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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188

면바지 하나를 떠나 보내며 어딘가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일단 수선을 해본다. 그러고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는 말 그대로 전면적으로 붕괴가 시작된다. 어디 손을 쓸 새도 없이 여기저기에 문제들이 누적된다. 색이 빠지고 뭐 이런 것들은 아무 일도 아니다. 전체를 지탱해주던 실들이 낡아서 풀려나가고 얄쌍한 주머니 천은 이미 수명을 다해 아무 것도 집어 넣을 수 없다. 찬 바람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허벅지 맨살이 닿는다. 그래도 괜찮았던 시절 붕괴는 이렇게 전면적이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만듦새의 차이, 제작된 소재의 차이 같은 것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거다. 물론 입고 다녀도 되겠지만 이 바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거라는 신뢰와 믿음 또한 중요하다. 이 바지를 입고 많은 시간을 .. 2020. 2. 8.
청바지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 간만에 청바지의 경년변화, 탈색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얼마 전에 썼던 이것(링크)과도 연관이 있고 또한 굳이 청바지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더 나은 스탠스, 핏의 기준이 불필요하다는 건 새로운 출발점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게 더 어울리네, 저게 더 어울리네 같은 건 딱히 필요가 없다. 몸에만 얼추 맞고 낡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옷이라면(데님이라면 면 100%를 제외하기가 좀 어려운데 약간 망나니 같아서 생활 한복이 떠오르는 싸구려 풍 혼방 데님에 최근 좀 관심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걸 다 소진하는 게 먼저다)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고, 저건 저것대로 재미있다. 옷을 가지고 다리가 길어보이려 한다거나, 더 마르거나 살쪄 보인다거나, 단점이라 여겨지.. 2020. 2. 7.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라이너 이야기 칸이 좁아서 원하는 제목을 다 넣지 못했다. '좋아하는 옷 이야기,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이너 라이너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래에 나오는 옷은 원래 트리클라이메이트(이너 분리형 자켓)의 이너 잠바다. 겉감과 어디에선가 헤어진 채 세상을 떠돌다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노스페이스에서 이너로 쓰는 잠바는 상당히 다양한데 다운, 프리마로프트, 두꺼운 플리스, 얇은 플리스 등등이 있다. 그렇지만 사진으로 이 옷을 본 후 이걸 구해야겠다 싶어서 상태가 좀 좋은 거를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선호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딱 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점은 발란스다. 팔 길이, 몸통 길이, 폭, 목 등등이 딱 좋다. 그리고 그냥 봐도 신경 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별 다른 기.. 2020. 2. 5.
똑같이 기워진 옷들 혼자 커스터마이즈를 한 게 아닌 한 데미즈드, 사시코 등등을 특징으로 잡은 옷들은 일단은 다 똑같이 기워진 모습을 하게 된다. 물론 아마 약간씩 다른 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사진에 봤던 바로 그것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다. 블루 블루 재팬의 2020 SS 제품, 인디고 얀 다이드 사시코 블루 패치워크 커버올 재킷. 블루블루를 비롯해 카피탈, 비즈빔 그리고 폴로나 리바이스 등 수많은 곳에서 데미지드 옷이 나오고 그런 지도 한참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걸 보는 마음은 여전히 꽤나 복잡하다. 사실 이건 약간의 혼동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옷에 패치워크로 바느질을 한 것을 기워낸 것으로 볼 것인가 혹은 디자인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 2020.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