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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올해 글이나 강연을 통해서 자주 했던 이야기 중 하나를 잠깐 반복해 보자면 : 옷은 삶의 필수적 요소고 반드시 입어야 하지만 그렇게 마냥 입는 것에서 즐거움 혹은 그 비슷한 무엇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걸 분류해 보자면 멋진 옷을 입는다 ->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 혹은 자신의 단점을 극소화모르던 옷을 입는다 -> 새로운 면모를 발견 혹은 새로운 형태의 경험 여기까지가 아마도 패션의 영역이다. 하지만 옷으로서 만들어 내는 즐거움도 있다 일상복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 관리와 적용, 환경에의 대처에서 오는 즐거움옷이 닳고 낡아가는 걸 관찰한다 -> 개인화, 경년변화를 목격하는 즐거움옷의 장점과 단점, 특징을 관찰한다 -> 뭔가를 만든다는 측면을 느끼는 즐거움 이외에도 마지막 뭔가를 만든다는 측면과 일맥상.. 2018. 10. 8.
2019 SS, 옷에 인간을 가둬놓는 방식에 대해서 마이웨이를 걸으면서 옷에 인간을 가둬놓는 사람들이 있다. 또 럭셔리를 풍자하거나, 아이러니를 붙잡아 올리기도 한다. 이것들은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비인간을 지향하고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을 우습게 보면서 동시에 그런 태도를 럭셔리로 판매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계속 럭셔리, 하이 패션 그 자체를 조롱과 과장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런 태도를 하이 패션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비싼 걸 놀리는 비싼 거라는 모순은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조롱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최선의 유머이기도 하고 최악의 유머이기도 하다. 이건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쓴 적 있지만(링크) 무너짐을 이용해 찰나의 순간에도 돈을 번다는 점은 굉장한 생명력을 보.. 2018. 10. 2.
환절기를 넘기는 어려움 매년 9월, 10월이 조금 힘들긴 하다. 3/4분기를 넘어섰고 해는 거의 끝나간다. 뭘 시작하려고 하면 다음해가 될 거다. 또 추웠다가 따뜻해지는 것과 더웠다가 추워지는 것 사이의 차이도 있다. 게다가 가을에는 명절도 있어서 어쩌고 하다보면 추석이라고 며칠 지나가 버리고 그러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항상 이맘 때면 비정상적인 쇼핑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민하던 걸 막 질러댄다. 이맘 때 날씨는 온도가 매일같이 떨어지면서도 일교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옷을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완전히 커버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뭔가 모자르다는 생각, 뭘 가지고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등등의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경제적으로 힘들면 양말이라도 산다. 그러고는 낙담한다... 2018. 10. 2.
이 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 안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 시즌이 지났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던 것들을 여러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 방식을 내놨고 이제 어느덧, 혹은 아마도 표면적 통합 방식에 대한 접근은 마무리 단계인 거 같다. 물론 이런 식의 결합이 옳은 건가 같은 건 의미가 별로 없다. 패션에 그런 게 있을리가 있나. 보는 사람들을, 사는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맨날 입고 다니는 게 왜 저기에는 없을까 혹은 맨날 입고 다니는 걸 저기서 팔면 좋지 않을까 혹은 다른 생각 등등에서 시작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각자의 방식이 이제는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이 다음은 완성도를 높이든가, 또 다른 방식을 시작해 보든가, 이미 제시된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 2018. 10. 1.
셀린느(Celine)란 과연 무엇일까 셀린느란 과연 무엇일까. 원래 CÉLINE였는데 에디 슬리먼이 들어가면서 CELINE라고 바꿔버리는 바람에 귀찮아서 CELINE라고 쓰면서 마음 한편에 어떤 부담을 가지고 있던 건 없어졌다. 그리고 참고로 셀린이라고들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셀린느로 쓰는 이유는 수입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셀린느라고 쓰기 때문이다. 아무튼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에 들어가서 첫번째 쇼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예상했을 바로 그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맨날 하던 걸 또 했다. 버버리에 들어간 리카르도 티시나 루이 비통 남성복에 들어간 버질 아블로 같은 사람들과도 다르다. 이분은 언제나 그랬듯 디올 옴므, 생 로랑, 셀린느까지 자신의 길의 연장선을 늘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셀린느는?이라고 물어볼 수.. 2018. 9. 29.
필슨의 울 재킷들 사실 필슨 옷을 좀 좋아하긴 한다. 상당히 이상한 옷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날씨에는 꽤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데 그 괴리감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상하게 비싸지만 또 납득할 만 하다. 대를 물려 입는다고 하는데 그런 게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고 하여간 갖고 있는 옷들 중에 죽을 때 생각나는 옷이 뭘까 하면 필슨 매키너 크루저가 아닐까 싶다. 저 옷을 두고 죽어야 하다니 안타까워... 이런 느낌. 요새는 라벨이 까맣게 나오고 작은 사이즈 택 혹은 스타일 택도 붙어 있지 않다. 옷이 빨간 색이면 라벨이 흰색인 걸 보면 흑백 두 가지 만들어 놓고 옷에 맞춰 쓰는 게 아닌가 싶다(링크). 반짝거리는 베이지 톤 라벨을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가끔 다이아몬드형도 볼 수 있다. 안에 태그를 보면 STYLE 혹.. 2018. 9. 28.
포터의 가방에 대해 생각해 본다 포터는 이름이 무척 많다. 요시다 가방, 헤드 포터, 비 지루시(빔스와 콜라보로 만든 회사) 등등 다양해서 검색하기 꽤 힘들다. 가방 종류도 무척 많다. 요시다 가방 홈페이지에서 브리프케이스를 검색해 보면 세상에 서류를 담을 가방 종류를 한 회사에서 이렇게 여러가지고 다양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는걸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잠기게 된다. 콜라보도 엄청 많이 한다. 한참 전에 포터라는 가방 회사를 알고 오래됐고 핸드 메이드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가방을 손으로(물론 재봉틀) 만드는 걸까. 폴리에스테르 가방이 왜 저렇게 비싼가. 하지만 나일론이라고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다. 예컨대 핸드 메이드라고 하면 면, 울, 가죽 같은 예전의 소재들이 떠오른다. 그런.. 2018. 9. 27.
2018년 여름 일상복 생활의 정리 아직 반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꽤 보기는 하는데 나는 이미 불가능하다. 추워. 연휴 마지막 날이고 해서 살짝 옷을 정리하며 2018년 여름의 일상복 생활을 정리해 본다. 올해 여름 일상복은 2017년과 상당히 판이하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했다. 2017년의 경우 주로 폴로 티셔츠를 입었었다. 유니클로 단색이나 바스티앙 콜라보를 아주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이 있어서 그걸 메인으로 하고 좀 갑갑한 날에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하지만 올해는 폴로 티셔츠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거 같다. 메인은 반소매 버튼 셔츠. 4개 정도를 줄창 입었고 역시 비슷한 이유로 가끔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버튼 다운을 주로 구입한 이유는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대충 입을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인데 다림질을 하면 확실히.. 2018. 9. 26.
마이클 코어스가 베르사체를 샀다 마이클 코어스 홀딩스가 지아니 베르사체 S.p.A.를 사들였다(링크). 21억불 정도(=Euro 1.83). 마이클 코어스, 티파니 등과 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결국 마이클 코어스다. 그리고 마이클 코어스 홀딩스는 이 매입 이후 카프리 홀딩스 리미티드로 이름이 바뀌었고 베르사체 패밀리가 이 회사의 주식 150 million 유로어치를 취득했다. 어쨌든 얽혀 있고 앞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르사체의 매장 확대, 온라인 확대 계획도 발표되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대중적으로 잘 팔리고 있다지만 좀 더 하이엔드 패셔너블 개척을 계획하고 있는 마이클 코어스 쪽과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 같다. 베르사체도 한계가 명확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사실 양쪽 다 네임 .. 2018. 9. 26.
영화 맥퀸을 보다 영화 맥퀸을 봤어요. 왠지 이렇게 시작해야 할 거 같군요. 어쩌다가 시사회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10월 중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요.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광기에 휩싸인 막무가내의 인간에 관심이 있다면, 요절한 천재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동, 하는 짓, 그리고 인생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에 매우 적합한 사람이긴 합니다. 맥퀸이 201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따지고 보면 10년이 지나지 않았죠.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흐릿한 예전 비디오 녹화 영상들처럼 꽤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8년 사이에 참 많은 게 변했습니다. 사실 영화에 모르는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글과 사진으로 봤던 걸 영상으로 보는 정도. 다만 실업 급여를 꽤 오랫동.. 2018. 9. 21.
멋대로 입기, 청유와 결심 예를 들어 "내가 맘대로 입고 다니는 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더라, 여러분도 그렇게 입어라"와 "나는 이제 마음대로 입고 다니겠다"는 다르다. 물론 앞은 청유고 뒤는 결심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거 말고도 이 둘 간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 우선 후자의 상황을 예상해 보면 사회적으로 마음대로 입고 다니지 못한다 -> 극복할 거다가 있다. 또는 사회적 압박이 크진 않지만 내면의 규율이나 트렌드에 종속 같은 경우도 있다. 내면의 규율은 은근한 사회적 압박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에 둘은 연결이 되기도 하지만 완전 연결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양쪽 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그러므로 결심을 했다. 맘대로 입어도 되는 사회, 여건에서 저런 결심을 할 일이라고는 혼자 세워놓은 거대한 룰에 종속되어 있는 경우 .. 2018. 9. 20.
노스페이스 눕시, 샤이니 블랙 요새 노스페이스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는데 역시 이번 겨울 옷을 테크 웨어 계열로 갈 생각이고 그쪽이라면 노스페이스 밖에 가지고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늙은 노페 옷들에게 새 생명을... 얼마 전에 눕시 후임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한 적이 있다(트위터였나? 못찾겠음). 사실 뭐 급한 일은 아니었고 눕시는 최근 십여 년 간 오직 라이닝 용으로만 썼지 바깥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있는 것도 구멍만 메꾸면 별 문제없이 쓸 수 있기는 했다. 아무튼 슬슬 찾다가 적당한 게 나오면 구입해야지 했는데 역시 찾기 시작하니까 금방 나와버렸다. 잠깐 고민했지만 이런 건 막상 필요할 때 찾으면 또 없기 마련이다. 왼쪽이 올디스 오른쪽이 뉴비. 나온 연도는 더 오래됐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아.. 2018.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