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가 타카하시는 이제 T.T로만 쓰는 건지 원래 그랬던건지 기억이 잘 없는데 이번에 봤을 때는 T.T만 보인 거 같다. 해방촌 근처에서 2024AW 프리뷰 같은 걸 해서 보고 왔다. 최근 본 것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요새 이런 걸 약간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듯. 가서 찍었던 사진은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링크)에서. 옷 말고도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이번 시즌 이야기만.
푹신푹신하고 가벼워서 캐시미어나 울은 아닌 거 같은데 뭐로 만들었나 봤더니 알파카 50%에 울 50%였다. 단조로운 아저씨의 컬러인데 넓은 손목과 허리의 립, 그리고 거기와 어깨의 올록볼록한 주름이 포인트다. 너무 미묘해서 보는 사람은 커녕 입는 사람도 어느날 문득 눈치챌 만한 변화가 T.T 옷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역시 아저씨의 벨트. 80년대 호텔 로비에 있는 고밀도 면 피케 티와 모직 바지를 입은 수상한 아저씨의 벨트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영화 속 미국 모텔이나 재즈하는 흑인 아저씨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바닥 하얀 자갈 위에서 뭔가 금속 덩어리가 반짝반짝 거리고 있는 데 눈을 뗄 수 가 없었음.
올해 여기저기서 오트밀 직물이 많이 보인다. 입체감이 있지만 패턴이 규칙적이기 때문에 단조롭게 보이고 금세 질리는 면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입체감을 불규칙하게 돋보일 장치가 필요하다. T.T가 워크 팬츠에 사용한 건 울 55%에 리넨 45%가 얽혀있는 직물이다. 울의 경우 1세기 쯤 된 데드스톡 셰틀랜드 건조 울을 모방했다고 한다. 이런 옷은 막상 보면 망설여질 지도 모른다.
뭔가 아저씨 농담 같은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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