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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취소되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에 여러 번 했었다. 올해만 취소된 건 아니고 앞으로 기약도 없다. 이유는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태도와 방향의 변화를 제 때 이루지 못했고 이에 따른 매출 감소 그리고 쇼의 시청률 감소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써왔던 거의 모든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걸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건 70~80% 정도의 답일 거다. 물론 위에 말한 이유들은 아주 중요하다. 앞으로 브랜드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런 종류의 태도와 방향이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게 되었고 흥미를 이끌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패션쇼를 매년 개최할 정도의 그릇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에어리(Aerie)가 .. 2019. 11. 25.
울, 라놀린, 라놀라이즈 예전에 선원들이 와치캡을 쓰는 데 이게 따끔따끔해서 불편하다. 그래서 선장이 라놀린을 가져와서 다 같이 발랐다... 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라놀린은 양털에서 나오는 추출물(오일)인데 찾아보면 헤어 케어용으로 주로 쓰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해볼까 했었는데 내게는 울 와치캡도 없고 라놀린도 없었지. 라놀린은 찾아보니까 1만원 안팎에 판다. 찾아보니까 이런 영상도 있다. 저 분이 쓰는 건 쿠팡에서 팔고 있는 댁스 퓨어 라놀린, 헤어 케어 용이군. 그렇구나 하고 있다가 요새 스웨터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쓸 일이 있어 뒤적거리는 데 울 제품을 라놀라이즈 하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왜 하냐, 아무래도 양털 오일이 방수, 발수, 복원력 등의 원천일테니 떨어져 나간 라놀린을 되돌려 준다는 거겠지. 물에 .. 2019. 11. 11.
다양성과 패션의 즐거움 2016년에 패션 vs. 패션(링크)을 썼던 가장 큰 이유는 패션이 너무 재미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가 없으면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재미가 있을 수 있을 듯 한데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상황이 약간 급변했다.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가 되었고 다양성과 환경 관련 이슈가 패션을 덮었다. 게다가 프래드먼트 도쿄의 후지와라 히로시,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아 같은 선지자들 덕분에 하이 패션은 공장 양산품을 비싸게 파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다. 면과 폴리에스테르는 관리가 편하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환경에 도움이 된다. 또한 편안함과 안락함, 가벼움은 시대 정신이다. 문제는 섬유에 있는 게 아니라 유행지났다고 금세 치워버리는 인간에 있을 뿐이다. 매달 새로운 유행을 내놓고 만들어 내지만 그걸 사라.. 2019. 11. 5.
초어 재킷의 상단 왼쪽 주머니 이옷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마다 이름이 고민되는데 초어 코트, 초어 재킷, 워크 재킷, 레일로드 재킷 일본에서는 카버올(=커버올) 등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뭘 써도 정확히 그것을 지칭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무튼 빈티지 초어 재킷, 이렇게 생긴 옷을 말한다. 미국에서 1900년대 초부터 비슷하게 생긴 게 있다가 1920년대에 오버올즈 위에 입는 색 코트 비슷하게 나오다가 단독 착용형으로 독립했다. 칼하트의 경우 데님 버전이 1925년, 덕 버전이 1928년에 나왔다고 한다. 거의 비슷한 시기인 1925년에 LEE에서는 91J, 소위 "로코" 재킷이 나왔다. 세세하게 바라보면 다른 점들이 꽤 있는데 데님처럼 단단한 천으로 만든 색 코트, 색 재킷 모습이라는 점은 모두 같다. 다른 점이라면 보통 라글.. 2019. 11. 3.
B-15C, 한국전쟁, 마릴린 몬로 B-15C라는 미군 항공 점퍼가 있다. 50년대 공군 점퍼니까 두껍고 무겁고 그런 거다. B-15시리즈는 1944년에 처음 나왔다는데 처음 나온 건 B-15A다. 예전에 미군 옷들은 부분 수정을 할 때마다 뒤에다 A, B, C...를 붙였다. 나일론 쉘과 리무버블 퍼가 가장 큰 특징이다. 가죽 플라이트 재킷 시절에는 보아 퍼가 붙어 있었는데 그게 조종사가 (새로 개발된) 헬멧을 쓸 때 방해가 되니까 착탈이 되게 한 거다. 이런 과도기적 모델을 거쳐서 아마도 M-65, N-3B와 함께 미군 옷 중 가장 유명한 MA-1이 나오게 되었다. 오늘 이야기를 할 B-15C는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나왔다. 즉 한국 전쟁에서 사용된 특화 모델이다. 뒤적거려 보면 1950년대 발행판 B-15C를 파는 곳들을 찾을.. 2019. 11. 2.
오디너리 핏츠와 빅맥의 콜라보 오디너리 핏츠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어서 빅맥(워크웨어 브랜드 Big Mac)과 콜라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잊고 있다가 어제 코트 구경을 하다(야드 코트 멋지다) 생각나서 찾아봤다. 초기형 데님 트러커 응용 버전과 카펜터 팬츠 응용 버전. 오버사이즈 룩. 빅맥 같은 오래된 워크웨어 브랜드와 데님 라인 콜라보를 하면 과연 뭘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딱 오디너리 핏츠가 할 것 같은 결과를 내놨다. 지금 시점과도 잘 맞는다. 역시 훌륭한 브랜드군. 이건 오버올즈. 이런 류의 워크웨어에 흔히 붙어 있는 도끼 루프, 가슴팍의 툴 포켓 같은 군더더기를 다 생략해 버렸다. 사실 그래놓고 났더니 이런 미니멀한 분위기는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와 분위기가 비슷해져 버린다. 근데 신치 백들은 남겨 놓은 게 .. 2019. 10. 30.
다운 데님, 데님 다운 자켓 데님은 워낙 대중적인 소재라 옷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신발도 만들고 아무거나 만든다. 다운도 코트, 자켓, 셔츠, 바지 아무대나 붙인다. 이 둘도 함께 붙는데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푸퍼 데님 트러커. 일단 생긴 게 푸퍼니까 푸퍼 다운 데님 재킷. 80, 20에 700필. 이건 푸퍼가 안에 숨겨져 있으니까 데님 트러커 퀼티드 라이닝... 패디드... 이름이 뭐든. 역시 80, 20인데 라벨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정확한 스펙은 모르겠다. 위 제품과 비슷할 듯. 둘 다 리바이스인데 데님 + 다운이라는 중대사를 앞에 두고 이걸 어쩔까... 하는 방황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다. 데님은 다 좋은데 특히 한국의 겨울이라면 그냥 보기에도 추워보인다. 알리익스프레X 잠깐 보니까 이런 것도 있군. 그렇지만 .. 2019. 10. 29.
칼하트와 필슨, 작업복의 이미지 어제 밤에 잠자려고 누워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필슨의 광고 캠페인, 칼하트의 광고 캠페인 그리고 각종 제품 리뷰 등등을 주르륵 봤다. 유튜브의 작업복, 아웃도어복, 기능성 의류 리뷰 꽤 재미있다. 패션 계열 리뷰와 집중의 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아무튼 칼하트와 필슨은 둘 다 오래된 작업복 브랜드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역사와 이미지, 가는 길은 미묘하게 다르다. 칼하트는 공장 노동자, 육체 노동자의 옷이다. 조상들도 입었고, 나도 입고, 자녀들도 입을 거다. 공사장이라면 칼하트다. 기본적으로 자기 몸뚱아리 믿고 가는 길이고 자신에게 기대는 일이지만 함께 하는 일이 많다. 모두 함께 으쌰 으쌰. 이에 비해 필슨은 목장, 사냥, 낚시의 옷이다. 광활한 미국의 자연. 가족이 있고 농장이 있지만 결국 인간은 혼.. 2019. 10. 23.
과거의 계승, 코치 재킷 거의 모든 패션은 과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누군가 새로운 걸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미래주의 같은 건 이제 내놓을 게 많이 없어보이긴 한다. 미래가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예전에는 미래를 이야기하면 파코 라반, 피에르 가르댕의 번쩍거리는 기하학적 옷들이었지만 이제는 카니예 웨스트나 하이크 노스페이스 같은 데서 보이는 도피자들의 모습이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고향은 머물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리고 사막을 떠돌아 다니며 자외선을 피해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 사람들. 뭐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잠깐 했고 스트리트 패션의 경우 과거의 옷이란 스포츠 중계와 MV 같은 미디어의 그것이라는 게 예전과는 다르다. 물론 실물을 보고 쓰고 해보는 건 .. 201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