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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패션의 정치성

by macrostar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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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노비티에 프라다 인터뷰가 올라왔길래 읽어봤다(링크). 생판 모르는 내용은 없다지만 그래도 변화의 와중 속 최근의 행보는 특히 더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분은 정치학 전공으로 60년대 말에 밀라노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탈리아 공산당(PCI) 당원이었고 70년대 초반 밀라노의 여성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 또한 5년간 피코토 극장에서 마임 트레이닝을 받았고 5년 정도 공연을 했다. 반정부 그룹의 리더로 투옥되거나 하는 정도로 참여한 건 아니라해도 하이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의 이력으로는 분명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한다. 뭐 누구든 인터뷰를 한다면 굳이 막지 않는 한 그 이야기를 꺼내긴 하겠지.

 

 

PCI 시절이나 정치학도 시절에는 몰라도 여전히 패션은 반항을 하고 저항을 한다는 생각을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에 반항하고 저항을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현 상황에서 반체제는 아닐테고(프라다의 수입은 당연히 현체제의 유지 속에서 나온다) 굳이 따지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기존의 관념, 상식 뭐 이런 걸거다. go deeper라는 말로 대충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든 건 물론 정치적이다. 그리고 요즘의 시대에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패션이 분리되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그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가시적이다.

 

하지만 이런 반발은 어느 선을 넘지 못한다. 부의 편중 문제, 소비에 의한 영향력, 그에 연관된 인권 문제 등등 깊게 들어가면 꽤 골치 아픈 문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음씨 좋은 얼굴로 좋게 좋게 해결해야죠라고 말하는 걸로 해결되는 게 별로 없는 심각한 문제들.

 

 

그러므로 패션, 특히 고급 패션이 가지는 반항성은 모토로만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건 아주 쉽게 트렌디한 스타일이 된다. 예컨대 샤넬 쇼의 피켓을 들고 나오는 모델 같은 모습이나 디올 쇼장을 가득 매운 시위 구호 같은 것들이다. 모습 자체도 어느정도 우스꽝스럽고, 그걸 기획한 사람이 게다가 칼 라거펠트고 등등 여러 이야기거리들이 주변을 멤돌겠지만 모델 중 누군가가 비록 캣워크 위의 연기였지만 연대를 느끼는 이상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게 보는 사람 중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면 그걸로 또 된게 아닌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는 나름 재미있다. 프라다가 유니폼 같은 걸 내놓기를 꽤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한 거 같다. 하지만 아직 때는 아닌 거 같다. 유니폼은 모두를 획일화시키는 안 좋은 면이 있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구분과 그에 기반한 편견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준다는 좋은 점도 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패션 역시 이런 옷은 이렇지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맥락과 사용의 방법,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게 만들어 내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어느 땐 선이 되고 어느 땐 악이 되지만 그게 언제인지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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