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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311

장인과 공산품의 개별성 패션에서 소규모 생산과 대량 생산은 보통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조악한 옷을 손으로 만들던 시절 균일하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옷감과 의복은 근대 문명의 상징처럼 보였을 거다. 하지만 대량 생산 옷이 보편화된 이후 소규모 생산은 다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 냈고 우연이 결합되어 있다는 개별성은 '장인이 한땀한땀' 같은 관용구와 함께 고급품의 상징처럼 취급되었다. 기준치 이상의 만듦새를 가졌지만 모든 게 다 같지 않다는 건 고급품의 중요한 덕목이다. 장인의 실력을 중시한 고급 품목이 이렇게 생산된 시점에서의 개별성에 주목한다면 공산품 의류의 경우 다 똑같이 나온 이후 여러 곳에 흩어져 다른 환경과 사용 방식, 관리 방식에 의해 나중에 형성된 개별성에 주목한다. 낡은 헌옷, 페이딩,.. 2023. 7. 18.
여름에는 여름 옷 여름에 겨울 옷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여름 옷을 그리워하는 인생을 살아봤자 소용없어. 여름에는 여름 옷을 즐겁게 입고, 겨울에는 겨울 옷을 즐겁게 입는 게 중요하다. 물론 옷장에 여유가 있다면 여름에 겨울 옷을 사놓고, 겨울에 여름 옷을 사놓는 건 나쁘지 않은 전략이긴 하다. 여전히 트렌드에 묻혀 있다면 이런 게 소용없는 짓이겠지만. 장마의 시작을 눈앞에 두고 미친 더위가 시작되었다. 여름은 오늘은 과연 잘 잠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괴로운 계절. 부디 별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2023. 6. 24.
M65와 핀 배지 저번 늦가을, 초봄, 아주 춥지 않은 겨울 날 애정템이 된 옷이 M65 피시테일과 M65 필드 자켓이다. 특히 필드 자켓이 원래 막 입기 좋다고 좋아하긴 했는데 커다란 사이즈를 하나 구하고, 견장 잘라버리고 하면서 더 거슬리는 거 없이 막 입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두 개의 M65 필드 자켓을 처분했다. 하나만 있으면 되는 옷은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필드 자켓의 문제점이라면 지나치게 밀리터리한 분위기. 이걸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핀 배지를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너무 민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귀엽거나 튀지 않고 뭐 이런 걸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집에 핀 배지가 꽤 있는데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게 없었다. 카이카이 키키 브로치가 인기라길래 잠깐 고민했지만 코사지 대.. 2023. 5. 18.
버버리 발마칸 곤충색 예전에 나온 버버리 싱글 트렌치 코트, 스탠 칼라 코트, 발마칸 코트 등으로 부르는 코튼 코트를 뒤적거리다 보면(캠든 카 코트가 같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버버리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음) 가장 많이들 찾는 건 베이지 색이 아닐까 싶다. 버버리에서는 원래 뭐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는데 요새 찾아보면 허니라고 적혀 있는 게 밝은 카멜 느낌으로 가장 비슷한 거 같다. 카키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북 아프리카 사막색... 그 다음은 크림. 빈티지에 커다란 코트는 아무래도 밝은 게 인상을 그나마 너저분하게 만들지 않을 거 같다. 봄 햇빛 아래서 휘적휘적 거리기에 이런 색이 잘 맞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이 계열일 거 같고 이외에 네이비도 있다. 아우터는 어쨌든 어두운 게 활용도가 높다는 사람들이 있.. 2023. 3. 24.
잠잘 때 스웨트셔츠 잠을 잘 때는 스웨트셔츠를 입는다. 맨투맨. 참고로 맨투맨은 이랜드 창업자 분이 만든 말이다. 1년 내내 스웨트는 아니고 더운 반은 반소매 티셔츠, 추운 반은 스웨트셔츠다. 티셔츠는 보통 낡은 걸 쓴다. 몇 벌을 돌려 입는데 사진을 공공에 보일 수 없을 정도로 낡았다. 스웨트셔츠는 2벌을 돌려 입는다. 한동안 1벌 밖에 없어서 한동안 플리스 풀오버를 입었는데 결국 하나를 더 구했다. 잘 때 플리스는 좀 별로임. 아래 회색은 자라 행사 때 선물로 받았다. 친환경 재활용 코튼 버전으로 당시 회색 스웨트셔츠가 없었기 때문에 입을려고 했는데 폭은 넓어서 편한데 팔이 좀 짧다. 원래 맨투맨이라는 옷이 추울 땐 입을 일이 없고 금세 더워지면 또 입을 일이 없어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회색 스웨트셔츠가 여기저기 입기에.. 2023. 3. 18.
M-43 라이너 자켓 이야기 M-43 라이너라는 약간 이상한 옷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로스트 월드에서 비슷하게 생긴 게 나온 게 있는 걸 보고 구입했었다. 로스트 월드는 밀리터리 가죽 옷 복각으로 유명하긴 한데 피코트 등 옷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 쪽과 연계해서 나온 것들이 또 있다. 라이센스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역시 미국 제조에 일본 라벨이 달려있다. 아무튼 여기에서 M-43 라이너를 꽤 여러가지 컬러(라고 해도 올리브, 브라운 등 비스무리한 밀리터리 분위기의 색들) 리버서블 아우터로 개조해 발매를 했었다. 구입해 놓고 시간이 꽤 흐른 거 같은 데 집에서만 입어봤다... 약간 쌀쌀한 봄, 가을에 입을 아우터이긴 함. 일단 로스트 월드의 라이너 재킷 이야기를 해보자면 겉감은 18온스 코튼, 안에는 얇은 나일론에.. 2023. 3. 14.
필슨과 르 라부어의 울 자켓 정확한 이름을 말해보자면 필슨은 매키노 크루저 울 자켓이고 르 라부어는 래 랜 비스퉁 뭐 이 정도인가 싶다. 그냥 울 자켓이라는 소리지. 둘 다 짧은 길이의 울 자켓으로 용도가 거의 같다. 한쪽은 미국 제조, 다른 한쪽은 프랑스 제조. 필슨 이야기는 여기에서도 많이 했었는데 작년에 뭔가 유로의 느낌을 좀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구입을 했었는데 겨울에 추워서 못 입다가 요새 열심히 입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또 겹치는 용도의 옷을 가지고 있게 되었는데... 왼쪽이 필슨, 오른쪽이 르 라부어. 둘 다 멜톤 계열의 울이고 안감이 없는 100% 울이다. 하지만 둘은 상당히 다르다. 그냥 정가만 찾아봐도 필슨은 공홈에서 495불이고 르라부어는 공홈 쇼핑몰이 없는데 찾아보니까 150유로 정도 하는 거 같다. 필.. 2023. 3. 3.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중고, 빈티지) 얼마 전에 디트로이트 자켓 이야기(링크)를 했지만 칼하트의 낡은 숏 자켓류는 가격이 상당히 올라있다. 이외에 피시테일도 꽤 비싼 편이고 버버리 UK 메이드, 프렌치 워크 재킷 쪽도 그렇다. 사실 거의 모든 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일본쪽 보면 미국 제조 챔피언 리버스 위브 가격이 굉장히 올라있다. 가만히 보면 빈티지 쪽도 세상의 유행 흐름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도 트렌드의 흐름이 있어서 가격의 부침이 끊임이 없다. 유행할 땐 비싸도 물건이 없고 지나가고 나면 싸도 팔리지 않는다. 하지만 목적이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예전 옷을 구해 입을 생각이라면 굳이 그런 걸 쫓아갈 필요가 없다. 그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 마음에 드는 거 입으면서 잘 살아가면 된다. 그런 점에서 요즘 사면 괜찮을 .. 2023. 2. 22.
칼하트 디트로이트 여러 종류 칼하트의 디트로이트를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거 같다. 매물이 없어... 예전에도 말했듯 지금은 굳이 디트로이트를 찾을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한데 그래도 이럴 때 입어야지 하는 사람도 있지. 가치관의 차이 정도일 거 같다. 아무튼 얼마 전 구버전, 현행 버전 이야기를 잠깐 한 김에 몇 가지 예시 정도. 사실 자세히 들어가면 좀 더 많은 분파가 나오겠지만 아주 간단히. 일단 J01. 칼하트의 디트로이트 재킷 계보를 잇는 중심이었다 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생긴 옷이 나온 건 좀 됐는데 디트로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90년대인가 그럴 거임. J01은 칼하트 특유의 회색 펠트 줄무늬 담요 안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데님 트러커 재킷과 레일로드 재킷을 합친 다음 소재를 덕 .. 2023.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