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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티셔츠를 찾는 모험

by macrostar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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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옷 생활은 과정이자 결과다. 생긴 모습이든 컬러든 어딘가 거슬리는 옷을 입고 나와 하루종일 불편해 하는 등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실험의 과정이고 또한 그 실험은 지금까지 가지게 된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결과를 가지고 혹시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건 아닐지 탐색하는 일이다. 

 

 

물론 이 실험은 세상 모든 옷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저 멀리 어딘가에 가격도 적당하고, 나중에 바꿔야 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계속 발매가 되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을 지 몰라도 거기까지 가는 실험의 길에 지나친 비용이 든다면 도달할 수 없다. 재능은 있지만 발굴되지 못하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 어딘가에 완벽한 옷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달할 방법이 없는 완벽한 옷이란 유니콘처럼 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고 폄훼되고 윤색된다. 그리고 그 사이 바뀐 경험은 새로운 테이스트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이 과정은 끝이 없고 적당한 곳에서 멈춰 마음 속으로만 이게 제일 낫군 이라고 생각하는 유동적 긍정의 상태를 지속한다. 좋은 점이라면 딱히 좀 이상한 옷을 선택한다고 인생에 커다란 문제가 생기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좀 불편하거나 기분이 약간 다운되는 정도에서 멈출 뿐이라는 사실이다. 어차피 내일에는 내일의 옷을 입게 될테니 심각한 오류는 그때까서 바꾸면 된다. 게다가 과한 비용이 들어가는 실험이라면 가서 입어볼 수 있고 그걸로 조금 더 커다란 경제적, 시간적 피해를 막을 여지는 있으니까. 

 

아무튼 이것저것 입어보는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한동안 U의 두터움을 좋아했지만 그 색감에 질려있는 상황이고 요새는 AAA의 클래식 핏을 가장 선호하긴 한다. 그 골판지 같은 질감은 이걸 계속 입다보면 과연 무엇이 되려나 종종 궁금해진다. 호기심을 만들어 내는 옷이라면 그건 또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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