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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칼하트의 퀼티드 덕 액티브, J140 이야기

by macrostar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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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가장 많이 입고 있는 옷은 칼하트의 J140, 플란넬 라인드 퀼티드 덕 액티브 자켓이다. 이 자켓 이야기는 얼마 전에 간단히 한 적이 있다(링크). 노스페이스의 눕시와 비교해 본 이야기였는데 참고하시고..

 

 

뻣뻣한 덕 코튼에 안에는 솜 패딩이 갈려있다. 이 옷이 품고 있는 약간의 고급스러움이라면 거기에 플란넬이 덮여 있어서 추운 날 이런 옷을 입었을 때 흔히 느끼는 섬뜩함 같은 게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옷은 뭘 어떻게 해도 폼나고 멋진 구석은 전혀 없다. 특히 프론트 지퍼 위에서 후드로 이어지는 저 애매한 라인은 입을 때 마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능과 편의를 향해 아무 생각없이 직진한 그런 분위기의 옷이다. 

 

 

이 어색한 이어짐.

 

이 옷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원래는 디트로이트를 하나 장만해서 가지고 있는 초어 재킷과 초어 - 디트로이트 라인업을 구축할까 했는데 디트로이트가 요즘 인기가 좋아서 중고 시장에서 찾기가 어렵고, 있어도 비싼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조금 더 구하기 쉬운 초어 - 덕 액티브 조합이면 기존에 생각하던 걸 충분히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니면 숏 길이의 덕 트래디셔널도 생각하고 있긴 했다.

 

US 사이트의 원래 정가를 보면 레귤러 길이에 SML 사이즈라면 초어 재킷이 89불, 디트로이트가 89불, J140 덕 액티브가 99불로 덕 액티브 쪽이 그나마 가격이 높은데 이게 중고 마켓에 오면 디트로이트가 제일 비싼 거 같고 초어, 덕 액티브 순 정도인 거 같다. 인기라는 건 그런거지. 그렇지만 만그런 와중에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붙여 놓은 곳들이 굉장히 많다.

 

오래된 빈티지야 취향에 따라 갈리고, 90년대 중반까지 나왔던 US 제조 버전 역시 취향 말고는 그다지 차이가 없으니 꼭 가지고 싶다면 좀 비싼 듯한 가격이라도 딜을 해보겠지만 보통의 US 버전 초어, 디트로이트, 덕 액티브라면 4~5만원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보다 비싸면 그냥 기다렸다가 사이트에 나왔을 때 새 거 사는 게...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정가를 넘길 이유가 전혀 없음. 이렇게 딱히 변화없이 계속 나오고 20년은 거뜬히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싸게 들여오는 게 제일 낫긴 하다.

 

하지만 요새 저 가격에 구하려면 상당히 오래 잠복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가만히 보면 칼하트 중고가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지 않나 싶다. WIP의 존재, 본사 사이트에도 잘 나오지 않는 디트로이트, 어디선가 계속되는 칼하트의 인기(정말 인기가 있나) 등등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잘 안 감.

 

아무튼 한참 입고 다니다 보니 역시 막 입고 다니기 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 버전과 브라운 버전 사이의 촉감이 조금 다른데 염색약과 관련이 있는 건가 예상하고 있다. 덕 액티브와 초어가 약간 다른 노선을 타는 걸 수도 있고. 요새 기능성 옷이 보이는 그 가벼움 + 따뜻함과는 아주 먼발치에 떨어져 있는 옷이지만 바람 막고, 따뜻하고, 좀 쌀쌀하면 후드 뒤집어 쓰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끈질기게 추위와 싸워야 하면서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책을 찾아다니는 정도의 기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겨울철 도서관의 원고 노동자에게도 상당히 적당한 옷이다.

 

 

블랙과 브라운, 그리고 그외에 잘 보이는 그린이나 네이비 같은 어두운 톤이 지겨워서 뭐 다른 거 없나 종종 보는 데 칼하트의 저 빛나는 레드는 좀 부담스럽긴 하다. 그래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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