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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야트의 투타, 커버올 타이야트(Thayaht)는 1900년대 초반 이태리 미래파 운동에 참여했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에르네스토 미카헬레스의 가명이다. 그는 1919년 저렴하고, 바느질과 재단이 쉽고, 원단 낭비가 최소화되고,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 적합한 유토피아적 의류로 투타라는 커버올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역 신문에 재단 및 재봉 지침을 개제해 누구나 만들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투타는 커버올, 점프 슈트의 초기 개념을 제시했지만 처음 등장한 건 아니었다. 앞치마, 덧옷에 가까운 옷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170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었고 특히 1917년 영국 해군은 시드콧 플라잉 슈트를 개발했다. 세 겹으로 되어 있는 이 옷은 하나는 버버리의 개버딘, 또 하나는 모피, 마지막은 실크로 이뤄져 임무 중 저온에 대비.. 2024. 7. 9.
반스 44DX의 문제점 반스의 오센틱 모델은 적어도 하나는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하다보니 최근에는 좀 많이 가지고 있음. 그런데 요새 발에 신경 염증이 좀 도져있는 상태라 연속으로는 못 신고 이틀 신으면 좀 푹신한 거 신고 하는 상태다. 예전에 그냥 오센틱을 사서 신었는데 온통 찢어지고 엉망이 되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웃솔이 닳아서 물이 들어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건 안되겠다 하고 있다가 애너하임이 할인을 하길래 44DX를 구입했고 이건 기존 오센틱보다 더 괜찮아서 이걸 좀 많이 확보해 놓게 되었다.  44DX와 기존 오센틱은 겉으로 보면 똑같은데 뒤가 네 줄임. 볼트는 스웨이드 같은 게 덧붙어 있다.   하지만 기존 오센틱은 아이스버그 그린 같은 색이 종종 나온다. 이 색 마음에 들어서 재고 있을 때 사놓고 싶지만 위에서.. 2024. 7. 4.
헨리 넥의 헨리 헨리 넥에 대한 걸 좀 찾다가 헨리 넥의 헨리는 대체 누굴까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되었다. 롱 존스와 관련이 깊은 미국 내복 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래는 영국이었다. 아무튼 헨리 넥의 헨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 이름이다. 헨리-온-템즈(Henley on Thames)는 런던 서쪽 템즈강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도시로 2021년 기준 인구가 12000명 정도 되는 곳이다.  일설에 의하면 헨리 넥은 원래는 잠옷으로 이용되는 옷이었다. 아마도 울이나 그런 걸로 만들었을 거다. 그러던 중 19세기 조정의 중심지였던 헨리 온 템즈에서 1839년 헨리 로열 레가타가 처음 개최된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지금도 열리고 있는 대회다. 이 전에도 옥스퍼드 - 캠브리지 경쟁전 등이 저기에서 열렸는데 저 해에 정.. 2024. 7. 4.
카시오의 5600BJ와 MQ24 시계에 대해 별 생각은 없다. 좋은 시계들 세상에 참 많네... 참 비싸네 정도. 딱히 열망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워낙 익숙해져서 그런지 손목 한 쪽에 시계가 있는 게 편하다. 이런 경우 적당한 게 카시오다. 타이맥스와 스와치도 써 봤지만 둘 다 인상이 별로였다. 일단 시끄럽다. 자려고 누워 있으면 우렁찬 초침 소리가 들리고 그게 신경 쓰여서 어디 서랍에다 넣어 두면 초침 소리가 만드는 진동이 느껴짐. 그리고 타이맥스는 한 번 박살을 내봐서 그런지 튼튼함에 대한 신뢰가 낮다.   지금 사용 중인건 지샥 5600BJ와 소위 수능 시계 MQ24 두 가지다. 여름에는 5600BJ, 겨울에는 MQ24를 쓴다. 원래는 5600BJ를 일년 내내 썼는데 이게 좀 두껍.. 2024. 7. 3.
장마와 슬라이드 장마 시즌에 선택할 수 있는 신발로 레인 부츠 류와 슬라이드 류가 있다. 레인 부츠 류를 선택하는 건 양말 조차도 뽀송뽀송하게 유지하려는 열망의 반영이고 슬라이드 류를 선택하는 건 맨발도 다 물과 하나가 되게 만들고자 하는 열망의 반열이다. 레인 부츠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크록스 이야기(링크)를 하면서 잠깐 한 적이 있고 오늘은 슬라이드. EVA 슬라이드 혹은 샌들. 지금 가지고 있는 슬라이드는 갭이다. 정가가 1만원인가 뭐 그러하고 세일 같은 거 하면 더 싸진다. 뭔가 퉁퉁, 둥글둥글한 샌들이다. 장마 시즌에 이런 신발을 신는 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1) 물에 젖은 신발 안쪽 면 위에서 발바닥이 돌아다니게 되는 데 이게 미끌거려서 좀 위험하다. 내리막이나 비툴어진 바닥면에서 신발은 멀쩡히 있는데 .. 2024. 7. 2.
Dry Goods, Dry Alls 예전 옷 관련 용어로 종종 드라이 굿즈라는 단어를 볼 때가 있다. 사실 그렇구나 하고 있다가 몇 년 전 휴먼 메이드 옷에 툭하면 적혀 있는 드라이 올즈가 무슨 뜻일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드라이 올즈의 뜻은 아직 모른다. 보통 그렇듯 별 거 있겠어... 가 생각이긴 한데 아무튼 드라이 굿즈.  드라이 굿즈라고 하면 건조 식품이 떠오르는 데 사실 용어의 유래는 영국의 직물 무역이라고 한다. 직물을 말하는 용어였다가 18세기 중반 외딴 지역에서 물품과 직물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사용했고, 이런 상점들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상품을 판매했고 20세기 초 카탈로그 판매와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쇠퇴하게 된다.  현재 이 용어의 용도는 영국과 미국이 약간 다르다. 영국에서는 건조 식품을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섬.. 2024. 6. 30.
칼하트의 지퍼 풀러 칼하트의 옷이라면 왠지 옷에 따라 같은 규격 지퍼를 사용해 호환이 될 거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게 시대별 차이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아래는 덕 퀼트 후드, 위 왼쪽은 레인 디펜더 써멀 후드, 위 오른쪽은 덕 써멀 후드다. 덕 퀼트는 현행 전 미국 제조, 레인 디펜더는 현행 멕시코 제조, 덕 써멀은 구형 미국 제조. 구형 미국은 실로 구형 같은 동그랗고 얇은 브라스다. 퀼트와 디펜더는 같은 사이즈인데 퀼트 쪽이 두껍고 뒷면에 줄을 그려놔서 잡을 때 밀리지 않도록 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브라스 음각이라 실제적 효용이 있는 건지는 의심이 된다. 가만 보면 후드 끈도 다 다름. 칼하트의 전형적인 이 커다란 지퍼 풀러는 장갑을 낀 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너무 크고 넙적해서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2024. 6. 29.
더스터 코트, Dusters 더스터 코트는 먼지를 막는 가볍고 헐렁한 긴 코트를 말한다. 하지만 더스트 코트를 찾아보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일단 미국 기병대가 먼지를 막기 위해 입었던 밝은 색 캔버스나 린넨으로 만든 코트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1950년대 영국의 청소원이 모래 먼지를 막기 위해 입었던 코트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더스터 코트는 이름이 이미 먼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어디에 쓰는 옷일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뭐든 가져다 붙이면 된다. 먼 옛날 모래 먼지를 막기 위해서 모포를 뒤집어 썼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따라했다면 그게 더스터 코트일 거다. 그러므로 더스터 코트의 역사는 이게 정설!이라고 말할 만한 건 없다. 서로 다른 옷을 같은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몇 가지 역사를 근거로 재해석되는 더.. 2024. 6. 28.
지속가능한 패션은 지속이 가능한가 이 내용은 저번에 낸 책(링크)에 있는 이야기지만 요약판. 1. 지속가능한 패션은 패션이 만들어 내는 환경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옷을 생태계 안으로 밀어넣어 보자는 시도다. 생산, 사용, 폐기의 사이클에서 폐기된 걸 생산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재활용, 재생산, 업사이클링 등의 방식이 있다. 2. 패션이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새 옷을 사지 않는 거다. 사실 이미 세상에 있는 옷만 가지고도 어케어케하면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면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사라진다. 패션 산업으로 먹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봐도 이건 좋은 답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산업은 재활용 섬유, 업사이클링 등의 방식으로 새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길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 또한 .. 2024. 6. 27.
여름 셔츠 본격적인 여름이 왔다. 티셔츠와 반바지의 계절이다. 특히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 고프코어와 캠핑코어 트렌드 등 편안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패션이 주류를 점령해 가면서 티셔츠와 반바지, 스니커즈는 여름 패션의 핵심이 되었다. 덕분에 포멀 웨어, 비즈니스 웨어 계열의 버튼 셔츠와 슬랙스, 넥타이, 가죽 구두 등 점잖고 우아한 전통적 의류들은 자리를 잊어버린 듯 했다. 이건 단지 기분만이 아니다. 코로나 판데믹 기간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는데 비대면 근무 등이 늘어나면서 정장 류를 입을 일도 줄어들었고 그런 결과 많은 남성복 브랜드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사실 이런 흐름이 현대 패션의 주요 방향이기도 하다. 기존의 남성 패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격식이나 품격 같은 형식성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2024. 6. 26.
패션은 그렇게 엄정한 세계가 아니다 패션은 그다지 논리적으로 엄정한 세계가 아니다. 거의 모든 게 다 임시적이고 임의적이다. 예전의 기능성 옷들이 재미있는 건 약간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충 떼우는 임기응변의 흔적이 눈에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젖는 게 문제다, 합성 섬유를 붙이자. 주머니가 모자란데, 빈 곳에다 붙이자. 엘보가 자꾸 해진다, 덧대자. 그래도 해지는데?, 더 두꺼운 천을 덧대자. 거의 이런 식이다.  서브컬쳐에서 많은 일상 의류, 기능성 의류를 가져다 쓴다. 모즈는 왜 피시테일을 입었나, 헬스 앤젤스의 바이커 컷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1920년대 뉴욕의 오버올스 클럽은 어쩌다가 오버올스를 입었나. 대부분 논리적 귀결로 도달한 게 아니다. 입던 옷, 주변에서 보이는 옷, 영화에서 본 옷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 2024. 6. 26.
패션쇼, 고양이, 디올 새 시즌 컬렉션이 나오면 가능한 동영상으로 보는 편이다. 사실 이번 시즌 무슨 옷을 냈나 보려면 사진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고 인식도 잘 된다. 하지만 패션쇼는 옷을 넘어서 있다. 음악과 리듬, 모델의 걸음 걸이와 속도, 배경 등이 함께 새 시즌 패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휙휙 지나가니까 옷은 잘 안 보일 지 몰라도 이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게 있다. 또한 이번 퍼렐 윌리엄스의 웅장한 가스펠처럼 사진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 볼 수 있다면 이미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혼자 앉아서 동영상으로 15분에서 20분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꽤 지겨운 것들이 많다) 현장이라면 몰입감을 더 키울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런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만.. 2024.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