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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329

옷을 즐기는 방법 가능하다면 옷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 말고도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쓰는 이야기들은 모두 그의 어딘가 한 부분이다. 물론 트렌디한 옷을 입는 것도 옷을 즐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옷 자체 보다는 시대를 즐기는 방법에 가깝다. 예를 들어 최신의 음악을 듣거나, 티케팅 완판에 1분도 걸리지 않는 콘서트를 보거나, 줄을 서서 들어가는 핫플레이스에 가거나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는 그 대상이 옷일 뿐이다. 그것과 다르게 옷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다. 마음에 들고 괜찮은 옷을 고심하며 고르고, 구석구석까지 알아가며, 오랫동안 입는 일이다. 사람을 알듯, 애완견의 마음을 알듯, 옷을 알아간다.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우선 역사와 배경이다. 브랜드의 역사나 에피소드부터 이 옷이 .. 2019. 11. 25.
옷은 뭐라도 괜찮다 밤에 언니네 쌀롱을 잠깐 봤다. 패션 관련 방송은 약간 궁금하니까 챙겨보는 것도 있고 차홍도 나오고. 뭐랄까, 방송에 보이는 차홍 님의 초긍정적 태도와 언행은 인생의 롤모델이다. 아무튼 이런 방송이 흔히 그러하듯 이것만 이랬으면...을 벗어나는 부분이 별로 없는 건 아쉬웠다. 그런데 셔츠 빼 입고 다닌다고, 같은 옷 2년 입었다고 그렇게까지 개탄할 건 없잖아. "패션" "방송"은 굳이 그래야만 하나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러고 있으면 방송이 만들어지지 못하겠지. 게다가 패션 개혁을 요구한 의뢰인이 연예인이니까 그런 분들은 필요한 데가 있기도 할 테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 사진을 꺼내게 된다. 이 옷은 나름 멋지고 따뜻해 보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입으면 곤.. 2019. 11. 21.
셔츠 등판의 로커 루프 셔츠 등에 보면 고리가 하나 있다. 그걸 로커 루프(Locker Loop)라고 한다. 말 그대로 로커에 있는 고리에 거는 루프다. 이것이 로커 루프. 위 쪽에 보이는 단추를 세 번째 칼라 버튼이라고도 하고 아래 두 개의 주름이 있다. 사진은 너무 열심히 다림질을 했군. 그래서 이렇게 건다, 라고 되어 있다. 육중하게 생긴 고리가 꽤 길다. 그렇다면 저 사진은 아마도 로커 루프를 지나 셔츠 칼라 안 까지 집어 넣은 게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옷감이 상하지 않게 따로 고리를 둔다, 라는 원래의 정신에 위배된다. 사실 낮에 이 사진을 보고 진짜 이렇게 되나 궁금해서 집에서 해봤다. 물론 이 모양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듯 한데 분위기가 어딘가 음침하다. 이걸 해보다가 깨달은 게 있는데 몇 번 이야기를 .. 2019. 11. 10.
필슨의 Forestry Cloth 크루저 이야기 예전에도 이 옷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진이 많이 없길래 한번 찍어봤다. 필슨의 Forestry Cloth Cruising Coat, No.16이다. 참고로 옷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필슨 매키너 크루저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매키너는 옷감 이름이고 크루저는 옷 이름이다. 즉 필슨의 크루저라는 옷인데 매키너로 만들었다. 매키너는 매키너 지방에서 시작된 울의 종류다. 특징은 물을 자기 무게의 30%인가 까지 흡수함. 겨울에 습한 지역에서 야외 작업을 염두에 둔 울이다. 가끔 필슨st의 옷을 만들어 놓고 매키너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는데 그러니까 크루저라고 해야 맞다. 매키너 울로 만든 다른 옷은 거의 보기가 힘든데 세계 대전 때 미군 옷 중에서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그것도 필슨이 만들었.. 2019. 11. 8.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이야기 왠지 이맘 때가 되면 M-65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검색할 때 보면 일본은 M-65라고 적힌 게 많고 미국은 M65라고 적힌 게 많다. 아무튼 분명 입을 때가 되었는데 vs 아직 더운가라는 생각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뭐 덥든 말든 며칠 딱 되면 입기 시작해서 며칠 딱 되면 그만, 이러면 편하긴 할텐데 그러기에는 일교차가 너무 크다. 이러다가 어어 하면 시즌이 지나가 버린다. 한겨울에 입기엔 또 춥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라면 몰라도 굳이 그런 고행을 할 필요는 없다. 약간 어처구니없게도(이 말이 가장 적당하다)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가 세 벌이나 있다. 아마도 90년대 쯤 재고, 레귤러 판 S-R, 밀스펙에 준함, 미국산. 색만 다르고 거의 같다. 라이너는 하나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라벨의 위치라든가.. 2019. 11. 6.
리바이스 70505-0217, 페이딩, 퍼커링 여전히 사이드 주머니가 없는 리바이스의 1, 2, 3세대 트러커가 어디에 쓰라고 만든 옷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은 차곡차곡 옷에 쌓이고 있다. 물론 하드한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야외에 노출되는 일도 적어서(불편하고 따뜻하지 않는 미드 레이어가 현재의 용도 같다) 흔적의 모습은 시시하고 지루하지만 세상에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듯 이런 옷도 있고 저런 옷도 있는 법이다. 70505 스몰e 버전은 딱히 역사적 가치나 탈색의 재미가 있는 옷은 아니라지만 구시대형 데님 트러커는 이거 하나면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개인적인 가치가 있는 옷이다. 이하는 그냥 사진들. 아래 사진이 현재 색에 가장 가까운 거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상태가 괜찮은 .. 2019. 11. 4.
카우첸 그리고 노르딕, 페어 아일 스웨터 제목에 이것저것 써놨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카우찬. 나머지 둘은 조연으로 잠깐 나온다. Cowichan이라고 쓰는데 사전을 보면 카우첸이라고 되어 있다. 카우찬, 카우이찬, 카우이첸, 카우친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하는데 일단은 사전에 나와있는데로 카우첸이라고 쓴다. 영어로도 카우첸 말고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Siwash Sweater, Indian Sweater, Curling Sweater, Mary Maxim Sweater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마리 맥심은 1940년대에 이 스웨터 생산으로 유명했던 브랜드 이름이다. 이렇게 생긴 울 스웨터 자켓을 말한다. 사실 자켓만 있는 건 아니고 크루넥 점퍼, 베스트 등등을 비롯해 각종 울 소품 등등 여러가지 나온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너 아우터도 가.. 2019. 11. 4.
소킹, 얼마나 줄어드는가, LC King 자켓 제목을 다시 말하면 LC King의 포인터 브랜드 자켓은 소킹을 하면 얼마나 줄어드는가... 파란 건 11.5온스 데님, 하얀 건 10온스 피셔 스트라이프로 둘 다 S사이즈. 둘 다 찬물 30분 소킹. 그 이후 몇 번 더 세탁을 했는데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뜨거운 물로 소킹을 하거나 고온 건조기에 돌리면 조금 더 줄어들 거 같기는 하다. 워시드 되지 않은 로 데님 버전은 샌포라이즈드든 언샌포라이즈든 반드시 뜨거운 물이든(언샌포라이즈라면) 찬 물이든(뭐든) 30분 정도 소킹 비슷한 걸 해야만 한다. 표면에 보관을 위해 붙어 있는 접착제 비슷한 걸 떼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충 세탁한 다음에 입어보면 묘한 끈적끈적함을 느낄 수 있는데 요새 그거에 알러지 비슷한 것도 생겼음... 예전에는 안 그랬는.. 2019. 10. 24.
헤비 로테이션의 옷 AKB 노래 이야기가 아니라... 헤비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마구 입을 수 있고, 관리도 쉽고, 조금 뜯어지거나 낡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옷들이다. 보통 이런 옷들은 등산복, 작업복, 운동복들에 많고 코튼과 울,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가 주류다. 낡음을 쌓아가며 입는 옷들이다. 문제는 그런 옷만 찾고, 또 우연히 그런 옷을 저렴하거나 싸게 파는 걸 보면 또 들여놓고 하다 보니 어느 새 헤비 로테이션이 가능한 옷들로만 옷장이 가득 찼다. 결국 헤비 로테를 위한 옷들을 헤비 로테를 할 수가 없게 된다. 하나를 계속 입기 위해 나머지를 방치할 수 없다. 몇 개 씩의 데님 재킷을 돌아가면서 입는 것 역시 의미가 별로 없다. 로테이션의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서 옷이 낡지를 않는다. 과욕이란 이런 불필.. 2019.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