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18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를 보고 오다 DDP에서 하고 있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 절대적 전형' 전시를 보고 왔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들어온 이후 만들어 온 시즌과 그 주변을 떠도는 영감의 출처를 보여주는 전시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여기(링크)를 참고. 설명에 의하면 아키타이프는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원형을 뜻하는데 그게 바로 절대적 원형이다. 내재되어 있는 집단 무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같은 의미인가. 아무튼 전시의 좋은 점이라면 이걸 보고 있으니 미켈레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을 했군 이런 생각이 든다. 예약만 받는 무료 전시라 간단히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뭐가 많아서 나름 시간이 좀 들었다. 모티브로 나온 것들이 원형, 원본인가 하는 의심이 들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건 또.. 2022. 3. 21. 폴로 + 모어하우스, 스펠만 대학 폴로가 모어하우스 대학, 스펠만 대학과의 파트너십 확장을 발표하면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실 편안함과 실용성의 시대에 바람막이와 후드가 지루해질 때 쯤 약간이라도 갖춰진 타입의 패션 미학을 찾게 될 수 있는데 너무 엄격한 쪽으로는 쉬이 접근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고 느슨한 아이비 패션, 프레피 패션 즈음이 딱 적합하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비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듯 하다. 폴로가 캡슐 컬렉션을 발표한 대학 중 모어하우스는 역사가 깊은 흑인 남자 대학이고 스펠만은 아프리카계 여성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둘 다 1800년대 말에 설립되었고 수많은 저명한 인사들을 배출했다. 폴로는 아주 직접적으로 흑인과 여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모델은 물론이고 사진.. 2022. 3. 17. 지퍼의 방향 보통 아웃도어웨어, 워크웨어 계열의 옷은 배치와 장치에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목적이 있는 옷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왜 이렇게 생겼지, 이건 왜 붙여 놨지 같은 걸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프린트나 패턴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장식을 하겠다고 뭔가 들어있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몇몇 자켓 주머니의 지퍼 방향. 특히 예전 파타고니아. 레트로 X 베스트의 사이드 주머니는 지퍼를 위로 올리면 열린다. 이에 비해 가슴 주머니는 평범하게 위로 올리면 닫히고 아래로 내리면 열리게 되어 있다. 요즘은 가슴 주머니와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90년대 즈음 버전은 이랬다. 비슷한 시기.. 2022. 3. 16. 얼굴을 가리다 최근 얼굴을 가리는 '패션'은 두 가지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의 패션 타입 발전형. 이건 어차피 뭔가 쓰고 다니니까 좀 폼나게 하자는 식으로 꾸미는 형태의 패션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얼굴을 통으로 가리는 스타일이다. 이건 예전에 발렌시아가나 마르지엘라 같은 데서 가끔 선보였었다. 털북숭이 페이스 마스크라든가 보석이 잔뜩 붙은 페이스 마스크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페이스 마스크는 후자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형을 여러 군데서 이어 받고 있는데 예를 들어 베트멍이 있다. 요즘은 vtmnts인가. 인스타그램 가봤더니 vetements라는 이름 아직 쓰는군. 왜 얼굴을 가릴까. 카니예에 대한 3부작 다큐 지-니어스를 보고 난 인상을 두고 말하자.. 2022. 3. 11. 눈보라가 몰아치는 발렌시아가 옷은 어디까지나 생존과 기능의 세계다. 패션이 옷과 다른 점이라면 그 위에 무엇인가가 씌워져 있다는 거다. 그건 조금 더 폼나고 멋져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스토리와 분위기가 씌워져 있는 걸 수도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는 생존과 기능의 부분을 버리기도 한다. 패션의 본질이 과연 옷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무튼 보다 즐거운 삶을 위한 도구다. 즐겁다는 단어를 즐겨 쓰기 때문에 가끔 오해가 있기도 한데 여기서 즐겁다는 말은 윤택하고, 상상을 자극하고, 단순한 삶의 결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드는 등의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을 패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2022FW 발렌시아가는 한동안 시커먼 화면 속에서 대기를 타더니 눈보라가 치는 길을 모델들이 걸어 나오기 .. 2022. 3. 8.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2022 FW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갑자기 폭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를 예상해 보자면 그냥 그럴 만한 때가 되어서 혹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자신의 작업에 파동을 만들어 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는 그저 깽판을 부리고 싶어서 등등이 있을 거 같다. 로에베의 명성에 맞게 나름 얌전한 컬렉션을 내놓고 또 점잖은 가방과 지브리 스튜디오와의 귀여운 협업 같은 걸 꾸준히 진행하던 로에베가 2022 FW에서 살짝 폭주를 한 거 같다. 사실 이번 패션위크의 여러 디자이너들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조금 보이는 데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패션쇼의 출구가 틔이면서 그동안 쌓아놨던 것들을 실현하거나, 혹은 패션의 대변화 앞에서 모두가 갈 길을 잃고 있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상황이니 거기에 뭐든 함께 던져보자.. 2022. 3. 7. 몰리 고다드와 시몬 로샤 2022 FW 패션위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예전만큼 관심이 잘 가지는 않는다. 패션위크가 더 이상 패션의 중심이 아니게 된 탓도 있겠지만 세상의 분위가 영 엉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가 패권주의를 앞세운 무력 시대로 다시 진입하느냐의 문제로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는 판에 패션 따위, 뭐 이런 생각이 날 법도 하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인스타 알림 따라 챙겨본 몇 가지 패션쇼가 시큰둥했던 이유도 있다. 어쨌든 챙겨본 것 중에서 몰리 고다드와 시몬 로샤의 2022 FW가 꽤 임팩트가 있었다. 몰리 고다드, 위 사진은 패션스냅(링크). 풀 컬렉션도 링크에서. 시몬 로샤. 역시 패션스냅(링크). 시몬 로샤는 자기 세계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2022. 2. 26. 눕시와 칼하트 J140 눕시와 칼하트의 J140은 근본이 다른 옷이다. 참고로 J140의 요즘 이름은 펌 덕 인설레이티드 플란넬 라인드 액티브 자켓이다. 펌 덕(Firm Duck)은 소재 이름, 칼하트 특유의 뻣뻣한 면이다. 칼하트 WIP에서는 디어본 덕이라는 걸 쓴다. WIP는 입어본 적이 없어서 뭐가 다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12온스 짜리 코튼인 건 같다. 그리고 인설레이티드는 솜 충전재가 들어있다는 의미고 플란넬 라인드는 안감에 기모를 살짝 올린 플란넬을 붙여 놨다는 뜻이다. 액티브 자켓은 후드 + 풀 집업의 칼하트의 대표적인 작업복이다. 칼하트의 덕 액티브는 펌 덕이라는 코튼을 겉감으로 쓰고 위 생긴 모양은 같은 상태로 내부에 뭘 쓰느냐에 따라 여러가지로 갈린다. J130이나 J131 같은 써멀 라인드가 가장 유명하고.. 2022. 2. 26. 리와 리바이스의 데님 자켓 데님 자켓, 데님 트러커라는 건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엔 다른 재미있는 옷이 많다. 또 생각해 보면 데님 자켓 하나만으로 봄, 가을 정도는 넘길 수 있다. 즉 겨울은 몰라도 이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외투는 어떻게든 보낼 수 있다. 데님 자켓 뿐만 아니라 외투로도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긴 한다. 혹시 그런 경우에 방수 계열이 더 나을까? 그거야 우산 쓰면 되지. 하지만 데님 트러커를 여럿 가지고 있다. 쓰잘 데 없는 호기심, 집착, 물욕의 결과다. 게다가 이번에 리의 데님 자켓도 구입했다. 리는 처음이다. 사실 괜찮은 스톰 라이더 어디 없나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칼하트의 블랭킷 라인드 자켓을 장만하면서 그건 됐다 싶어졌다. 옛날 스톰 라이더 상태 좋은 건 이제 너무 .. 2022. 2. 25. 컬러풀한 베트라 베트라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트윌 코튼 자켓 사진이 눈에 띄었다. 화사하군. 올 겨울은 너무 춥고 징글징글하지만 아무튼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두터운 베트라의 자켓을 입을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짧지. 2022. 2. 24. 이지 갭 엔지니어드 바이 발렌시아가 아주 예전에 카니예라고 적다가 또 한참 칸예라고 적었는데 얼마 전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니 카니예 쪽이 더 가깝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검색의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카니예, 갭, 발렌시아가의 협업 컬렉션이 나왔다. 발렌시아가 라벨이 붙은 비싼 옷에 선명한 GAP 로고가 붙은 건 갭이 카니예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부터 노리고 있던 바가 아닐까 싶다. 카니예 패션의 재미있는 점은 생각하기 어려운 이상하게 생긴 옷을 계속 내놓는다는 거고 그걸 또 극단적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쌓이다 보니 이제 눈에 보이는 듯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어쨌든 낯선 모습, 룩, 뒤틀린 실루엣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오버사이즈 패션에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 2022. 2. 24. 크림 vs 무신사 크림과 무신사가 에센셜스의 정품 여부를 놓고 격돌을 벌이고 있다. 전개 과정을 보면 무신사 부티크에서 구입한 에센셜스 후드를 크림에 내놨는데 가품 판정을 받았고, 그 이유에 대해 공지를 했고, 이게 커뮤니티를 타고 퍼져 나아가자, 무신사 측에서 매입에 문제는 없었고 정품이다는 공지를 내놓으면서 크림의 공지를 삭제하라고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크림에서 그것은 가품이다라는 공지를 낸 상태다. 아무래도 법적 다툼으로 갈 거 같다. 크림의 정품 판정 능력과 무신사의 부티크는 양쪽 비즈니스의 핵심 부분이기 때문에 양쪽 다 퇴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눈으로 보고(X레이든 뭐든) 정품 여부를 판명한다는 데 회의적이다. 기계가 만들든 사람이 만들든 모든 제품은 뽑을 때 마다 다르고 공장마다 조금씩 다를 수 밖에.. 2022. 2. 22.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