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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코트의 길, 코튼 싱글 라글란

by macrostar 202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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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워낙 멋지고 폼나고 좋은 발마칸 코트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래된 물건에 호기심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버버리의 발마칸일 거다. 영국제, 개버딘, 코튼 100%, 원 패널이면 좋고. 찾아보면 캠든 카코트부터 프레스트우드, 워킹 패턴, 커뮤터 II 등 여러 제품명이 있던데 뭐가 다른지 그런 건 잘 모른다. 그외에는 아마 아쿠아스큐텀. 그리고 조금 더 원시적인 게 궁금하다면 매킨토시의 던켈 같은 제품. 바버나 바라쿠타의 트렌치 코트나 폴로의 코튼 워킹 코트 등도 있다.

 

대충 이런 카테고리 안에서 뭔가를 찾아간다. 하지만 뭔가 삐긋한 스타팅 포인트를 잡으면 살짝 어긋난 외전의 길로 계속 빠져든다. 모든 걸 다 치우고 새로 시작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게 나쁠 건 없지만 코트가 이것저것 있는데도 버버리의 개버딘이란 어떨까, 아쿠아스큐텀의 아쿠아 5는 어떨까 같은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코트는 4월과 10월에 잠깐의 타이밍 밖에 없다. 어, 하고 지나가 버리면 6개월 후다. 그런 코트의 길이다. 

 

 

버버리의 코튼 싱글 라글란 코트. 포플린 코튼이고 안감에 타탄 무늬가 없는 민무늬다. 일본에서는 無双(双는 雙의 일본식 표기다. 중국도 이렇게 쓰네. 우리말로는 무쌍, 일본어로는 무소라고 읽는 거 같다) 원단이라고 하던데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91년 제조판이다.

 

 

펼치면 이런 느낌. 펼쳐놓고 찍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건 퍼온 사진. 아무튼 이 코트는 코튼 개버딘에 비해 얇고 하늘하늘하다. 커다란 낡은 셔츠를 입은 기분(하지만 두 겹)이 든다. 레인코트는 아니고 스프링코트 정도. 개버딘에 대해 축적된 경험을 쌓을 수 없고, 저게 있는데 개버딘 사면 겹치잖아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억제제 역할을 하지만 고밀도 코튼의 느낌이 상당히 좋다.

 

 

 

이건 매킨토시 + 하이크 콜라보. 16년 FW다. 5사이즈로 살짝 오버인데 원래 발표 때 보면 완전 몸에 착 붙는 엔지니어 코트 비슷한 느낌으로 입고 있다.

 

 

아무튼 던켈도 아니고 라글란, 맥코트도 아니고 게다가 체스터인 좀 많이 다른 길이다. 이 옷은, 정말 옷으로 쓸 수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뻣뻣하다. 또한 코튼이 존재의 모든 것인 위 버버리 코트와 다르게 여기서의 코튼은 그저 촉감과 질감, 컬러의 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점도 큰 차이다. 단지 경망스럽지 않게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이고 있음. 세탁도 드라이도 불가능하지만 매우 예쁨. 이 두께면 안에 패딩 잘 깔면 겨울에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 고무가 얼어서 혹시 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함께 있다. 가능한 무리는 하지 않는 걸로. 언젠가 다 분해될 거 같아서 대책을 공부하고 있다.

 

 

 

이건 폴로 럭비의 리버서블 코트다. 코튼 - 울 리버서블 코트라는 건 언뜻 유용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더위를 더 덥게 하고 추위를 더 춥게 해 이용할 타이밍을 더 줄여 놓는다. 몇 년 째 아직은 아닌가... 하다 이미 늦었네 하며 입을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꽤 낡아서 코튼이 아주 부들부들한데 이 오래된 랄프 로렌 두꺼운 코튼 특유의 촉감이 매우 좋다. 게다가 랄프 로렌 코튼 제품의 브라운 컬러는 언제나 최고다.

 

이런 결과로 개버딘과 아쿠아, 맥 코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그런 거겠지, 저런 거겠지 상상 정도만 하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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