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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몇 벌의 바지 이야기

by macrostar 202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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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데 벌써 끝났으면 좋겠다. 고온 다습이란 정말 버티기가 어렵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 최근 착용하고 있는 바지 이야기 잠깐.

 

 

에잇세컨즈에서 할인할 때 구입한 리넨 바지. 에잇세컨즈는 시즌 오프 세일이 많기 때문에 기본 아이템이라면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이 리넨 바지는 리넨 바지라고 하면 연상되는 한 여름 하늘하늘한 바지와 시원한 바람 같은 거와는 조금 다르다. 사실 그런 걸 생각하고 구입하긴 했는데 상당이 두텁고 튼튼한 진한 워크웨어 풍의 리넨 바지가 왔다. 스트레이트 핏이라 프렌치 워크웨어 느낌은 별로 나지 않지만 아무튼 어쩌다 이런 게 나왔지 싶은 게 길을 잘못 들었다가 나온 듯한 느낌이 좀 있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까칠까칠하고 그러면서도 잔털이 잔뜩 나온 투박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정도라면 봄, 가을을 중심으로 좀 진득하게 입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이런 미래를 그려보면서...

 

그렇지만 에잇세컨즈의 이 바지는 장기 착용에는 약간 문제가 있는 게 허리에 벨트 루프가 없고 끈 방식이다. 이렇게 두텁게 만들어 놓고 끈 방식이라니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벨트 사용하는 게 확실히 더 견고하고 오래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데 그게 좀 아쉽다. 그래서 어디 수선점 가서 달아볼까 하는 생각도 좀 있는데 해줄지도 모르겠고 또 같은 느낌의 리넨 천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그렇다. 

 

 

 

또 하나는 GU의 데님 쉐프 팬츠.

 

 

GU의 걸작... 까지는 아니고 가격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편 정도 되는 쉐프 팬츠 시리에는 치노(혼방이다)와 데님(100%면)류가 있고 또 쇼츠류도 나온다. 데님은 블루 계열과 블랙 계열 그리고 히코리가 있는 거 같다. 1만원인가 뭐 그래서 구입했다(원래는 2만원). 이외에도 넓은 와이드 팬츠 같은 것도 있다. 벌룬 팬츠 같은 옷도 재미있을 듯.

 

집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에 앉기 전 갈아 입는 기분을 낼 작업복으로 입었는데 여름이 다가오자 그러기엔 좀 곤란해졌다. 두껍진 않지만 그래도 덥다. 그래도 편한 바지라 나갈 때 종종 입고 있다. 

 

 

거의 면 츄리닝 수준의 부드러움이 괜찮고 허리는 그냥 고무줄이다. 어설프게 만들어서 흘러내리거나 하진 않으니(끈은 따로 없다) 맞는 사이즈로 구입하면 잘 입을 수 있다. 너무 부드러워서 아주 오래갈 거 같진 않은 데 두고봐야지. 여기서 오래 간다는 건 계속 입으면서 적어도 5년... 이 데님 바지는 처음 구입할 때 부터 세로줄 탈색라인이 나오고 있는 게 재미있다. 박력이 넘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티는 난다.

 

 

리바이스의 색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세로줄은 66년 전기 이전 모델의 특징 중 하나다. 많은 복각 브랜드들이 이걸 재현하려고 애를 썼고 그게 원본처럼 잘 되지 않아서 다양한 방식을 강구해 냈었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들이 또 꽤 재미있다. 이런 건 레플리카(링크) 책을 참고해 주시고... 그렇게 자세히 쓰진 않았고 뭐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 적었다.

 

하지만 이런 세로줄은 너무 와일드하고 비내리는 거 같은 게 약간 우중충해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이런 터프함보다는 밋밋하고 상쾌한 탈색을 훨씬 좋아하긴 함. 그래도 왜 세로줄이 나오는 걸까 생각해 보면 부드러움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복각 리바이스들은 이상하게 뻣뻣한 게 많은데(소위 고리고리) 아마도 터프함을 살리기 위해서였던 거 같다. 하지만 리바이스는 처음에 뻣뻣하다가 세월이 가면 꽤 극적으로 부드러워진다. 풀카운트가 그렇게 부드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쪽은 또 너무나 고급스럽고 델리킷한 부드러움이다. 그래도 그 촉감을 좋아하긴 한다.

 

아무튼 버스에 앉아 바지를 보면서 오래간 만에 탈색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 지 궁금하다. 이럴 거면 진한 버전도 구입할 걸 그랬나 싶지만 기다리고 있는 바지가 많아서 순번이 돌아 오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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