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3 13:53

드넓은 여성 가방의 세계에 비해 남성 가방의 세계는 여전히 꽤나 좁은 편이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갈 수록 상당히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는데 아주 캐주얼한 아웃도어 백팩과 아주 포멀한 가죽 브리프케이스 사이에 많은 카테고리의 가방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토트백이다.

 

토트백이란 커다란 본체가 있고 손잡이 끈이 두 개 정도 달려 있어서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이다. 어떤 제품은 손잡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절대 어깨에 걸 수는 없지만 대신 따로 크로스 스트랩을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손잡이 끈은 손잡이 끈대로 적당히 길어 어깨에 넣을 수 있고 스트랩도 달 수 있는 것도 있다.

 

구르카 No 72

이렇게 보면 상당히 다양해 보이고 경계선이 불분명해지지만 길든 짧든 본체 양쪽에 붙어 있는 손잡이 끈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거기서부터는 토트백이 아니라 클러치 혹은 숄더백, 크로스백의 세계가 된다.

 

또 본체와 손잡이까지 전체가 오가닉 코튼, 재활용 코튼으로만 되어 있다면 따로 에코백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왜 환경 친화적 아이템이 토트백처럼 생기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본체에 달려 있는 끈 두 개, 즉 무척 원시적인 심플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토트백이란 그런 것이다.

 

 

토트(tote)라는 말은 미국 속어로 무언가를 옮긴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가 나온 건 몇 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기에 가방이 붙은 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1890년대 쯤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어떤 신발 가게에서 홍보용으로 토트백의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가방을 내놨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대중적인 아이템이 된 건 1940년대의 엘엘빈(L.L Bean) 덕분이다. 엘엘빈은 1940년대에 보트 앤 토트라는 가방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단단한 캔버스에 각을 적당히 살려 놓은 본체에 손잡이를 양쪽에 달아 놓은 가방이다. 캠핑용 얼음을 운반하라고 내놓은 가방이라 얼음이 쉽게 녹지 않을 정도의 온도 보존(지금은 보잘 것 없는 기능성이겠지만)을 위해 두터운 캔버스를 썼다. 이런 모든 기능적인 고려가 합쳐져 튼튼하고 아무대나 쓸 수 있는 다용도의 가방이 등장했다.

 

최근의 엘엘빈 보트 앤 토트 라인업

 

이 가방은 원래 손잡이가 짧은 편이었는데 얼음처럼 덩치가 좀 있고 무거운 물체를 옮기려면 손으로 붙잡고 나르는 게 안전하기 때문일 거다. 바로 이런 기원 때문에 토트백이란 원래 어깨에 매거나 크로스로 두르는 게 아니라 손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토트백이어야 애매한 가방 장르간의 경계 속에서 토트백 만의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토트백이라면 브리프케이스에 보다 가까워진다. 생긴 모습에서 뭐가 다를까. 가로 세로 길이의 비율, 손잡이 길이의 미묘한 차이 정도? 둘 다 어깨에 걸 수는 없지만 브리프케이스는 오직 손만 들어가고 토트는 팔꿈치 아래 정도는 들어간다. 손만 들어가는 것도 있긴 하다.

 

 

아웃도어용으로 시작한 토트백은 이제 실로 넓은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케아에서 구할 수 있는 거대한 파란색 장바구니도 토트백이고, 고품질의 캔버스에 단단한 가죽 핸들을 단 핸드 메이드로 만든 가방도 토트백이다. 통으로 가죽으로 만든 것도 있고, 헤리티지의 고급 브랜드에서는 대부분 시그니처 로고 프린트의 토트백를 내놓고 있다.

 

빅 토트

 

빅 토트

 

토트백은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질 때 더욱 좋다. 백팩을 매면 아우터웨어의 전체 모양이 흐트러져 신경이 쓰이고 그렇다고 브리프케이스는 지나치게 사무적인 기분이 든다. 하지만 토트백은 캐주얼과 포멀 사이 어디쯤에서 발란스를 완성시켜 준다. 즉 캐주얼의 세계에서 포멀의 세계를 넘볼 때, 포멀의 세계에서 캐주얼의 세계를 넘볼 때 적당한 중간 기착점이다. 

 




Posted by macrosta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