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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수동적 믹스 앤 매치, 콜라보

by macrostar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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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예전 일이지만 패스트 패션이 처음 옷 같은 대접을 받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패스트 패션과 럭셔리, 요새는 빈티지, 중고 옷을 섞어서 '자신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믹스 앤 매치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왔었다. 이 이례적인 현상은 이제는 일종이 표준적 착장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믹스 앤 매치가 나온 이유는 세대 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패션은 성별, 직위, TPO 등에 따라 어떤 경계가 있었고 브랜드들은 그 경계 안에서 자신 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가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예외도 있지만 그건 패션이 어쨌든 생활복이고 그러므로 누구나 운동을 하고, 누구나 휴식을 하고 등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소니가 내놓는 트레이닝 셋업과 나이키의 트레이닝 셋업은 기본적으로 역할도 장소도 구매자도 달랐다. 

 

 

하지만 밀레니얼, Z로 이어지는 세대 교체 속에서 이 경계는 예전보다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경계를 넘나들었다. 믹스 앤 매치는 이런 상황 변화를 읽고 대응한 발빠른 대처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패스트 패션이 그래도 옷으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기술의 발전, 상황의 변화 등 요인이 깔려있다.

 

이에 대응해 패션 쪽을 보면 : 패스트 패션은 테일러드, 셋업, 맞춤 셔츠 등 다양한 변주를 내놨다. 정장과 캐주얼, 스포츠웨어의 믹스 앤 매치를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이다. 럭셔리 쪽에서는 아웃도어, 스포츠웨어를 내놨다. 역시 믹스 앤 매치를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구성이 갖춰지긴 했지만 다양한 레이어가 겹치며 형성되는 믹스 앤 매치 특유의 분위기는 나오기가 어렵다. 예컨대 의외성, 신선함 같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콜라보는 괜찮은 대응책이다. 준야 와타나베와 칼하트, 구찌와 노스페이스 등등 믹스 앤 매치라는 스타일링 행위를 미리 상품화시켜 내놓아 버린다. 믹스 앤 매치를 위한 탐구, 탐색, 발굴의 작업을 브랜드가 대신 한다. 이런 건 미리 페이딩을 시켜놓고 판매하는 데님과 비슷한 면도 있다.

 

단점이라면 겨우 능동성을 찾아낸 소비자를 다시 수동화시킨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놓여진 상품 중에서 고르는 행위고 그러므로 능동성에 한계가 매우 분명하다. 믹스 앤 매치는 뭔가를 고르는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든다. 물론 뭔가 해 나가는 데는 많은 품이 들고 실패의 경험도 그만큼 쌓인다. 어느 순간 지쳐 대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일상복 탐구(링크)에서도 내내 한 이야기지만 하다가 못할 걸 하느니 적당한 레벨로 꾸준히 나아가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착장 경험이 대표적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장점은 기본적 출발점이 조금 더 높아진 다는 거다. 준야 와타나베의 옷과 칼하트 옷을 섞어 입을 생각을 해봤는데(이 발상을 떠올리고 실현하는 데는 꽤 많은 비용이 든다), 이미 그런 옷이 나와 있으면 출발점이 더 상위로 갈 수 있고 더 복잡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더 구획화되고 획일화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한 결론이다. 더 말끔히 믹스가 되겠지만 이미 준야 와타나베의 바운더리 안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콜라보가 차고 넘치면 매칭을 시도할 수 있는 재료가 훨씬 늘어나고 다양해지는 건 분명한 일이다. 브레인데드의 노스페이스와 나나미카의 노스페이스를 함께 입어본다든가 하는 다양한 변주도 가능할 거다. 물론 이런 태도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약간 이상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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