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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카우첸 그리고 노르딕, 페어 아일 스웨터

by macrostar 201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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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것저것 써놨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카우찬. 나머지 둘은 조연으로 잠깐 나온다. Cowichan이라고 쓰는데 사전을 보면 카우첸이라고 되어 있다. 카우찬, 카우이찬, 카우이첸, 카우친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하는데 일단은 사전에 나와있는데로 카우첸이라고 쓴다. 영어로도 카우첸 말고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Siwash Sweater, Indian Sweater, Curling Sweater, Mary Maxim Sweater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마리 맥심은 1940년대에 이 스웨터 생산으로 유명했던 브랜드 이름이다. 

 

 

이렇게 생긴 울 스웨터 자켓을 말한다. 사실 자켓만 있는 건 아니고 크루넥 점퍼, 베스트 등등을 비롯해 각종 울 소품 등등 여러가지 나온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너 아우터도 가리지 않는다.

 

카우첸은 캐나다 태평양 쪽 뱅쿠버 섬에 있는 동네다. 유럽 사람들이 여기에 오기 전 이 지역 주민들은 산양, 개털 등등을 가지고 방추(스핀들)을 이용해 담요 같은 걸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뀐 건 1850년 즈음, 유럽인들이 양을 가지고 여기에 온 거다. 동시에 카우첸 밸리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 중에 스코틀랜드의 니팅 기술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도입된 방식이 쉐틀랜드의 페어 에일에서 온 니팅 방식이라고 한다. 뜨개질 방식이 영국식, 대륙식 뭐 이런 것들이 있던데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세요...

 

 

초창기에는 원주민들이 사냥갈 때 많이 입어서 탈지하지 않은 울을 사용했다고 한다. 피셔맨 스웨터와 용도와 기능이 비슷하다. 울은 아무튼 오랜 기간 동안 숲속과 바다에서 인류와 함께 하는 방한, 방수, 발수, 방풍 아이템이었으니까. 요새는 탈지된 양모 버전이 대부분이고 그냥 두껍고 무겁다.

 

 

카우첸 스웨터의 특징이라면 하얀색이나 오프-화이트 풍 컬러에 눈송이, 독수리, 순록, 돌고래 등이 그려져 있다. 저 위에 할머니가 들고 계시는 스웨터는 썬더버드 패턴이다. 캐나다니까 메이플 등도 많이 그린다.

 

 

전통적 느낌의 그림이 많기는 한데 요새는 뭐 아무거나 그린다.

 

 

비슷한 용도의 노르딕 스웨터가 눈, 순록 등을 그려 넣는데 기하학적 패턴이 많은 것과 약간 느낌이 다르다.

 

 

노르딕이나 카우첸이나 세련된 모습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눈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림만 봐도 따뜻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대략 1920년 경부터 이 스웨터는 카우첸 지역 바깥으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1940년대 들어 위에서 말한 마리 맥심 브랜드가 꽤 유명해지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경향을 보자면 일본 아메카지에서 예전 미국옷을 만들다 보니 함께 등장한 옷이기도 하다. 각종 캐나다 산 카우첸을 꽤 들여왔고 요새도 스테디 셀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들에 시큰둥하고, 이게 별로인 사람은 다른 것만 찾는다. 분명 어딘가 오소독스한 면이 있는 패션이다.

 

또 다른 최근 사건으로 2010년 뱅쿠버 동계 올림픽 때 허드슨 베이 컴패니가 각종 카우첸 스웨터를 내놓았는데 그 중에는 올림픽 스웨터도 있었다. 이게 카우첸 상표의 사용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있어서 독립 카우첸 니트 제작자들이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링크).

 

 

사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의 겨울에는 이 옷만 가지고 독립적 아우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대신 큰 사이즈의 다운 파카 안에 미드 레이어로 입기도 한다. 그러면 온도 관리가 불가능하겠지만 확실히 아주아주 따뜻할 거 같다. 대안으로 베스트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팔 추운 게 싫어서 조끼는 어떻게 써야하는 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엉성한 가짜 카우첸은 있을 지 몰라도 얇은 카우첸 스웨터 같은 건 없다는 거다. 좋은 울 옷이 대부분 그렇듯 진흙탕에서 뒹굴거나 좀벌레 들 식사로 제공하지만 않는다면 옷의 생명은 거의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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