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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딱 맞는 옷의 즐거움 예전에는 어떤 데 어떤 걸 입고 가면 어떨까 류의 시뮬레이션을 자주 했었다. 이런 류의 정점에 있는 게 결혼식 같은 데가 아닐까 싶다. 학생 생활을 하다 평소와 전혀 다른 낯선 옷을 입고 낯선 문화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직접 입고 가보는 것만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대비를 할 수는 있고 그에 따라 조금은 전략적인 소비 - 선호하는 넥타이의 컬러와 무늬 같은 것 - 를 할 수는 있다. 뭐 물론 평소 입고 다니는 것도 이런 저런 전략을 생각하기 마련이고. 이런 식으로 차려입고 가야하는 곳의 존재는 상상의 폭을 넓히고 그 실현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링크). 그렇지만 그러다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비효율을 극복할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2020. 11. 23.
파타고니아의 R4는 어디에 쓰는 걸까 이 옷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일단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이야기다(링크). 너무 추웠던 날, 있는 옷을 왕창 껴입어 둔하고 갑갑한 상태로 버스를 타러 가는데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하철에 올라탄 순간부터는 옷이 몸의 열을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뚫려있는 목을 따라 몸의 열기가 슉슉 올라오고 땀나고 덥고... 뭔가 크게 잘못되었고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다 당시 노페 맥머도를 구입했고 여기에 가볍고, 따뜻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미드 레이어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게 바로 R4다. 지금은 단종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R4 재킷에 대한 이야기는 해서 뭐하나 싶지만 입을 때 마다 대체 이건 뭐하라고 만.. 2020. 11. 20.
다운 파카의 실루엣 날이 갑자기 추워졌고 다운 파카의 계절이 다가왔다. 물론 슬림 다운은 이미 입고 다닐 시즌이 시작되었지만 역시 다운은 퉁퉁 헤비. 여전히 다운 파카를 좋아한다.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 같다... 종종 구경을 하다보면 얼토당토 않게 거대한 옷을 입은 제품 소개를 볼 수 있다. 이런 사진 보는 거 왜 인지 약간 좋아함... 저 제품에 대해 없던 호감도 생긴다. 두 번째 아크테릭스는 레이어가 많다보니 저렇게 된 경향이 있어서 그 아래의 대놓고 오버사이즈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긴 걸 좋아한다. 위 사진은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인데 후드 넥 부분이 꽤 올라오고 + 후드가 착탈식이 아니고 + 사이드 주머니가 약간 위로 올라와 있어서 백팩의 허리 벨트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 + .. 2020. 11. 20.
저가형 아웃도어 의류 예전에도 여기에서 일본의 워크맨(링크)이라는 브랜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원래 작업복 메이커였는데 '기능성'과 심플한 디자인,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벼운 아웃도어 웨어를 찾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 싸고 쓸만한 제품으로 리뷰를 통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아예 그쪽 방향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뭐 그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마침 아웃도어, 애슬레틱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게 운이 좋았고, 포지셔닝이 조금 재미있는데 말하자면 아웃도어 패스트 패션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겨울에 소백산이나 지리산에 가려는 게 아니라 봄, 가을에 이대 위에 있는 안산이나 북한산 족두리봉 이런 데를 운동 삼아 자주 찾거나 천변 달리기, 자전거 타기, 경기도 어딘가의 낚시터 같은 데를 가볍게.. 2020. 11. 19.
구찌 페스트, 구스 반 산트 구찌가 구찌 페스트를 통해 "끝나지 않는 무언가의 서곡(Ouverture Of Something That Never Ended)"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국 시간으로 11월 17일(화), 오늘 아침 5시에 시작해 매일 그 즈음에 하나씩 올라온다.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니 시리즈고 일단 볼 수 있는 링크는 여기(링크). 한글 자막도 잘 들어가 있다. 아마도 프라다와 미우미우(링크)가 본격적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패션 브랜드가 제작하는 이런 식의 영상물이 꽤 늘어났다. 패션쇼 대신 옷을 전달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와중에 나온 '현대인'에게 친숙하고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한데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런 식의 어필이 더 효과적일 수 밖에 없게 되기도 했다. 꼭 이런 드라마 풍이 .. 2020. 11. 17.
H&M의 러닝 탑 이야기 H&M은 스포츠웨어 쪽으로 약간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브랜드는 굉장히 비싸고, 저렴하게 나오는 것들은 타이밍이나 운, 정보전, 할인 쿠폰 속에서 다툼을 벌여야 한다. 후자가 확실히 가격 대비 고성능 옷을 구할 수 있고 성취욕도 있겠지만 에너지 소모가 크고 게다가 의도하지 않은 걸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H&M의 스포츠웨어 라인은 적어도 달리기와 맨몸 피트니스 분야 쪽에서는 베이스 - 미드 - 아우터, 핏, 운동 종류, 액세서리 류 등이 그나마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에 싹 껴놓기가 좋은 게 장점이다. 이에 비해 기능성 등의 측면에서 뭐든 다 고만고만한 게 단점이다. 예전에 자전거 의류 쪽으로도 저지와 빕, 바람막이 등등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던 거 같은데 요새는 잘 안 보인.. 2020. 11. 17.
미세먼지, 작은 산 오늘은 잡담. 요새 근처 작은 산을 정기적으로 가고 있다. 130미터 정도 되고 출발점에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처음엔 좀 더 걸렸는데 길에 익숙해지면서 줄어들고 있다. 이왕이면 늘려서 1시간 코스 정도로 만들 생각이 있다. 요새 산에 가보면 조깅 팬츠 입고 뛰어올라가는 트레일 러너 분들 꽤 볼 수 있는 데 그렇게는 못하고... 그래도 조금 더 익숙해지면 가까이에 있는 약간 더 높은 산(하나는 500미터 대, 하나는 800미터 대)에 올라가볼까 생각 중이다. 예전부터 땀 나는 게 싫어서 등산은 겨울에만 하고 있다. 겨울 시즌이 시작된 거다! 그런 겸해서 가지고 있는 옷으로 날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해보고 있는데 이건 달리기나 산책하고 좀 많이 다르다. 따로 등산복 세팅 같은 .. 2020. 11. 15.
꼭 아웃도어라는 건 아니다 대강 정리해 보자면 :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다 -> 그게 더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예컨대 남녀의 역할 구분, 그리고 이외의 성 역할 구분, 나이, 민족, 문화 등등이 만들어 내는 구속적 틀이 더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 -> 특히 효율과 효과가 중요한 시기에 이런 닫힌 체계는 비효율적이다 -> 할 수 있는 걸 가장 잘 해야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 여기서 기존 패션의 역할이었던 몸매, 핏 같은 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 자기 몸 중심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이 전환은 그저 그런 게 맞지 않을까 정도가 아니다. 전면적인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 그렇다면 새로운 패션의 미감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예컨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 2020. 11. 14.
VF Corp.와 Supreme NY 며칠 전에 뉴스에 나왔다시피 VF가 슈프림을 샀다. VF는 꽤 큰 회사인데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디키즈, 레드 캡, 팀버랜드, 잔스포츠, 스마트울, 이스트팩, 노스페이스와 반스 등등이다. 이번 슈프림 구입 가격은 21억 불. 위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VF가 예하 계열사 브랜드 캐릭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팀버랜드랑 반스랑 노스페이스가 딱히 뭘 같이 하는 경우도 없고 오히려 약간의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냥 자기 갈 길 가는 타입이다. 그러므로 슈프림도 그렇게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거 같다. 제임스 제비아도 그대로 남아있고, 원래도 Carlyle 그룹 같은 투자 회사 소유였다. 또한 예전에 베이프나 헬무트 랑 시절처럼 브랜드가 인수된다고 막 크게 변하고 이러는 시대도 아니.. 2020. 11. 13.
나이키 ACG의 옷 레이어 얼마 전에 레이어(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물론 그 이야기는 기본적인 원칙론이다. 자세히 들어가면 아주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 겨울 산의 방식과 한국 겨울 도심의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겨울의 유럽 알프스, 러시아 호수 옆, 남미 고지대 등등도 다르다. 습도, 바람, 온도 모든 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서 산을 오를 건지, 달릴 건지, 백패킹을 하거나 캠핑을 할 건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게다가 사람마다도 다르다. 누구는 추위를 많이 타고, 누구는 땀이 많이 난다. 그런 수많은 변화 속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건 원리 원칙을 이해한 후 그에 따라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대충 입어도 도심에서 가까워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데.. 2020. 11. 11.
패션은 결국 롤플레잉이자 코스프레다 패션 vs. 패션이라는 책에서 이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고,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현재 스코어 당분간은 세상에 꺼내기 어려워진 듯한 관계로 여기에 적어 놓는다. 가끔 취향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취향은 개인의 영역이고 말하자면 개성을 완성시켜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은 맹목적인 유행 소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른다는 건 무엇인가, 그게 가능한가. 취향에 따른다는 말은 실제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는 슬림핏의 바지가 취향이었다. 그러다 루즈 핏의 바지가 취향이 된다. 그래픽 티셔츠, 스웨트셔.. 2020. 11. 4.
파타고니아의 R1이란 옷에는 노래도 있다 파타고니아에 R1이라는 옷이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좀 긴데 우선 R시리즈라는 플리스 시리즈가 있다. R은 Regulator : 조절 뭐 이런 뜻으로 체온, 땀 이런 걸 조절하는 옷이다 이런 이야기다. R1부터 R4까지 있는데 점점 두꺼워진다. R4는 입으면 곰처럼 보이는 매우 두꺼운 아우터인데 단종되었다. 나머지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어딘가 변하고, 보충해 가고 있다. R1 같은 경우 후드도 있고 재킷형도 있고, 집넥 타입도 있다. 얼마 전부터는 테크페이스라고 약간의 방풍 기능을 추가한 버전도 나온다. 몸에 열이 좀 많거나 한다면 어지간한 겨울에도 캐필린 속옷에 R1 입으면 등산 간다 뭐 그렇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면서도 그다지 춥지 않을 정도의 보온에, 땀이 나면 빨리 바깥으로 날려버리는.. 2020.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