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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웨어 거리감 가정

by macrostar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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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웨어가 패션 영역 쪽으로 자리를 넓히면서 생산자 쪽에서도 현대인의 수요에 맞춰 패션을 의식하고 소비자 쪽에서도 새로운 옷을 찾는 과정에서 워크웨어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런 변환이 아웃도어나 밀리터리웨어처럼 비슷한 계열의 옷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었는데 1970년대 들어서야 대학 캠퍼스나 히피 공동체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청바지처럼 일찌감치 청년 문화와 패션에 진입한 옷도 있긴 한데 청바지의 세계는 너무 넓고 광대해서 워크웨어로 함께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거리감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즉 아웃도어나 밀리터리웨어는 도심 생활자와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대자연과 멀리 떨어진 곳, 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런 옷은 패션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를 막 제대한 사람이 밀리터리 패션을 받아들이는 데 정신적 저항이 있듯 건설 현장이나 자동차 공장의 작업복은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깝고 그 옷이 드러내는 신호가 지나치게 강하다.

칼하트 WIP OG 산타페
칼하트 US 빈티지 산타페

칼하트의 작업복이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패션으로 발굴되고 영국에서 1990년대 칼하트 WIP의 런칭으로 이어진 것도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마약 딜러와 래퍼들이 칼하트의 옷을 입기 시작했었는데 그 흔함과 익숙함을 생각해 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 일이었다.

 

아무튼 그 거친 옷을 그래도 받아들여 대중적인 패션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중화되고 재구성된 칼하트 WIP라는 중간 개체가 필요했고 이런 일을 계기로 워크웨어의 거친 면모 자체를 패션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지면서 칼하트 US의 작업복으로까지 대상을 넓혀갈 수 있었다. 이후 워크웨어의 패션 반경이 넓어지면서 적당히 패셔너블한 워크웨어 느낌이 강한 옷과 워크웨어는 모두 각자의 포지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유튜브 같은 데서 패션 - 칼하트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복잡한 시선을 가끔 느낄 수 있는게 약간 재미있다. 또한 그런 경험을 가지고도 타인의 문화를 가져다 멋대로 변형해 사용하는 데에 대한 반성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약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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