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341 소소한 강박 내 의복 생활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작은 거슬림을 잘 버티지 못한다는 것. 어지간한 옷은 사이즈만 맞으면 잘 입고 다니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사용을 잘 안 하게 된다. 예전에 이런 걸 군더더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는 약간 더 총체적인 듯. 아무튼 그려려니하고 살면 될텐데 그게 잘 안된다. 2024년 들어서 M65 견장 떼어 내기(링크), 반스 44 DX 사이드 떨어진 고무 붙이기, 니트 늘어난 목 줄이기(링크), 손목이 너무 좁아지는 커프스의 단추 위치 바꾸기 등등 가지고 있는 옷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유지보수에 힘을 쓰고 있다. 이번에 건든 옷 중 하나로 예전에 이야기했던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링크)가 있다. 이 옷은 다 좋고 겉감 소재, 단추 등.. 2024. 1. 19. M65 필드 재킷 견장 떼기 원래 옷은 잘 안 건드는 편이다. 만든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보통은 그런 이유가 있는 옷만 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좋은데 결정적으로 거슬리는 데가 있고, 그게 착용을 망설이게 하고, 그 부분을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곳이라면 건들기도 한다. 물론 지나치게 값어치가 있는 옷이라면(가격의 측면이 아니라 해도) 그렇다고 해도 건들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애물단지와 다를 게 없고 자리만 차지하므로 그런 건 애초에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들여올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고 그러므로 애물단지들은 쌓여간다. M65 필드 재킷을 꽤 좋아하는 데 막 입어도 되고, 저렴하고, 늦가을부터 겨울 지나 초봄까지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에는 내피 없이 입고, 추워지면 내피를 붙이고 - 사실 .. 2024. 1. 6. 코팅형 방수 재킷 노스페이스의 하이벤트, 드라이벤트 등이 코팅형 방수를 쓰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통풍 + 방수 기술을 많이 볼 수 있음. 고어텍스의 경우 필름을 실링하는 방식을 쓰는데 코팅을 하면 그거보다 저렴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볼 수 있다. 코팅형의 문제는 땀 같은 걸 그때그때 세탁하지 않고 방치하면 코팅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 예를 들어 이런 것. 안감이 있는 옷의 경우 내부에서 코팅이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면 온 구멍에서 하얀 가루가 빠져나온다. 아주 작은 입자들이라 안감을 뚫고 나오기도 함. 사진만 봐도 갑갑해... 미국 노스페이스의 경우 라이프타임 워런티를 하는데 그래서 이렇게 낡은 옷을 보내면 제대로 된 옷을 다시 보내주기도 한다고 한다. 궁금하면 여기(링크.. 2023. 12. 19. 다운 재킷의 스티치에 왁스칠 주의 : 하고 싶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실행하세요. 책임 안 짐. 난 모르는 일. 기본적으로 옷을 보면서 이걸 만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을 거 아냐, 대체 왜 이랬지 등등을 고심해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므로 껍데기만 남아있는 장식 같은 데 별로 호감이 없고, 어떤 카테고리의 기원이 되는 옷에 호감이 많은 편이다. 즉 그 옷이 있기에 다음 옷이 있는 옷들. 참고로 그냥 아무 의미없이 오직 꾸밈의 유희를 위해 붙어 있는 것들에는 또 약간 호감이 있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별 생각이 없는 거에 많은 투자를 하는 불완전하고 불합리한 존재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대대적인 개조를 한다던가, 옷을 뜯어 가방을 만드는 거 같은 리메이크를 한다던가 하는 데는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원본의 이유를 훼.. 2023. 11. 25. 급격한 추위 - 마구 껴입기의 문제 그러니까 2018년 1월, 내가 가지고 있는 옷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과격한 추위를 지나친 후(링크) 겨울 레이어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졌다. 이때부터 중고 매장에서 두툼한 다운 파카만 보이면 사고 싶어지고, 각종 플리스와 라이너도 끌어 모으기 시작한 거 같다. 당혹스러운 추위에 테스트의 미비, 비효율적 접근은 여러 문제점을 남기긴 했는데 그러면서 깨달은 교훈은 마구 껴입는 게 방법이 아니라는 것. 3 레이어에 기반해 가능한 가볍게 입고 차라리 잠깐이라도 뛰어 몸의 온도를 끌어 올리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당시의 마구 껴입기의 흔적. 플란넬 셔츠 위에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플리스 풀오버를 뒤집어 쓴 다음에 다운 파카를 입었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가 난방을 하지 않는 한 어느 한 부분 추위를.. 2023. 11. 15. 귀찮은 벨크로의 무력화 요시다 포터 가방은 많은 인기를 끌고 오랫동안 나오고 있지만 나랑은 좀 사용 패턴이 안 맞는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애매한 사이즈, 토트의 짧은 줄 길이 그리고 사방의 벨크로. 그래도 탱커 시리즈의 나일론이나 스모키 시리즈의 혼방 데님 같은 거 좋아해서 어떻게든 써보려고 하는데 매번 잘 안되고 그런 결과 이것저것 많이도 샀고 이제는 거의 다 처분을 해 버렸다. 여전히 잘 쓰는 건 마가렛 호웰 + 포터의 브리프케이스(링크), 포터 탱크의 숄더백 가장 작은 사이즈, MHL + 포터의 자전거 가방 스몰 정도. 그러던 중 이번 가을, 겨울 시즌은 스모키 시리즈의 숄더백을 써보려고 하고 있다. 이거. 이것 역시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애매하게 작은 사이즈. 매일 가지고 다니는 게 지나치게 많기는 한데 생긴 거.. 2023. 11. 13. 시에라 디자인스 60/40 파카의 약점 시에라 디자인스의 60/40 파카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도 요 몇 년은 일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이걸 좀 많이 입는 해가 되어야지 생각하면서 날씨가 맞을 거 같다 하면 입고 나가고 있다. 더 추워지면 안에 플리스, 다운이랑 함께 입어 볼 생각이다. 이 옷을 처음 입어보면 누가 태우거나 찢거나 하지 않는 한 나보다 오래 살겠네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동안 입다보면 몇 가지 약점이 발견된다. 생긴 모습의 올드함이나 후드를 방치해 뒀을 때 벌어지는 V존의 모습 같은 부분은 취향이니까 제외하고. 러스트 컬러가 근본이라고들 하지만 탠 컬러가 역시 무난하게 접근하기 좋다. 혹시 새로 사게 된다면 그린이나 세이지, 올리브 드랩 같은 걸 가지고 싶긴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지는 잘.. 2023. 10. 20.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 구경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다. 중고로 구입했다. 사실 중고 제품은 대체재를 구할 수 없거나, 보존 가치가 있거나 한 것, 내가 쓰는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정도만 구입하자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본 이 옷이 좀 재미있는 거 같고, 저렴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옷과 조합으로 용도가 있을 거 같아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옷. 프랑스 군의 M-64 파카를 모티브로 해서 나온 옷이다. 플래킷 가운데를 스티치로 살렸고 주머니를 일자로 만든 정도 변형이다. 크게 수정된 건 아닌데 프랑스 군의 파카와는 느낌이 꽤 달라서 유로 보다는 미군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 군 M-64와 미군 M-51 사이의 어딘가 쯤. 거기에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하이랜드 파카나 매디슨 파카 같은 걸 곁들인. 스.. 2023. 9. 28. 패션은 힐링 유행은 피곤하다. 매대에서만 구입하는 것도 생각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유행에 맞춰 춤을 추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일단 적당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자기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 자아를 중심에 놓고 봤을 때 세 가지가 있다 : 나를 더 강화 나를 더 약화 아무 생각 없음 직업적으로 봤을 때도 몇 가지가 있다 : 일에 딱 맞는 옷을 입는다 전혀 관련없는 옷을 입어 심신을 리프레시한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딱 맞으면 딱 맞는데로 일희일비한다 전략적 결정은 옷 위에서만 의미가 있다. 남이 어떻게 볼 지는 모른다. 타인의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관두는 게 낫다. 그러므로 위 여러 방향은 모두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패션을 감상, 구경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보라고.. 2023. 9. 8. 이전 1 2 3 4 5 6 7 8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