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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구찌, 서울

by macrostar 202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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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과 구찌의 대형 패션쇼가 서울에서 열렸다. 루이비통은 5월 1일 잠수교, 구찌는 5월 16일 경복궁. 왜 대형 패션쇼가 서울에서 열리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 기사들이 이미 나와있으니 딱히 더할 이야기는 없는 거 같다. 아무튼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는 이그조틱한 장소를 찾아 세계를 돌아다닌다. 꽤 제국주의적인 감성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 장사가 원래 그런 기반을 가지고 있다. 유럽(만)이 팔고(=만들 수 있고) 세계가 입는다는 감성.

 

어쨌든 한국은 케이팝에 넷플릭스 드라마 등 주목할 만한 것도 많고 파급 효과도 나쁘지 않을 거다. 또한 국내 브랜드에게도 여러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구찌 따라 온 모델들이 전날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SNS에 올렸고 에이셉 라키는 동묘도 가고 만물상단, 라보엘 빈티지 매장도 가고, 김씨네 사장님 티셔츠도 입고, PAF 매장도 가고, 뮤비도 찍기도 했다. 

 

 

잠수교와 경복궁이라는 게 약간 재미있다. 사실 잠수교 패션쇼하기에는 너무 길고 위쪽도 막혀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처음 왔는데 적당한 사이즈라 할 만한 중랑천 위 다리에서 하기는 좀 그랬을테니까. 경복궁도 마찬가지. 화성이나 남한산성 쪽이 더 근사했을 거 같지만 처음 왔는데 대표적인 곳을 선점하고 싶었겠지. 그래도 목조 건물이 많은 곳에서 굳이 밤에 해야했나 싶다. 돌로 된 데서 하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형 행사를 서울의 주요 장소에서 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다. 잠수교는 굳이 월요일에 하루 종일 막아놔서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고, 경복궁은 사실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문화재 괜찮은 건가 이슈가 되기도 했고 밤새 파티한다고 시끄러워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오픈된 공간에서 밤샘 파티는 구찌 한국의 조심성 없는 준비 문제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위에서 잠깐 말했듯 이런 걸 꼭 해야 겠다면 가능한 돌로 된 구조물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패션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어차피 별 기대가 되는 스텝은 아니었다. 게스키에르의 루이비통 패션은 원래 재미가 없고, 구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에서 사바토 드 사르노로 크리에이티브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도기 중간의 공백이다.

 

 

 

 

구찌의 경우 이러한 집단 창작의 기간 동안 패션쇼 속에서 눈에 띄는 센스를 선보이는 누군가가 있을테고 구찌, 케링의 주목을 받아 어디론가 올라갈 수 있을 거다. 뭐 그런 이너 서클의 시각은 모르겠지만 60세트의 착장 속에 굳이 되새김질을 할 만한 옷은 없는 거 같다. 

 

이 기간 동안 쏟아진 수많은 영상과 사진들 중에 인상적인 게 있다면 우선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워크 재킷.

 

 

패션쇼를 멍하니 보다가 저 옷은 뭐야, 비통에 저런 게 있나, 피오갓 옷처럼 생겼네, 에이 설마,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잠깐 동안 했었는데 잘 모르겠다. 아무튼 찬 바람이 불어오는 잠수교 위에서 혼자 그나마 따뜻한 옷 입고 있었던 듯.

 

구찌 애프터파티의 윈터 - 하니도 케이팝 팬들에게 나름 기억에 남을 만한 샷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만 구찌 - 하니 조합은 모르겠음. 얼마 전 무슨 백화점인가 커다란 사진 붙어있는 거 봤는데 일단 너무 어려... 너무 아이야... 이런 행보와 쉰소리를 계속 하고 있는 듯한 CEO인가를 보고 있으면 저 회사 지금 괜찮은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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