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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329

청바지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 간만에 청바지의 경년변화, 탈색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얼마 전에 썼던 이것(링크)과도 연관이 있고 또한 굳이 청바지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더 나은 스탠스, 핏의 기준이 불필요하다는 건 새로운 출발점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게 더 어울리네, 저게 더 어울리네 같은 건 딱히 필요가 없다. 몸에만 얼추 맞고 낡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옷이라면(데님이라면 면 100%를 제외하기가 좀 어려운데 약간 망나니 같아서 생활 한복이 떠오르는 싸구려 풍 혼방 데님에 최근 좀 관심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걸 다 소진하는 게 먼저다)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고, 저건 저것대로 재미있다. 옷을 가지고 다리가 길어보이려 한다거나, 더 마르거나 살쪄 보인다거나, 단점이라 여겨지.. 2020. 2. 7.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라이너 이야기 칸이 좁아서 원하는 제목을 다 넣지 못했다. '좋아하는 옷 이야기,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이너 라이너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래에 나오는 옷은 원래 트리클라이메이트(이너 분리형 자켓)의 이너 잠바다. 겉감과 어디에선가 헤어진 채 세상을 떠돌다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노스페이스에서 이너로 쓰는 잠바는 상당히 다양한데 다운, 프리마로프트, 두꺼운 플리스, 얇은 플리스 등등이 있다. 그렇지만 사진으로 이 옷을 본 후 이걸 구해야겠다 싶어서 상태가 좀 좋은 거를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선호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딱 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점은 발란스다. 팔 길이, 몸통 길이, 폭, 목 등등이 딱 좋다. 그리고 그냥 봐도 신경 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별 다른 기.. 2020. 2. 5.
똑같이 기워진 옷들 혼자 커스터마이즈를 한 게 아닌 한 데미즈드, 사시코 등등을 특징으로 잡은 옷들은 일단은 다 똑같이 기워진 모습을 하게 된다. 약간씩 다른 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딘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사진에 봤던 바로 그것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다. 블루 블루 재팬의 2020 SS 제품, 인디고 얀 다이드 사시코 블루 패치워크 커버올 재킷. 블루블루를 비롯해 카피탈, 비즈빔 그리고 폴로나 리바이스 등 수많은 곳에서 데미지드 옷이 나오고 그런 지도 한참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걸 보는 마음은 여전히 꽤나 복잡하다. 사실 이건 약간의 혼동에서 발생하는데 옷에 패치워크로 바느질을 한 것을 기워낸 것으로 볼 것인가 혹은 디자인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 2020. 1. 28.
멋대로 입는다는 일에 대해서 이전의 책 일상복 탐구에서는 '멋대로 입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했다. 그게 궁극적인 목표 지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멋대로 입자라고 부추키기만 하는 건 일견 무책임한 면이 있다. 사전에 이뤄져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고 그에 대한 사회적 반발 역시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주 예전에는 패션, 옷이 계급의 표시였다. 계급을 넘나들 수는 없었다. 계급 사회가 사라지고 조금씩 완화되면서 보다 유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자아와 개성을 표현한다는 표제가 붙었지만 결국은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시그널 역할이 가장 크다. 이 시그널에는 개인도 포함되지만 사회적 구조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가장 크게는 남성, 여성에서 시작된 여러가지 장벽들이 있고 그걸 흐.. 2020. 1. 6.
자기 옷을 자세히 살펴 봄 2020년입니다. 20200102. 1월, 2월 내내 8자 압축 일자는 꽤 재미있는 모습을 띄고 있겠죠. 패션붑의 첫 이야기는 자기 옷을 자세히 살펴 봄으로 시작합니다. 일상복 탐구(링크)에서도 시종일관 했던 이야기죠. 확실히 옷을 관리하는 것, 예를 들어 세탁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처리하는 것은 옷 생활에서 트렌디한 새 옷을 구입해 입고 나가는 일에 비해 감흥이 낮고 인기가 없는 분야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잘 모르니까 재미를 못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할 만큼 하면서 재미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하고 제안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물론 관리와 관찰이 패션 생활의 대세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은 남에게 보여짐이라는 .. 2020. 1. 2.
어깨 라인의 존재감 이(링크) 두 가지(링크) 옷에 관한 이야기다. 럼버잭 옷 같은 것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이 계열 옷이 역시 재미가 있다. 다만 한 겨울에도 입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에 라이트 다운을 입어도 크게 나아지진 않음. 연결 부위의 차이가 꽤 크다. 단순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베미지 쪽의 존재감이 큰 연결 부위는 옷도 뻣뻣하기 때문에 어깨가 커 보이고, 옷이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약간 갑옷 같은 느낌이 있음. 필슨을 처음 입어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뻣뻣하고 따가운 옷이 있나 했었는데 이제와서 보면 이 정도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칼라의 크기 차이도 꽤 난다. 옛날 미국 울 옷을 보면 칼라가 상당히 크고 뾰족한 편인데 필슨은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을.. 2019. 12. 24.
베미지 울렌 밀스의 더블 재킷 이야기 베미지(Bemidji) 울렌 밀스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에 꽤 오랜 역사의 울렌 밀스가 꽤 있는데 펜들턴, 울리히를 비롯해 존슨, 파리볼트 등등이 있다. 울리히처럼 이제는 울렌 밀스라는 이름 아래에 있기엔 아주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곳도 있고, 그냥 담요나 내놓는 곳도 있다. 이 비슷하게 영국, 아일랜드 쪽에도 유명 제품을 내놓는 울렌 밀스들이 있다. 아무튼 베미지 울렌 밀스(링크)다. 처음엔 어떻게 읽는 건지 고민했었는데 베미지, 영상 찾아보면 버미지 비슷하게 발음하는 듯. 리뷰 영상 찾아보면 미국 사람들도 어떻게 읽는 건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미네소타 베미지라는 곳에 있는 회사로 1920년에 오픈했다. 즉 내년이 100주년. 베미지는 로거 폴 번얀의 발상지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그런 .. 2019. 12. 19.
기능성 옷의 비기능적 부분 며칠 전에 오래되어 보이는 옷(링크) 이야기를 하다가 기능성 중심의 옷(예를 들어 다운 파카는 거의 모두 그렇다)에 담겨 있는 무의미한 비기능적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생각난 김에 하나 더. 상당히 지저분해 보이는데... -_- 아무리 세탁해도 저 모습으로 밴질밴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예전에 회기역 건너편에 있는 독립문(P.A.T) 본사에 가면 천막 같은 거 아래서 할인 행사를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 보면 독립문 뿐만 아니라 네파 이런 것도 팔고 그런 데가 있다. 아주 예전엔 외주 제작 스노우 피크 같은 것도 있고 그랬었는데 요새는 없고 아무튼 거기서 구입한 옷이다. 사실 더 복잡한 사연이 있긴 한데 한때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따뜻한 옷이었지만 지금은 2위로 밀려났다. 그래도 어지간한 .. 2019. 12. 6.
오래되어 보이는 옷 오래돼 보이는 옷이 있다. 사실 1년 반 입었다고 한탄하는 분들께는 몰라도 10여년 내외니까 그렇게 까지 오래된 옷은 아니다. 게다가 외투다. 이 옷의 유래와 연혁이 좀 있는데 확실치 않은 부분이 몇 가지 있고 별로 유용하지도 않은데 긴 이야기라 생략한다. 하여간 마루젠 마루노우치 서점의 바로 그 마루젠에서 나온 옷이다. 이 회사는 사실 꽤 오랫동안 서양의 옷과 약간의 연관이 있는데 요새는 그만 둔 거 같다.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보면 주인공이 마루젠에서 사온 책을 문명의 상징처럼 여기는 뭐 그런 장면이 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유난히 오래된 분위기를 내는 몇 가지 설계를 가끔 곰곰이 들여다 본다. 이렇게 생겼다. 원래는 울 혹은 그 비슷한 거(개버딘?)로 나왔던 거라는 듯 한데 코팅된 폴리.. 2019.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