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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옷의 군더더기

by macrostar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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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라디오 녹음을 한 적이 있는데(링크)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우선 제목이 생각한 뜻과 많이 달라서 약간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한 내가 한 이야기를 듣고 저런 제목이 생각났다고 하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방송이란 한 이야기로만 말하는 거긴 하지만 아까운 옷의 본전을 뽑는다기 보다 옷이 간섭을 하지 않는 생활의 항상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가깝다. 생활이 평탄하게 쭉 지속이 되려면 옷에 대해 별 생각 없이 계속 입어야 하고 그러므로 옷도 편안하게 낡는다. 

 

아무튼 말한 이야기 중에 군더더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개인적으로 옷에서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을 군더더기라고 지칭하는 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옷의 군더더기라는 말은 불필요하게 붙어있는 걸 말하고 예를 들어 옷에 비해 쓸데없이 구하기 어려운 단추, 요상한 자수, 의미 없이 붙어 있는 주머니 모양이나 장식 같은 걸 말한다. 모두 옷의 정상 수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더해 군더더기라는 단어를 말하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옷의 어떤 부분을 말한다.

 

 

카라의 좌우 모양이 다르다. 옷을 잘 못 말려서 그런 것도 있고, 잘 못 걸어놔서 그런 것도 있다. 이건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옷의 군더더기다. 입고 나오는 날에는 왠지 신경이 쓰이고 종일 구부러진 한 쪽을 펴는 등 끊임없이 간섭을 하기 때문이다. 

 

데님 트러커는 그래도 좌우 비대칭의 문제가 옷 자체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프렌치 워크 재킷이나 고어텍스 하드쉘처럼 옷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극복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옷은 맨 위까지 잠그지 않으면 비대칭인 채 다녀야 하는 옷이 많다. 생긴 게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프렌치 워크 재킷은 근본이 셔츠에 가깝기 때문에, 고어텍스 하드 쉘은 근본이 비옷이므로 옷의 정확한 용도 활용을 위해서는 끝까지 잠그는 게 맞다. 즉 사실 이런 옷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이런 옷을 일상에서 입으려고 한 게 잘못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입고 다니고, 신경이 쓰이고, 그러므로 군더더기로 인식하게 된다. 물론 가장 좋은 태도는 이런 사소한 문제 따위 알게 뭐냐 하는 거다. 그게 맞다. 그러기 위해 수련을 하는 데 아직은 부족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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