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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브레이의 매력 얼마 전에 리넨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링크). 여름에는 역시 리넨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리넨은 그저 여름의 천으로만 말하기엔 좀 안타까울 정도로 그 활용의 폭이 넓긴 하다. 사실 리넨 이야기를 써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주제를 알아서 정하는 지면이라 좀 뜬금없이 리넨 이야기를 해서 그쪽에서도 별로 반응이 좋지 않긴 했다. 그래도 많이 읽어주세요. 리넨은 매우 좋은 천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세탁을 시작한 게 17세기 초보적인 위생 관념과 함께 리넨 셔츠가 보급된 덕분이래요. 그 전에는 문명에 일상복의 세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대요. 리넨은 이렇게나 훌륭한 업적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 글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메티스라는 "프랑스 적"인 천(프랑스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의 느낌, 이미지를.. 2019. 6. 26.
불안이 가방을 무겁게 만든다 비를 맞으면 컨디션이 심하게 떨어진다. 차칫 감기나 몸살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이 없어도 일정에 문제를 만드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미리 우산을 챙긴다. 매일 들고 다니는 비용과 한 번 맞았을 때 손실 사이에서 정할 수 있는 균형이 물론 존재한다. 사실 1년 동안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예보도 없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꺼내게 되는 날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로 매우 드물다. 또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면 혼자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 한 두 번 밖에 못 썼는데 가방 속에서 망가져 버린 우산도 있다. 튼튼한 우산 혹은 하드 케이스를 찾아다닌 적이 있지만 마땅한 걸 찾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효용에 대한 계산은 애초에 필요가 없다. 한 번.. 2019. 6. 24.
한경희 스팀 다리미, 샤오미 미니 청소기 사용기 약간 뜬금없지만 몇 가지 기계 제품의 사용기. 우선 스팀 다리미는 셔츠를 쫙쫙 필 거 까지는 없을 거 같은데 너무 접혀 있거나 구깃거리는 부분은 간단히 펴자... 라는 생각에 구입하게 되었다. 한경희 HI-850을 산 이유는 혹시 들고 다닐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라는 생각 때문. 앞의 물통도 기존 모델에 비해 대용량이고 500미리 생수통도 끼울 수 있다. 즉 멀리 간다면 손잡이 본체 부분만 들고 가면 된다. 소형 스팀 다리미란 원래 그런 거니까. 장점은 간단히 편다는 목적에 적당하다는 것. 쉭쉭 하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나오는 게 처음엔 좀 무섭지만 설명서대로 하면 어려울 건 없다. 다림질 하듯이 펴는 건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하지도 않았는데 혹시 그런 게 필요하다면 역시 다리미를 사는.. 2019. 6. 22.
프린트 티셔츠의 역사 이걸 알려면 우선 티셔츠의 역사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고향은 미국이다. 19세기까지는 속옷으로 위아래가 이어진 유니언 가먼츠를 입었는데 그게 분리되기 시작했다. 군인 지급품이기도 했고 광부나 부두 노동자들이 즐겨 입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98년 스페인-미국 전쟁이 시작되고 어느 시점에 미 해군이 분리된 것을 속옷으로 보급한다. 이게 1898~1913년 즈음 사이라고 한다. 크루넥, 반소매, 면으로 만든 화이트 티셔츠다. 지금의 모습이다. 이걸 군인, 선원, 노동자, 농부 등이 속옷으로 입다가 더우면 셔츠를 벗는다... 그냥 저것만 입어도 되겠는데...가 된다. 티셔츠라는 말이 사전에 처음 등장한 건 1920년대라고 한다.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0년 발표작 This Side of Paradi.. 2019. 6. 20.
중고 옷 이야기 중고 옷 구매가 아주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늘어나고 있다. 나도 중고 옷을 나름 구매하는 편이다. 속옷, 양말 등을 제외하고 보면 반반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늘어난 건 각종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들이 생긴 덕분이다. 그거 말고도 중고 옷을 다루는 온라인 사이트들도 좀 있고 오프라인 매장들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셀렉팅을 하는 곳도 있지만 동묘앞, 광장 시장, 서울 근교 도시들 같은 데서 그냥 쌓아놓고 파는 곳을 볼 수 있고 부산이나 이런 데도 꽤 있다. 아무래도 새 것 같은 중고 옷을 싸게 정도가 많고 대놓고 헌 옷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세계 평균에 비해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하는 데 이렇게 중고 옷을 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강 예를 들어 보면 1) 싸서 - 재고.. 2019. 6. 20.
고어텍스 망토, cloak, cape, 판초 고어텍스라는 건 물론 비옷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거친 산행을 한다면 조금의 틈으로 들어온 물이 몸을 젖게 만들고 그게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방을 철저하게 막되 동시에 습기는 배출해 쾌적하게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건 익스트림한 상황이고 일상적 용도를 생각해 본다면 가장 솔깃한 건 역시 널직한 걸 뒤집어 쓰는 거다. 아주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Acronym의 고어텍스 케이프.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하지만 비바람 속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불편함이 너무 싫어서 우의, 레인 재킷, 레인 아노락 등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본 결과 대중 교통을 이용한다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비 속에서의 번거로움이 50 감소한다면 지하철을 탈 때 해야할 일의 번거로움이 100 쯤 증가한다.. 2019. 6. 19.
하운즈투스라는 패턴의 이름 하운즈투스(houndstooth)라는 패턴이 있다. 2색의 실로 만든 브로큰 체크의 일종으로 이름 그대로 개 이빨 무늬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냥개 하운드의 송곳니 모양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그투스, 퍼피투스 등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생겼다. 실을 꿰어 천을 만들 때 특정 패턴을 만드는 건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하운즈투스도 그렇다. 가장 오래된 하운즈투스 무늬는 스웨덴 늪지에서 발견된 글렌 클록이라는 건데 기원전 360~10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정도면 고조선 때다. 체크 무늬들이 보통 그러하듯 천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옷으로 입으면 인상이 꽤 강한 편이다.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나지만 요즘에도 많은 옷에서 사용한다. 하지만 운동복, 작업복 특히 .. 2019. 6. 19.
BTS, 킴 존스, 디올, 공연 의상 BTS의 이번 투어 의상은 디올의 킴 존스가 디자인했다. 여기에는 2019 FW 컬렉션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버클은 매튜 윌리엄스의 알릭스, 각종 쥬얼리는 디올의 쥬얼리 디렉터 안윤 등 그 팀 그대로다. 뭐 올해 기준으로 보자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약간 놀라운 일인 건 어쨌든 이건 킴 존스 개인과의 콜라보가 아니라 디올과의 콜라보라는 거다. 물론 양쪽 다 득이 분명하게 있다. 인스타에 공개했던 스케치 LVMH의 남성복 디자이너 라인업을 보면 루이 비통에 버질 아블로, 디올에 킴 존스, 셀린느에 에디 슬리먼이다. 앞이 둘은 브랜드의 남성복만 담당하고 있다. 케링이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생 로랑에 안토니 바카렐로가 있지만 이 쪽은 다들 브랜드 전체를.. 2019. 6. 18.
나이키 + Stranger Things의 콜라보 얼마 전에 문득 나이키 + 넷플릭스의 스트레인저 씽스 티저가 떴다. 스트레인저 씽스 포스터는 티셔츠 프린트에 쓰기 딱 좋게 만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옛날 SF, 호러 영화풍 이미지인데 나이키의 티저는 방향은 좀 다른 거 같다. 그래도 뭐. 1985년 오레곤 주 비버튼에 있는 나이키 본사에서 스페셜 제품을 미국 각지로 운송하는 트럭들이 출발했다. 그런데 그 중 몇 대가 중간에 사라졌다. 사라진 트럭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인디아나 주의 호킨스 지역을 통과했고 거기서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 나이키는 뭔가 초자연적인 이 현상에 대한 염려와 공포로 이 사건을 한 번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34년이 지난 지금... 그 트럭들이 발견되었다. 아무튼 첫번째 컬렉션이 6월 27일에 나온다. 요.. 2019. 6. 18.
팀버랜드 이야기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는 데 팀버랜드의 2 아이 보트 슈즈 광고가 나왔다. 팀버랜드는 최근 몇 년 러그아웃솔을 사용한 투박한 분위기의 보트 슈즈(3 아이 보트 슈즈라고 부른다)를 밀었던 거 같은데 사실 그 신발은 과연 여름에 저런 걸? 이라는 의문이 생기긴 했다. 이번에 광고를 하는 2 아이 보트 슈즈는 캠프 솔 풍의 논 슬리퍼리 얇은 밑창을 사용한 일반적인 보트 슈즈다. 사실 가만히 보면 스페리와 상표 마크만 빼고 다를 바가 없어보이긴 하고 가격도 정가 13만 9천원으로 같다. 스페리도 작년보다 1만원 올랐다. 보트 슈즈는 아무래도 스페리가 지분이 좀 있는 분야라 같은 가격에 둘 중에 하나라면 과연 팀버랜드를? 이라는 생각이 좀 들긴 한다. 참고로 팀버랜드는 현재 VF 코퍼레이션 산하의 브랜드다. 여기서.. 2019. 6. 18.
웨스턴 부츠와 딱히 관계는 없는 이야기 웨스턴 패션의 장식들은 여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물론 트래디셔널한 의복, 꾸밈 등은 이해의 폭 안에 있는 게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이게 대체 어디서 왔는지(19세기 스페인, 멕시코, 인디안),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는지, 비즈빔 같은 곳은 뭘 하고 있는 건지 아무튼 미지의 영역이라 가끔 생각날 때마다 뒤적거려 본다. 그러다가 톰 믹스(Tom Mix, 1880~1940)라는 예전 영화 배우를 알게 되었는데 무성 영화 시대 웨스턴 무비의 탄생과 함께 하는 초창기 스타고 카우보이라는 이미지 정립과 함께 했다. 사실 카우보이라는 직업이 실질적으로 효용이 있던 건 30년 남짓이다. 기차 노선이 시카고로 모이고 시카고가 도축업의 중심지가 되고(호윈 레더 같은 곳도 그런 공장에서 나온 부.. 2019. 6. 17.
커다랗고 못생긴 비즈니스 숄더백 예전에 컴플렉스 가든의 비즈니스 백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는데(링크,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가 들고 다니는...) 하여간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가방들은 하나 같이 못생기고 투박하고 크고 주머니가 잔뜩 달린 기능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 있다보면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어딘가 든든하고 삶의 믿음직스러운 동반자가 될 거 같고... 큰 개를 키우진 못하지만 매력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노트북 사면 줄 때가 있어서 가끔 이런 류의 가방이 집에 들어오게 된다. 이 비슷한 게 밀리터리 계열인데 못생기고 투박하고 유용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튼 심심할 때 이 계열 가방을 구경하며 좋아하는 데 알파 인더스트리(M-65만드는 거기)에 비즈니스 라인이 있고 거기에서 가방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 2019.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