쩌나... 하고 있거나, 오늘은 닥치고 일만 해야 한다는 날이거나, 2주 째 사람을 만나질 않아 말하려고 입을 움직이면 어색하거나 할 때 등등. 적대적인 건 아니다. 적대적까지 가려면 이 보다는 더 큰 일이어야 한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일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런 배타적인 기분을 드러내고 싶을 때 입고 싶은 옷이 있다.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등산복 종류가 그런 기운이 많기는 한데 그런 옷은 지나가다 보면 등산복이네 하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저 옷은 뭐지?가 딱 좋다. 그러므로 옷의 형태가 컬.. 2019. 10. 20. 히코리 스트라이프와 피셔 스트라이프 위 둘은 예전에 데님, 코튼 작업복에서 많이 쓰이던 패턴이다. 요새도 포인터 브랜드나 디키즈, 칼하트와 예전 미군 군복 복각 등에서 볼 수 있다. 둘이 용도가 거의 비슷한 데에 쓰이고 있는 거 같지만 온 길은 약간 다르다. 우선 히코리 스트라이프는 시어서커에서 왔다. 시어와 서커는 인도 말인데 밀크와 슈가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건 제국주의 시대 더운 인도 지역 영국령에서 많이 입었는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남부 지방에서 인기를 끈다. 물론 덥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에서 1900년대 초반 이걸로 슈트를 만들었는데 남부 지방 젠틀맨의 옷감이 되었다. 올드 웨스트에서는 헤비웨이트 시어서커를 만들어서 히코리 스트라이프라고 이름을 붙여 오버올즈 같은 걸 만들었다. 히코리 나무 껍질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히코리라는.. 2019. 10. 10. 네파의 다운 재킷 이야기 한창 더울 때 다운 재킷을 하나 샀었다. 코트나 재킷 안에 입을 목적의 얇은 패딩을 찾고 있었는데 여름이라고 다운 세일이 많았고 마침 포인트 모아진 것도 있어서 쌩돈 안드는 구나~라는 기분으로 구입했었다. 네파의 프리마베라라는 패딩으로 구형 모델이다. 찾아보면 지금도 가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유니클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좋아하지만 거의 면 제품 한정이다. 100% 면 제품들을 기본적 모양을 유지하며 내놓는 브랜드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데 버튼 셔츠와 면 바지는 하여간 매대에 할인하고 있으면 사놨었다. 그렇지만 추위에 민감하고 힘들어 하기 때문에 유니클로의 보온 제품, 특히 다운 제품 같은 건 믿지 않는다. 그래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라이트 다운 패딩이 하나 있었는데 누군가 줬고 플리스도 하나 있었는데.. 2019. 10. 8. 비와 바지의 불편한 관계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가지고 있는 방수, 발수 재질의 옷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은 개뿔 귀찮고 짜증나고 지나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바지다. 우산은 상체를 가려주지만 바람에 날리는 비는 하체를 방치한다. 그렇다고 긴 레인 재킷 류를 입는 건 대중 교통 이용에 너무나 불편하다. 그래서 가벼운 방수, 발수가 되는 바지가 없을까 심심하면 찾아보지만 특히 이런 기능성 바지는 트레이닝 복, 등산복, 낚시복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걸 찾기가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평범한 어번 라이프의 옷들이 아니다. 그나마 몇 개 있는 걸 찾아보면 스틸 바이 핸드 같은 브랜드에서 워터 리펠런트 치노 같은 걸 내놓은 적이 있다. 면 100%인 .. 2019. 10. 7. 인디고 염색 홀릭 물론 뭔가 잘하는 게 있거나 마음에 드는 유용한 소재가 있다면 그걸로 이것저것 해보고 싶기 마련이다. 마운틴 파카에 사용되었던 60/40은 아우터 뿐만 아니라 바지, 티셔츠(본 적이 있는 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는 물론이고 가방 등등 별에 별 곳에 다 쓴다. 울에 강점이 있는 회사는 뭐든 울로 만들고 면에 강점이 있는 회사는 뭐든 면으로 만들어 본다. 그렇지만 데님, 인디고 이쪽은 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몰두의 정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더 심하다. 뭐든 신나서 데님으로 만들고 이것저것 가져다 인디고로 염색을 한다. 오늘은 인디고 이야기. 45r 블루 블루 재팬 45r 어딘가 기념 마카롱도 인디고 컬러 모모타로 카피탈 이외에도 많이 있는데 레플리카 책에서도 몇 군데 가볍게 소개했었다(링크). 미국 .. 2019. 9. 30. 이거면 됐다 싶은 옷 살다보면 이거면 됐다 싶은 옷들이 있다. 버튼 셔츠와 치노는 유니클로, 청바지는 리바이스, 에어컨 때문에 입는 라이트 재킷과 소프트쉘은 노스페이스 등등. 여러 시행착오와 비용의 낭비,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이다. 말은 이거면 됐다 이지만 그간 많은 쓰레기, 어딘가 용도에 맞지 않은 옷을 꾹 참고 입은 덕분에 도달한 곳이다. 물론 이런 건 잠정적이다. 모든 옷을 테스트 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옷 생활을 전재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배웠던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적 합리성이 생각나는군... 그런 옷 중에 하나가 포인터 브랜드의 초어 재킷이다. 봄, 가을에 스포티한 잠바를 입기는 싫을 때, 매일 입는 옷에서 아주 약간의 엄격한 전투 모드의 유니폼 느낌을 내고 싶을 때 입는 옷이다... 2019. 9. 28. 예상하지 못했던 셔츠의 주름 슬슬 여름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샴브레이, 헴프 같은 것들을 하나 둘 씩 세탁하고, 관찰하고, 집어 넣기 시작했다. 이런 정도 날씨 - 낮에 더움, 밤에 쌀쌀 - 갈 거기 때문에 아직 필요하긴 하다. 겨울용 헴프 의류 같은 것도 있던 데 입어보진 않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분명 그런 겨울도 있겠지. 여기는 아니다. 주머니 바로 아래 접히는 주름이 생기고 있다. 사이즈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지만 사실 사이즈랑 주머니가 관계가 있을까 싶다. 이 반소매 셔츠는 반 사이즈 정도 큰 기분인데 아무리 샴브레이여도 여름에 몸에 지나치게 맞는 셔츠는 무리다.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림질은 거의 하지 않는데 가끔 스팀 다리미로 펴준다. 계속 세탁하고 입고 하면 이렇게 작았나? 싶어지고 다림질로 펴.. 2019. 9. 18. 복잡한 복각 청바지의 세계, 71년판 501 예전에 리바이스 빈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창 레플리카 데님이 유행이던 시절 리바이스 501 83년 버전처럼 큰 특징이 없고 사실 빈티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경계선에 있는 모델까지 복각 버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이런 식으로 나온 게 꽤 있는데 그 중 하나가 71년판 501이다. 위 링크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소위 66모델 빅E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66모델이 나오다가 리바이스 레드탭의 E가 e로 바뀌게 되어서 66모델 초반기는 빅E와 스몰 e인 66전기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눈다. 이건 그래도 마지막 빅E 모델이기 때문에 의미가 좀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40년대, 50년대 모델처럼 잘 만들어진 초창기 리바이스 501 정도는 아니고 복각이 아닌 실물판 빅E인데 가격.. 2019. 8. 31. 2019년 여름의 청바지 시즌 청바지 이야기를 몇 번(링크) 한 적이(링크) 있는데(링크) 오래간만에 후속편. 원래는 9월 쯤 쓸까 했는데 어제 심심하기도 하고 여름이 슬슬 끝나가나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시 더운데 그럼에도 이 정도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그 여름이다. 물론 아직 8월 19일이라 이쯤에서 여름이 끝나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가만히 보면 최근 들어 내가 모르던 여름, 예전에는 없던 여름, 가만히 있어도 공기가 뜨겁고 밤이 되도 열이 식지 않는 시즌이 새로 생겼다고 보는 게 정황상 맞는 거 같다. 그 시즌이 끝나고 나서 이전의 여름으로 복귀했고 예전에 늦여름 정도 느낌의 계절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처서 이후 10월까지도 가는 거 같다. 이런 여름은 지독하고 우울하고 괴롭지만 청바지를.. 2019. 8. 19.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