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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우양산 얼마 전에 암막우양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암막과 우산, 양산. 익히 알고 있던 단어의 조합이기는 한데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요즘 같은 날씨에 모든 걸 해결해 줄 거 같은 이름이다. 물론 세상에 그런 건 없음. 아무튼 요새 남자들도 저런 우산+양산을 들고 다니는 경우를 꽤 본다. 며칠 째 햇빛이 정말 두드리듯 때려대고 있는데 이럴 때 직사광선을 맞지 않는다는 건 실제적으로 꽤 도움이 된다. 사실 더운 날 양산을 드는 게 좀 귀찮은 느낌이 있어서 몇 년 간 파타고니아의 UV 차단 버킷햇을 들고 다녔다. 얇고 가벼운 재질로 가방에 던져 놨다가 그늘이 없는 곳을 지나갈 때 쓰면 꽤 도움이 된다. 다만 여름에 머리를 압박하는 게 싫어서 좀 큰 사이즈를 샀더니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간 적이 있음. 조심해야 함. .. 2023. 8. 4.
랄프 로렌, 스트라이프 버튼 다운 셔츠 요새 폴로 by 랄프 로렌이 조금 재미있다. 이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멋지다가, 지겨워졌다가, 좋아보였다가, 질렸다가를 반복하는 거 같다. 요새 눈에 띄는 건 폴로 셔츠. 국내에서는 피케 셔츠라고도 많이 부르는 데 검색을 하자면 티셔츠, 셔츠, 버튼 다운 셔츠 등과 헷갈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중 피케는 pique, 직물의 이름인데 이걸 또 PK 셔츠라고 부르는 경우도 생겼다. 오피셜하게는 잘 없지만 중고 사이트 같은데 가끔 보인다. 그렇지만 피케 티셔츠, 피케 버튼 다운 셔츠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피케라는 말을 넣고자 하면 피케 폴로 셔츠라고 하는 게 맞기는 하다. 카라티라는 말도 많이 볼 수 있다. 이건 쇼핑몰 같은 공식적인 데서도 보인다. 티셔츠인데 카라가 있으니까 카라티. 이해할 수는 있는.. 2023. 8. 2.
일상복 탐구의 전제 일상복 탐구(링크)는 나온 지 벌써 꽤 지났는데 총괄적으로 보면 읽은 사람이 많지는 않고 특이 사항으로는 그 많지 않은 사람 중에서 이 책을 이상하게 좋아하거나(그렇게 좋을 일인가), 이상하게 싫어하는 경우(그렇게 싫을 일인가)를 꽤 만났다는 점이 있다. 아무튼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기본적인 방향은 결국 끌고 가며 확장해 갈 것들이 아닌가 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일상복 탐구는 몇 가지 전제를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길어보이는 코디, 허리가 가늘어 보이는 색조합 같은 건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일상복 탐구는 왜 다리가 길어보이고 싶은가, 왜 허리가 가늘어 보이고 싶은가를 뛰어 넘어서 시작한다. 이런 건 사회적 욕망의 반영이다. 다리가 긴 사람이 멋.. 2023. 7. 27.
SACAI 2024 SS 칼하트 WIP 사카이와 칼하트 WIP의 콜라보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즌도 나왔는데 역시 재미있다. 이런 조합이 좀 괜찮은 게 너무 다르다는 느낌은 없어서 서로 탄력을 받는 게 있다. 물론 이제와서는 의외성이 좀 떨어지긴 한다. 화이트 배경에 블랙 C, SACAI 적혀있는 로고도 괜찮은 듯.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크레이지 패턴 류는 좀 그렇다. 칼하트 WIP는 지금까지 꽤 많은 콜라보를 해왔는데 언더커버, 준야 와타나베, WTAPS, 네이버후드, 와코 마리아 등이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수이코크, 라미두스 콜라보 제품이 올라와 있다. 브레인 데드나 헬리녹스, 마르니, 투굿 등도 있긴 하지만 일본 브랜드와 많이 하긴 한 듯. 워크웨어의 기능성, 심플함 등등 패션 미감이 닿아있기는 한데 칼하트가 일본에서 그렇.. 2023. 7. 26.
우비(woobie), 포단 갑자기 우비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이지앤아트 제품 중 판초 우의 비슷하게 생긴 걸 봤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꽤 달랐지만. 우비(woobie)는 판초의 라이너로 베트남 전 때 나왔다. 우리 군에서는 포단이라고 한다. 여름에 깔고 덮고 자는 데 썼었는데 요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일론 겉감에 폴리에스테르 필링이 살짝 깔려있다. 원래 이름은 판초 라이너였고 올리브 드랩이었다가 덕 헌터 카모 패턴도 썼다가 하면서 변화해 갔다. 우비라는 이름은 1983년의 미스터 맘이라는 영화에서 유래되어 그런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링크). 160cm X 210cm로 반으로 접으면 작은 침대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한때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아이템이 워낙 많기 때문에 대체품을 사용하고 있다. 덮고 자기에는 덥.. 2023. 7. 20.
이지앤아트, 카바라이프 전시 실험적인 기능적 워크웨어를 선보이고 있는 EGNARTS 이지앤아트(링크)의 전시가 숙대입구역 위 CAVA life 카바라이프(링크)에서 열려서 구경을 다녀왔다. 카바라이프는 처음 가봤는데 설마 여긴가 싶은 곳에 있으니 지도앱을 신뢰할 것. 막상 올라가면 깔끔하다. egnart의 옷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 예시를 보는 게 좋다(링크). 기능의 구현, 옷의 퀄리티 같은 게 궁금했는데 막상 다뤄보면 크게 무리가 가지 않게 재미있게 설계되어 있다. 워크웨어치고는 좀 부드럽고 얇은 원단이었음. 걸려있는 옷은 다 입어볼 수 있고 피팅룸과 거울도 마련이 되어 있는데 바지는 좀 번잡스러워서 관뒀고 상의는 뒤적거려볼 수 있다. 스냅으로 고정했을 때 저 바지의 플랩 부분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이 브랜드는 그런 문제를 상.. 2023. 7. 20.
장인과 공산품의 개별성 패션에서 소규모 생산과 대량 생산은 보통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조악한 옷을 손으로 만들던 시절 균일하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옷감과 의복은 근대 문명의 상징처럼 보였을 거다. 하지만 대량 생산 옷이 보편화된 이후 소규모 생산은 다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 냈고 우연이 결합되어 있다는 개별성은 '장인이 한땀한땀' 같은 관용구와 함께 고급품의 상징처럼 취급되었다. 기준치 이상의 만듦새를 가졌지만 모든 게 다 같지 않다는 건 고급품의 중요한 덕목이다. 장인의 실력을 중시한 고급 품목이 이렇게 생산된 시점에서의 개별성에 주목한다면 공산품 의류의 경우 다 똑같이 나온 이후 여러 곳에 흩어져 다른 환경과 사용 방식, 관리 방식에 의해 나중에 형성된 개별성에 주목한다. 낡은 헌옷, 페이딩,.. 2023. 7. 18.
세계의 확장, 카피탈과 보디의 예 지용킴의 2024SS 이야기(링크)를 한 김에 생각나서 덧붙여 보는 세계관 확장의 이야기.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그냥 떠올라서 카피탈(Kapital)과 보디(Bode)다. 중고 재현으로 시작된 카피탈은 청바지와 데님에서 곧바로 떨어져 나가며 천연 염색이라는 전통 장인의 이미지를 로고의 손과 모노즈쿠리라는 개념으로 내면화하면서 거기에 보로, 와비사비를 섞어 미국의 보헤미안 히피를 끼얹는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거의 거지의 옷은 에릭 크바텍의 룩북과 함께 전세계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자발적 혹은 강요된 배거본드와 방랑자와 카피탈 사이에서 발란스를 찾는다. 완성된 세계의 모습은 독특하고 요란하지만 익숙하다. 낡고 기운 흔적은 모사가 아니라 실제고 거기에 생활이 없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미디어를.. 2023. 7. 17.
JiyongKim 전시, 2024 SS 지용킴의 전시와 2024 SS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길래 구경을 다녀왔다. 스페이스 이수, 이수화학 1층에 있는 전시 공간인데 이수에 있는 게 아니라 신반포 아래에 있으니 주의. 말하자면 서래 마을 입구다. 낯선 동네에서 전시를 보고 나면 이제 어쩌지 싶을 때가 꽤 있는데 서래 마을로 스르륵 들어가도 좋을 듯. 근처에 문영희 이마쉬드리비 매장이 있는데 닫혀 있었다. 새것이 아닌 듯한 걸 만들어 내는 일은 꽤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마찰에 의한 페이딩, 핸드메이드 염색 등등. 심지어 미우미우 같은 브랜드에서도 신발에 낡음 가공을 입히는 시대지만 여전히 곱게 진열되어 있는 걸 보면 낯선 이미지가 있다. 우선 새것이 아닌 것을 만든다는 건 그 자체로 현대적이다. 또한 획일적인 공산품에 우연성과 개별성을 불어 넣.. 2023. 7. 16.
랄프 로렌의 버튼 셔츠들 중고 매장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으로 랄프 로렌의 셔츠가 있다. 폴로 셔츠는 단추에 칼라 달린 티셔츠라 폴로 셔츠라고 하면 헷갈리기 때문에 일단 버튼 셔츠라고 달았다. 셔츠와 버튼 다운(BD) 셔츠가 있긴 하다. 아무튼 정식 매장에서도, 아울렛에서도 인기가 많고 가품 제조로도 인기가 많다. 아무튼 엄청나게 많아. 그렇지만 요새는 버튼 셔츠를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가 없긴 한데 아주아주 가끔 셔츠나 입어볼까... 싶은 날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높은 완성도, 괜찮은 재질, 공산품 특유의 동일성 등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폴로 셔츠의 라벨 쪽으로 보면 보통 제품 라인과 재질이 적혀 있다. 언젠가부터 폴로 셔츠라고 하면 BLAKE에 L사이즈만 사고 있는데 오버사이즈에 훌렁훌렁입기 좋아.. 2023. 7. 14.
옐로 베스트 프로테스트 워크웨어와 시민 운동과의 연결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 김에(링크) 비교적 최신 소식 중 하나로 옐로 베스트 시민 운동. 2018년 즈음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Le) Mouvement des Gilets jaunes라고 한다. 뭐 간단히 말해 노란 안전 조끼 시위. 이게 첨예한 사회,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아주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 탄소 문제에 대한 대처, 하지만 유럽은 디젤 차 중심 - 환경 오염 문제로 세금 증가, 교통 사고 등 문제로 2018년 시골길 제한 속도를 90km/h에서 80km/h로 감속 -> 시골 주민의 자동차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불만이 폭증했다. 조금 더 윗 단계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국적 기업이 초래한 환경 문제의 비용을 노동 계층과 .. 2023. 7. 10.
50, 60년대 데님, 미국 흑인 인권 운동 얼마 전 이야기했던 디올 티어스(링크)에 보면 1950, 60년대 흑인 시민 운동과 데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50년대의 흔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60년대는 주의해서 볼 만한 확실한 움직임이 몇몇 있다. 청바지, 데님의 역사를 보면 캘리포니아 광산 - 카우보이 - 헐리우드 배우 - 청년 문화 이런 식의 줄기가 보통이다. 하지만 이건 말하자면 백인 위주의 서술이다. 캘리포니아 광산에서 카우보이로 넘어가던 시절 남부에서는 차별 정책 아래 흑인 일꾼들이 데님 작업복을 입었다. 그리고 1950년대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아프리카 계 미국인의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시민 운동이 시작된다. 1950년대 인권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흑인들이 .. 2023.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