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18 리바이스의 파란색 오래간 만에 데님 이야기. 아래 사진의 데님은 맨 위가 리바이스, 가운데가 칼하트, 맨 아래가 매버릭이다. 사실 이따위 사진은 데님 컬러에 대한 선별력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프로가 찍어준 적이 있는데 보니까 태양광 아래서 좋은 카메라로 좋은 실력을 가지고 찍어야 그나마 색이 전달되는 거 같다. 아무튼 일단 위 셋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제조, 그렇다고 셀비지나 빈티지는 아닌 80년대, 90년대 미국 제조의 시절이 끝나갈 무렵 만들어진 데님 제품들이다. 예전부터 말했지만 이 즈음 데님을 좋아하는 데 색은 나쁘지 않고, 비싸지 않고, 지나치게 훌륭하고 귀해서 입기 아까울 일 없고, 튼튼한 구시대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있고 그렇기 때문이다. 컬러가 전달될 만한 사진들을 좀 찾아봤다. 우선.. 2022. 1. 11. 수동적 믹스 앤 매치, 콜라보 벌써 예전 일이지만 패스트 패션이 처음 옷 같은 대접을 받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패스트 패션과 럭셔리, 요새는 빈티지, 중고 옷을 섞어서 '자신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믹스 앤 매치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왔었다. 이 이례적인 현상은 이제는 일종이 표준적 착장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믹스 앤 매치가 나온 이유는 세대 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패션은 성별, 직위, TPO 등에 따라 어떤 경계가 있었고 브랜드들은 그 경계 안에서 자신 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가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예외도 있지만 그건 패션이 어쨌든 생활복이고 그러므로 누구나 운동을 하고, 누구나 휴식을 하고 등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소니가 내놓는 트레이닝 셋업과 나이키의 트레이닝 셋업은.. 2022. 1. 10. 바버, 워시드 자켓 방수 의류에 관심이 꽤 많지만 사실 도시 생활에서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게 잠정적 결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산을 쓰는 문화권이고, 비가 분무기 뿌리듯 내리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왁스칠 같은 원시적 방법은 더욱 그렇다. 무겁고, 냄새나고, 보관도 어렵고 이런 걸 입고 다니기에 인구밀도가 너무 높다. 그렇지만 이런 원시적 방수 의류는 다른 직물, 후처리가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마음에 들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입고 다니는 게 낫다. 그리고 바버의 왁시드 자켓을 입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게 딱히 이상한 일도 전혀 아니다. 오히려 몇 년 간 꽤 단단한 층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 있다. 어쨌든 바버의 의류는 기본인 왁시드가 있고, 또 논왁스 버전들이 있다. 바버를 사는.. 2022. 1. 5. 로에베 + 센과 치히로 콜라보 로에베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콜라보 컬렉션이 나온다. 영어 제목이 Spirited Away였군. 예전에 이웃집 토토로와의 콜라보가 나온 적이 있는 데 지브리랑 무슨 장기 계약 같은 걸 맺은 건가... 아무튼 토토로의 경우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약간 별로였다.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패션이라는 건 여전히 상도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이 시장은 매우 커지고 있는데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큰 관련이 있을 거다. 지금도 이 컬렉션에 대한 찜찜한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얼마 전 콜라보에 대한 글을 쓰면서 패션이 제공하는 노스탤직한 그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건 물론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발렌시아가 심슨은 어른.. 2022. 1. 5. 플랫폼 플레이스, 책 매장 이야기가 아니라 책 이야기다. 작년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몇 가지 일을 끝내고 잠깐 쉬면서 뒷산을 한 번 올라갔다 오고 책을 읽었다. 플랫폼 플레이스가 1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일을 돌아보고 미래를 기약하는 책이다. 서점에서도 팔고 있다. 여기(링크)를 참고. 이 책은 사실 내가 쓴 이야기도 짧게 들어가 있고 또 그 원고를 쓰면서 일부분을 읽어보기는 했다. 이런 류의 책(브랜드가 뭔가를 기념해 내놓은 책)은 인상 만으로 보면 행사 같은 거에서 나눠주겠지, 딱히 재미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꽤 재미있다. 위 링크에서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자체의 역사, 콘셉트 스토어의 역사, 기능, 그리고 상당히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보며 나오는 각자의 이야기 등등 많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아주.. 2022. 1. 3. 울리히의 고어텍스 코듀로이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는 데 고어텍스 계정에 울리히의 고어텍스 코듀로이 다운 파카가 올라와 있었다(링크). 가끔 면 + 고어텍스, 울 + 고어텍스 이런 걸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코듀로이. 그래서 이건 또 뭘까 싶어서 울리히 홈페이지(링크)에 보니까 코듀로이 계열 제품만 일본-디자인이라고 되어 있었다. 고어텍스 인피니엄으로 예전 이름으로는 윈드 스토퍼. 방수가 필요없는 상황에서 적당한 발수와 방풍에 특화된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겨울에는 눈이 꽤 내리고, 비 오는 데 굳이 자켓만 입고 나가는 사람 별로 없기 때문에 하드코어 등산이나 등산 때 비상 용도가 아니라면(이 경우 얇은 패커블 고어텍스가 최선) 방풍이 잘 되는 게 훨씬 쓸모가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2 레이어 고어 텍스. 코튼 코듀로이에 고어.. 2021. 12. 26. 해피 홀리데이입니다 요새 나름 빠듯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기회가 날 때 써봅니다. 해피 홀리데이, 메리 크리스마스. 요새는 홀리데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죠. BTS쪽 엔터사도 그렇게 통일해서 쓰고 있더군요. 아무튼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여전히 이상하고 불안한 기반 위에 있었던 거 같은 한 해였습니다. 아직 판데믹의 시대에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루틴에 익숙해지지 못한 거 같아요. 물론 문제는 그런 데만 있는 게 아니겟죠. 최근에 본 홀리데이 관련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 이건 MHL의 이메일에 들어있던 것. 이건 ilyamilstein(링크)라는 분이 그리신 것. 그리고 이건 오늘 집에 오다가 만난 고양이. 흔들렸네요. 골골골거리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생전 처음 본 사람이 조금 만진다고 골골대다니 .. 2021. 12. 23. 롱코트와 롱패딩의 갈림길 "아주 추운 날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입고 나가는 옷"을 찾는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제 나름 이런저런 방한 의류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주 추운 날이 찾아오면 이렇게 저렇게 입고 나가자는 계획을 짜야 한다. 물론 모든 걸 해결하는 이상적인 옷은 세상에 없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마음이 편해지는 옷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환상이다. 그런 이유로 새 건 여전히 무리이기 때문에 중고 매장을 뒤적거리며 올해도 몇 개의 후보를 찾았다. 우선 코트다. 코트는 패딩보다 춥지만 그래도 내 옷장 아카이브에 결여되어 있는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다. 처음 눈에 보인 건 arpenteur의 utile이라는 코트. 멜톤울에 안감이 없는 버전으로(요새 나오는 건 안감이 있는 듯 하다) 넉넉한 오버사이즈에 어.. 2021. 12. 17. 칼하트, Mossy Oak 옛날 카탈로그 뒤적거리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딱히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고 우연히 어딘가에서 마주친다, 이러이런 게 나왔었네... 하고 구경하는 정도다. 역시 이런 종류는 파타고니아, 칼하트, 필슨 같은 브랜드가 재미있는 데 과거의 가격, 과거의 기능성 등등에 대한 설명이 꽤 재미있고 특히 워크웨어 브랜드 류는 새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군... 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칼하트의 90년대. 요즘은 블랭킷 라인드 초어 재킷과 블랭킷 라인드 디트로이트 재킷이 89.99불로 가격이 같은 데(TALL 버전이나 아주 큰 사이즈는 10불 더 비싸다) 위 카탈로그 당시는 53.49불과 51.99불로 초어 재킷이 더 비쌌다. 이유가 뭐였을까. 아래 오른쪽 웨스턴 재킷 같은 건 72... 2021. 12. 13. 코로나 유틸리티의 M65, CJ112 코로나 유틸리티의 블로그(링크)를 보는 데 이런 구절이 눈에 띄었다. 구글 번역기 돌린거라 어색한 부분은 이해하시고. M65는 오랫동안 사용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훌륭한 옷이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입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은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어깨 견장. 이건 몸집이 상당히 크거나, 옷이 상당히 커서 묻힐 정도가 되어야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위 블로그에 나온 다카쿠라 켄(링크)의 착장은 몸집이 있어서 그런지 딱 어울린다. 그리고 면 50% - 나일론 50% 혼방도 일상복으로 대할 때 살짝 거슬리는 부분이다. 굳이 발수 기능은 필요가 없고 M65의 발수 기능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경년변화, 페이딩 쪽에서 불리하다. 면 100% 쪽이 확실히 더 흥미진진하다. 이런 단점들을 생각.. 2021. 12. 9. 나이키 카우스 사카이 블레이저 로우 2021 참여한 곳들만 가지고도 제목이 저 모양인데 더 긴 이름이 안 껴서 이 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올해 사카이 + 나이키가 상당히 많이 나왔는데 그중 블레이저 로우만 4색인가 5색이 나왔고 거기에 KAWS가 낀 3자 콜라보가 4색이 또 나왔다. 운동화 드롭 신을 구경하면서 느낀 게 이거 나오는 게 너무 많아서 뭐가 나왔는지 기억이나 하지 싶은데 그래도 기억들을 하겠지. 관심은 기억 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중 카우스 콜라보는 기존 블레이저 로우 버전에 XX 마크가 들어가 있고 색도 더 여기저기 들어가 있다. 사실 이 신발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재미있기는 한데 특히 앞 부분에 고무 덧대 붙인 거 같은 모습을 약간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 신발을 너무 오브제처럼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반에 .. 2021. 12. 3.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났다 새벽에 자다가 깨서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가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인은 암(cardiac angiosarcoma). 너무 예상하지 못한 뉴스였고, 너무 현역인 분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일을 많이 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나오는 소식 보면서 일을 너무 많이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어쩐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물론 암 없었어도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사람이긴 했겠지만. 얼마 전 게시판이나 포럼을 보면서 나이키 + 오프 화이트 콜라보를 통해 고급 패션의 세계로 들어선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보던 것과 다른 패션, 생각하던 것과 다른 패션을 본 충격은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꿔놓고 이후 오래 영향을 미친다. 조금 더 진중.. 2021. 11. 29.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