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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르 라부어의 울 자켓

by macrostar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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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옷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봄, 가을 옷 그중에서도 초봄, 늦가을용 옷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거다. 듀러블한 옷을 좋아하고 워크웨어나 아웃도어웨어를 좋아하는데 그중 튼튼함과 투박함이 가장 집중된 옷이 아무래도 그들의 겨울옷(하지만 우리의 가을옷)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결과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게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해 나갈 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2023년에는 옷 처럼 생긴 건 하나도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작년을 정리하는 김에 큰 맘 먹고 구입을 하게 된 여러가지 옷 중 하나가 되었다. 말하자면 핑계들이 집약되어 있다. 필슨의 울 자켓은 잘 입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프렌치 워크 재킷 계열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생긴 옷. 프렌치 워크 자켓과 같은 생김새인데 울이다. 겨울 용이라 좀 넉넉한 사이즈를 샀더니 팔이 길어서 접었다. 몰스킨 워크 자켓은 사이즈 2인데 약간 작은 감이 있고 울 자켓은 사이즈 3인데 약간 큰 감이 있다. 프렌치 베스통이 손목 부분에 무심한 옷이 많은데 이 옷 역시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불편하지만 뭐 그려려니 싶긴 하다. 그리고 이쪽 스타일이 단추가 달려있다면 아마도 셔츠처럼 좁을 게 분명하다. 그런 놈들임...

 

이 옷은 프랑스 울을 사용했는데 우쌍이라는 섬에서 나오는 울이다.

 

왼쪽 아래 보이는 섬이 우쌍임. 건지, 저지 같은 익숙한 이름도 보인다. 

 

필슨과 같은 멜톤 울 계열인데 약간 특이한 게 푹신하다. 몰스킨도 트윌이나 데님에 비해 어딘가 푹신해서 공기층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데 이 울도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봐온 울 계열 옷과 다른 분위기가 있다. 몰스킨은 세탁하면서 푸석, 단단해지는 데 울은 세탁을 거의 하지 않을테니 이런 푹신 상태로 계속 갈 거 같다. 그런 덕분인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딴딴한 필슨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단추는 나무 단추인데 빨간 색. 약간 이상한 게 브라운 컬러에는 블랙 단추가 여분으로 들어있다는 데 그레이 컬러에는 그런 게 없다.

 

 

국내에서도 브라운 컬러 버전에 들어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음. 그레이 버전에 리페어 단추 빨간 게 하나 있기는 하다. 그래도 안 주니까 뭔가 아쉬움...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옷보다는 막 만든 옷을 좋아하고 감쪽같은 솜씨의 바느질보다는 두르르르 치고 어 이게 아닌가 다시 두르르르, 이러면 좀 더 튼튼해지려나 두르르르 이런 옷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도 이 옷은 문제가 좀 있다. 전통적 제조 방식의 울이라고 하는 데 털이 너무 날린다. 털이 날리는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전통인가... 양의 영혼이 흔적을 남기며 주변을 맴도는 거 같다. 아무튼 구멍난 오리털 잠바처럼 털이 날린다. 이게 뭔가 싶음. 그리고 따갑다. 옷을 뚫고 들어옴. 이너를 잘 입어야 한다.

 

이런 털 문제만 제외하면 상당히 매력이 있는 옷이다. 열심히 입으면 털도 좀 정리가 될까 싶기는 한데 분위기를 봐서는 어지간히 입는 거 가지고는 안될 거 같다. 일단 국내 기온을 고려하면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위여야 입을 수 있고 가능하면 영상일 때나 입는 게 좋다. 공기는 안 좋지만 오늘 예보가 최저 2도, 최고 7도인데 이런 날 적합하다. 넉넉한 사이즈라 안에 후드 다운 종류를 입어도 될 거 같다. 유니클로 심리스 같은 게 이런 데 쓸만하다. M-65나 피시테일 파카, 엘엘빈의 필드 자켓 등을 한국 겨울에 입을 방법은 안에다 다운을 두르는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올해는 이 옷의 잔털이 다 빠질 때까지 입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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