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722 패션 대 패션, 패션의 지루함 패션 vs. 패션이라는 책(링크)에서 패션이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패션은 결국 자기 만족의 영역이고 디자이너와 소비자라는 개인이 벌이는 여러가지 실험과 도전의 총합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대기업 블록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구획되고 정제되어 가며 특유의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안타까움 정도고 현실이 이러이러하니까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상업과 글로벌화, 저변의 확대 등의 상황에서 이런 미래는 피할 방법이 없다. 그냥 아이가 크면 어른이 되는 것과 똑같다. 힙합의 메인스트림화와 스트리트 패션이 패션의 흐름을 바꿔놓은 지금 시점에서 이 재미없음은 약간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패션이란 기본적으로 계층적, 계급적 분리를 가지고 .. 2021. 10. 16. 패션의 정치성 하이스노비티에 프라다 인터뷰가 올라왔길래 읽어봤다(링크). 생판 모르는 내용은 없다지만 그래도 변화의 와중 속 최근의 행보는 특히 더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분은 정치학 전공으로 60년대 말에 밀라노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탈리아 공산당(PCI) 당원이었고 70년대 초반 밀라노의 여성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 또한 5년간 피코토 극장에서 마임 트레이닝을 받았고 5년 정도 공연을 했다. 반정부 그룹의 리더로 투옥되거나 하는 정도로 참여한 건 아니라해도 하이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의 이력으로는 분명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한다. 뭐 누구든 인터뷰를 한다면 굳이 막지 않는 한 그 이야기를 꺼내긴 하겠지. PCI 시절이나 정치학도 시절에는 몰라도.. 2021. 10. 7. 겐조의 새 아티스틱 디렉터는 니고 겐조가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 니고를 데려왔다. 겐조는 오프닝 세레모니가 맡은 이후 하이 패션에 스트리트 패션을 도입한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그들이 나간 이후 약간 어영부영한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니고를 데려오는 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겐조는 다카다 겐조가 만들었고 일본 패션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데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 니고가 맡게 되는 건 넓은 의미에서 그런 걸 이어받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스트리트 패션 분야라면 거의 원조 아저씨 같은 사람이라 대형 브랜드를 맡게 되었을 때 어떤 걸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의문점이라면 이 분이 컬렉션을 만들던 사람이 아니라서 과연 풀 컬렉션이라는 분야.. 2021. 9. 16. Sacai + ACRONYM 콜라보 사카이와 아크로님의 콜라보가 나왔다. 사카이의 2022 SS 남성복 컬렉션과 2022 Pre Spring 여성복 컬렉션에 협업 제품이 나온 걸로 보아 말하자면 피처링 아크로님이다. 옷이 종류가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자세한 모습은 여기(링크)를 참고. 최근의 나이키, 장 폴 골티에를 비롯해 KAWS, 글로버올, 노스페이스, A.P.C 등등 근래 사카이의 협업 횡보는 상당히 전방위적이다. 요새 잘 나가는 브랜드들은 다 이런 식으로 협업을 통해 일상복, 기능성 아웃도어, 스포츠 위류, 포멀 웨어 등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패션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 조만간 나올 예정인 나이키 사카이 블레이저 로. 아무튼 사카이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 2021. 7. 27. 피비 필로가 LVMH를 통해 컴백한다 컴백이라고 하면 왠지 아이돌 용어 같군... 아무튼 2017년 말 셀린느를 떠난 이후(링크) 패션과 관련된 일을 딱히 하지 않던 피비 필로가 자기 브랜드 런칭을 알렸다. 물론 패션계에는 없지만 소문은 계속 있었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많았다. "rooted in exceptional quality and desig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내놓을 예정이다. LVMH라는 이름이 들어있긴 하지만 LVMH는 소수 지분 참여고 다수 지분은 본인이 가지고 있다. 왠지 알라이아나 다른 대형 디자이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인디펜던트 라벨 운영에 더 뜻이 있었나 보다. 피비 필로 시절의 셀린느와 겹치지 않고, 그러면서 본인의 미니멀한 색을 잘 드러내고, 동시에 변하고 있는 .. 2021. 7. 13. 발렌시아가의 오트쿠튀르 오트쿠튀르 시즌이다. 이번 시즌에 화제가 되는 컬렉션이라면 아마도 발렌시아가 정도가 아닐까 싶다. 뎀나 바잘리아의 최초 오트쿠튀르 컬렉션이고 발렌시아가로서도 오래간 만의 오트쿠튀르다. 뎀나니까 오트쿠튀르에 스트리트 풍의 무언가가 포함되어 새로운 판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남성복, 여성복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오트쿠튀르 입장에서 보자면 꽤 달라지고 있구나 싶지만 뎀나의 패션으로 보자면 그렇게 까지 깜짝 놀랄 만한 건 아니었지 않나 싶다. 뎀나 특유의 패션이 보다 더 화려하고 진중해진 정도. 다만 이번 오트쿠튀르를 쭉 보고 있는 데 디올이나 샤넬 모두 이 정도면 오트쿠튀르라 해도 꼭 거리에 입고 다녀도 너무 무리한다 싶진 않겠다 정도의 옷이 꽤 많았다. 물론 가격과 구입 방식, 차후 관리 등은.. 2021. 7. 7. 제냐 XXX의 2022 서머 얼마 전에도 제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링크) 이번에도 제냐 XXX 이야기. 이번에도 상당히 재미있다. 아주 천천히 남성복 분야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 좋다. 즉 고급 패션은 현재 스트리트 패션과 레트로 패션 사이에서 미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게 결정되는 건 아마도 현 문제의 해결 그리고 신소재의 등장 정도가 될 거 같다. 후드와 코치 자켓이 포멀 웨어를 대체하진 못할 거고 지금의 소재, 재활용 가지고 지속 가능한 패션 세상을 만들지도 못할거다. 그러므로 신소재와 새로운 패션 미감을 만들어 낼 디자이너의 출현을 기다린다. 앞 부분이야 과학자가 해결해 주겠지만 뒷 부분은 사실 장담하기는 어렵다. 과거를 돌아보면 샤넬, 디올, 마르지엘라, 헬무트 랑 등등 흐름을 바꾼 사람들이 있.. 2021. 6. 22. 발렌시아가와 구찌 발렌시아가와 구찌가 서로서로 상대의 로고를 이용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에 지방시가 도나텔라 베르사체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을 때(링크)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양한 형태의 협업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서로 비슷한 파이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라고 생각되는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간의 협업은 여전히 흥미로운 데가 있다. 왜,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하는가 등등이 언제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최근 몇 년 꽤 다른 방향을 가지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다른 시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루이 비통 - 슈프림 NY, 사카이 - 나이키, 준야 와타나베 - 칼하트 등등이 이젠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한 시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고급 옷을 사는 사람,.. 2021. 6. 7. 날아다니는 패션쇼, 생 로랑 2021 FW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서 패션쇼가 보다 더 영상의 형태가 되었고 유튜브는 중계가 아니라 완성본이 되었다. 이 말은 캣워크라는 형태의 제한을 완전히 벗어나 버린다는 거고 그걸 활용하는 디자이너들도 꽤 있다. 그러는 사이에 약간 재미있는 건 기존 문법과의 충돌이다. 예를 들어 이번 생 로랑의 2021 FW 패션쇼는 정말 광활한 곳에서 찍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번 쇼에 대해 "It’s the idea of a girl in a landscape where she doesn’t belong."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광활한 자연 속에서 저런 데에 전혀 있을 거 같지 않는 옷을 입고 공허한 시선의 무표정이다. 그리고 일렬로 걷는다. 드론에 실린 카메라는 (사실 약간 이상하게) 날아다닌다. 물론 이 패션쇼는 기능.. 2021. 5. 3.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