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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308

시에라 디자인스 60/40 파카의 약점 시에라 디자인스의 60/40 파카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도 요 몇 년은 일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이걸 좀 많이 입는 해가 되어야지 생각하면서 날씨가 맞을 거 같다 하면 입고 나가고 있다. 더 추워지면 안에 플리스, 다운이랑 함께 입어 볼 생각이다. 이 옷을 처음 입어보면 누가 태우거나 찢거나 하지 않는 한 나보다 오래 살겠네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동안 입다보면 몇 가지 약점이 발견된다. 생긴 모습의 올드함이나 후드를 방치해 뒀을 때 벌어지는 V존의 모습 같은 부분은 취향이니까 제외하고. 러스트 컬러가 근본이라고들 하지만 탠 컬러가 역시 무난하게 접근하기 좋다. 혹시 새로 사게 된다면 그린이나 세이지, 올리브 드랩 같은 걸 가지고 싶긴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지는 잘.. 2023. 10. 20.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 구경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다. 중고로 구입했다. 사실 중고 제품은 대체재를 구할 수 없거나, 보존 가치가 있거나 한 것, 내가 쓰는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정도만 구입하자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본 이 옷이 좀 재미있는 거 같고, 저렴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옷과 조합으로 용도가 있을 거 같아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옷. 프랑스 군의 M-64 파카를 모티브로 해서 나온 옷이다. 플래킷 가운데를 스티치로 살렸고 주머니를 일자로 만든 정도 변형이다. 크게 수정된 건 아닌데 프랑스 군의 파카와는 느낌이 꽤 달라서 유로 보다는 미군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 군 M-64와 미군 M-51 사이의 어딘가 쯤. 거기에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하이랜드 파카나 매디슨 파카 같은 걸 곁들인. 스.. 2023. 9. 28.
패션은 힐링 유행은 피곤하다. 매대에서만 구입하는 것도 생각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유행에 맞춰 춤을 추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일단 적당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자기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 자아를 중심에 놓고 봤을 때 세 가지가 있다 : 나를 더 강화 나를 더 약화 아무 생각 없음 직업적으로 봤을 때도 몇 가지가 있다 : 일에 딱 맞는 옷을 입는다 전혀 관련없는 옷을 입어 심신을 리프레시한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딱 맞으면 딱 맞는데로 일희일비한다 전략적 결정은 옷 위에서만 의미가 있다. 남이 어떻게 볼 지는 모른다. 타인의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 관두는 게 낫다. 그러므로 위 여러 방향은 모두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패션을 감상, 구경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보라고.. 2023. 9. 8.
시에라 디자인의 60/40 여기 단골인 시에라 디자인의 60/40 파카다. 이게 정작 입을 계절에는 안 입으면서 도무지 입을 수 없는 여름, 겨울에는 꺼내서 방에서 입어보고 이렇게 사진도 찍고 떠들게 된다. 딜레마의 옷이다... 아무튼 시에라 디자인의 60/40 마운틴 파카다. 라벨로 추정해 봤을 때는 나무가 세 개 그려져 있는 90년대 산이다. 70년대, 80년대에는 7개, 8개의 나무가 그려져 있었는데 삼림 파괴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3개로 줄여버렸다는 소문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잠깐 블랙 라벨이었다가 다시 레트로 라벨로 컴백했다. 60/40 파카는 물로 세탁하면 안된다는 경고가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탁기에 빙빙 돌리면 이렇게 된다. 형광등 때문에 약간 과장되게 나오긴 했는데 햇빛 받으면 그게 그거다. 빛에 바랜 .. 2023. 9. 7.
바지의 주머니 천 특히 청바지나 치노 바지 같은 제품에서 은근 신경쓰면서 보는 부분이 주머니 천이다. 꽤 자주 손을 찔러넣고 다니다 보니 예전에 입고 다니던 유니클로 청바지의 경우 주머니 천이 뜯어지고 실도 풀리면서 커다랗게 구멍이 뚫렸다. 청바지 주머니에 뭘 넣고 다니는 거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 주머니가 있다면 뭔가 넣을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 난감하다. 부실한 천에 부실한 박음질로 구성된 주머니는 쓸모가 없다. 당시 캔버스 천이 있어서 덧댐을 해봤었는데 입고 다녔더니 얇은 주머니 천이 버티질 못하고 찢어지면서 더 구제불능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번 시즌 워커스 프리오더(링크)를 보고 있는데 801XH 청바지 주머니가 올리브 색이다. 헤링본 원단의 튼튼해 보이는 코튼 천이다. 손을 넣었을 때 포근함, 편안함.. 2023. 9. 4.
코트의 길, 코튼 싱글 라글란 요즘에는 워낙 멋지고 폼나고 좋은 발마칸 코트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래된 물건에 호기심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버버리의 발마칸일 거다. 영국제, 개버딘, 코튼 100%, 원 패널이면 좋고. 찾아보면 캠든 카코트부터 프레스트우드, 워킹 패턴, 커뮤터 II 등 여러 제품명이 있던데 뭐가 다른지 그런 건 잘 모른다. 그외에는 아마 아쿠아스큐텀. 그리고 조금 더 원시적인 게 궁금하다면 매킨토시의 던켈 같은 제품. 바버나 바라쿠타의 트렌치 코트나 폴로의 코튼 워킹 코트 등도 있다. 대충 이런 카테고리 안에서 뭔가를 찾아간다. 하지만 뭔가 삐긋한 스타팅 포인트를 잡으면 살짝 어긋난 외전의 길로 계속 빠져든다. 모든 걸 다 치우고 새로 시작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게 나쁠 건 없지만 코트가 이것.. 2023. 8. 31.
장인과 공산품의 개별성 패션에서 소규모 생산과 대량 생산은 보통 대립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조악한 옷을 손으로 만들던 시절 균일하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옷감과 의복은 근대 문명의 상징처럼 보였을 거다. 하지만 대량 생산 옷이 보편화된 이후 소규모 생산은 다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 냈고 우연이 결합되어 있다는 개별성은 '장인이 한땀한땀' 같은 관용구와 함께 고급품의 상징처럼 취급되었다. 기준치 이상의 만듦새를 가졌지만 모든 게 다 같지 않다는 건 고급품의 중요한 덕목이다. 장인의 실력을 중시한 고급 품목이 이렇게 생산된 시점에서의 개별성에 주목한다면 공산품 의류의 경우 다 똑같이 나온 이후 여러 곳에 흩어져 다른 환경과 사용 방식, 관리 방식에 의해 나중에 형성된 개별성에 주목한다. 낡은 헌옷, 페이딩,.. 2023. 7. 18.
여름에는 여름 옷 여름에 겨울 옷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여름 옷을 그리워하는 인생을 살아봤자 소용없어. 여름에는 여름 옷을 즐겁게 입고, 겨울에는 겨울 옷을 즐겁게 입는 게 중요하다. 물론 옷장에 여유가 있다면 여름에 겨울 옷을 사놓고, 겨울에 여름 옷을 사놓는 건 나쁘지 않은 전략이긴 하다. 여전히 트렌드에 묻혀 있다면 이런 게 소용없는 짓이겠지만. 장마의 시작을 눈앞에 두고 미친 더위가 시작되었다. 여름은 오늘은 과연 잘 잠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괴로운 계절. 부디 별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2023. 6. 24.
M65와 핀 배지 저번 늦가을, 초봄, 아주 춥지 않은 겨울 날 애정템이 된 옷이 M65 피시테일과 M65 필드 자켓이다. 특히 필드 자켓이 원래 막 입기 좋다고 좋아하긴 했는데 커다란 사이즈를 하나 구하고, 견장 잘라버리고 하면서 더 거슬리는 거 없이 막 입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두 개의 M65 필드 자켓을 처분했다. 하나만 있으면 되는 옷은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필드 자켓의 문제점이라면 지나치게 밀리터리한 분위기. 이걸 개선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핀 배지를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너무 민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귀엽거나 튀지 않고 뭐 이런 걸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집에 핀 배지가 꽤 있는데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게 없었다. 카이카이 키키 브로치가 인기라길래 잠깐 고민했지만 코사지 대.. 2023.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