붑1151 패션의 자유로움 사실 패션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못생긴 옷,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세상에 이미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느라 패션 같은 데 신경 쓸 돈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실용적인 여행자들, 옷이란 그저 추울 때 따뜻하면 되고 튼튼하고 관리가 편하면 좋다는 이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옷에 사실 꽤 익숙한 편이다. 등산복 패션, 골프복 패션, 관광객 패션 등등은 모두 편안함을 극도로 중시하는 방식이다. 즉 옷에서 형식이라는 부분을 제외시킨다. 물론 편안하겠지만 이런 옷차림은 패션 파괴자 같은 놀림을 꾸준히 들어왔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과 실용성을 중시하고 있다. 유행하는 패션도 스포츠, 아웃도어 .. 2020. 10. 1. 프라다, 라프 시몬스, 2021 SS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협업으로 만든 프라다의 2021 SS 컬렉션이 얼마 전에 있었다. 기대가 좀 있었기 때문에 라이브로 지켜봤다. 이게 라이브가 없으니까 나중에 모아 올라오는 채널도 없고 그래서 챙겨보기가 좀 까다롭다. 이 컬렉션은 꽤 재미있었다. 젊고, 진중하고, 멋지다. 2020년 시점에서 보면 약간 옛날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고, 그런 일종의 우아함이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구찌나 발렌시아가가 그랬던 것처럼 기존의 이미지를 갑자기 + 완전히 밀어 버리지 않으면 수가 잘 나지 않는 상황이다. 버버리가 컬렉션에서 헤매는 이미지를 주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이 컬렉션은 그런 생각을 살짝 뛰어 넘어 있었다. 무엇보다 미우치아 였으면 하지 않았을 거 같은 컬.. 2020. 9. 28. 노스페이스, 구찌, 헨더 스킴 최근 사카이, 하이크, 마르지엘라 등과 협업을 이어온 노스페이스가 올해는 브레인데드와 재미있는 컬렉션을 내놨었다(링크). 그런데 이번에는 구찌와의 콜라보 소식이 나왔다. 아직 별 건 없고 구찌 인스타그램(링크)을 통해 산, 텐트 나오는 영상을 하나씩 올리고만 있다. 야외 나오는 구찌 영상에 가끔 들리는 나팔 소리 같은 거 약간 좋아한다. 노스페이스 만큼 흥미진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있나 요새 생각하는 데 구찌라니, 일단 지금 가고 있는 길에서 피크를 하나 찍는 거 같다. 사실 하이크, 마르지엘라, 브레인데드 등이 다들 노스페이스와 함께 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과연 구찌는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내놓을 지 기대가 된다. 그런가 하면 헨더 스킴(Hender Scheme)과의 협업.. 2020. 9. 25. thisisneverthat의 10년을 담은 책 thisisneverthat의 지난 10년을 담은 책 thisisneverthisisneverthat이 나왔습니다. 이 책에 소설가 정지돈은 브랜드를 흐릿하게 만드는 글(「이것이냐 저것이냐」)을, 그리고 저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글(「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을 실었습니다. 사이트도 있는데 재미있습니다(링크). 크고 두껍고 무겁습니다. 2020. 9. 11. 잡지 OOO-의 첫 번째 호 OOO-01이 나왔습니다 몇 번 예고 드렸던(링크) 잡지 OOO-의 첫 번째 호 OOO-01이 나왔습니다. 부제는 "켜다 | 끄다"입니다. 아래 링크를 찾아보시면 조금 더 다양한 내부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판매 링크는 알라딘(링크) 예스24 (링크) 그리고 이외에 찾을 만한 곳에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검색이 어려울 우려가 있는데 켜다 끄다 혹은 12월 미디어 검색하면 나옵니다. 부디 많은 관심과 구매 등등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OOO-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합의가 잘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OOO-가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딱히 비밀 같은 건 아니므로 말씀드리자면 세상의 여러가지(O)들(OOO)을 꽤다(-) 뭐 이런 겁니다. 당고, 탕후루, 모둠꼬치. 그래도 부르는 방법이 있어야 겠는.. 2020. 9. 11. 옷의 내력표를 확인해 보다 나중에라도 옷의 사양, 자세한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오랜 시간 비슷한 옷을 만들어 왔다는 건 헤리티지가 있다느니, 1970년대에 자기네들은 뭘 했다느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들이 한 일을 잘 쌓아 놓는 일이다. 실수가 있었든, 명작이 있었든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찾아볼 수 있고 그런 것들. 파타고니아에서 중고 제품을 파는 원웨어 사이트(링크)를 보면 제작년도는 꼭 나와있다. 뭐 아무도 몰라도 누군가는 찾고 있는 드문 제품이 저기에 나타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아무튼 연도는 꼭 적혀 있다. R4 옛날 모델. 일단 이야기하고 싶은 건 대체 이 옷의 팔은 왜 이렇게 긴가 하는 점이다. 비슷한 용도의 다른 옷과 비교해 보면 약 5cm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5c.. 2020. 9. 4. Brain Dead + 노스페이스의 2020 FW 대강 이름만 들어봤다가 잡지를 만들면서(링크) 관심을 가지게 된 브랜드 중 하나가 브레인 데드(Brain Dead)다. 설명을 보면 LA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Kyle Ng와 호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Ed Davis가 공동으로 설립한 스트리트 브랜드다. LA는 도시고 호주는 나라네. 간단히 설명하면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와 컨트리뷰터 등의 크리에이티브 컬렉티브로 포스트-펑크 문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스케이트보딩 등을 기반으로 한다. 약간 예전의 자연 자족형 히피나 사이비 종교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그래픽을 많이 사용한다. 홈페이지(링크)가 꽤 재미있다. 시즌 컬렉션을 완전 구비해 놓은 거 같진 않지만 국내에서 가져다 파는 곳들이 있고(링크)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티셔츠 같은 거 입은 사람을 본다.. 2020. 8. 24. 새삼스럽게도 코로나의 시절 하도 코로나 이야기를 많이 해서 더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코로나의 시대는 중요한 거 같다. 사회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강연이나 공연 등 주로 야외의 필드를 뛰는 사람은 아니지만 뭔가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은 떼놓을 수가 없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은 뭔가 잔뜩 준비를 하며 쌓아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방의 습기 탓만 하고 있기엔 이 시기가 너무 길다. 아무튼 그래서 잡지도 만들고, 짧은 원고도 쓰고, 긴 원고도 쓰고, 번역도 하고, 책도 쓰고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이미 끝났어야 하지만 밀려온 것도 있고, 할 시간이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전에 덥석 물어버린 것도 있다. 시간이 없음. 샤넬 오트쿠튀르 다큐멘터리.. 2020. 7. 25. 로우 컷 스니커즈 이야기 역사적으로 오래 된 모델만 해도 상당히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실 거의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생각난 김에 잠깐 정리해 본다. 척 테일러는 192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원래 하이 버전이 레귤러로 농구화가 출발이다. 그러다가 1957년에 올스타 로우 컷 옥스퍼드 버전을 내놨다고 한다. 그게 로우 버전의 출발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긴 걸 줄인 거다. 그리고 잭 퍼셀이 있다. 원래 1920년대에서 30년대까지 활동한 배드민턴 선수였고 1935년에 PF Flyer에 화이트 캔버스 어퍼에 러버 솔의 스니커즈를 디자인한다. 이 신발은 곧 배드민턴과 테니스 등 선수들이 신게 되었다. 농구화 용이 아니라 척 테일러보다 더 플랫한 바닥면을 가지고 있고 유래에서 알 수 있다시피 원래 레귤러가 로우 버전이다. 요새는 하이.. 2020. 7. 23.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