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 12:03

퀼트, 즉 누빔이라는 건 아주 오래된 보온 방식이다. 누구나 추워지면 옷감 사이에 뭔가 넣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고대 이집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퀼티드 재킷이라는 건 얇은 나일론 다이아몬드 패턴에 합성 소재 보온재를 넣고 가장자리와 칼라가 코듀로이 같은 걸로 되어 있는 옷을 말한다.

 

 

 

이것은 라벤햄의 덴햄 재킷. 

 

 

딱 이렇게 생겨서 장르가 독립된 건 그다지 역사가 오래 된 건 아니다. 아우터로서 이 옷의 애매한 용도 만큼이나 이 옷의 역사도 꽤 애매하다. 퀼티드 재킷은 허스키 재킷이라고도 부르는 데 이런 옷을 처음 내놓은 게 허스키라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 비행사로 복무하다가 1960년에 눈에 이상이 생겨서 전역을 하게 된 스티브 구이라스라는 분은 이제 먹고 살려면 사업을 해야겠구나 결심을 한다. 이분은 펜실베니아 출신의 미국인이지만 영국 매니아였기 때문에 영국적인 뭔가를 하고 싶었고 부인 에드나와 함께 영국의 서퍽의 토스톡으로 이주했다. 거기서 허스키라는 이름으로 말 라이딩 센터를 열고 또 허스키라는 이름으로 사냥이나 말을 탈 때 입을 옷을 만든다. 그게 허스키 재킷이다. 1965년에 나왔다.

 

 

 

처음 버전은 올리브와 네이비 두 가지 색만 내놨다고. 왜 허스키냐 하면 기르던 강아지가 허스키였기 때문이다.

 

 

 

허스키다.

 

 

이런 옷을 클럽의 동료들이 입고, 영국의 왕실에서 입고(인기를 끌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과 유럽의 왕실, 귀족, 유명인 등등이 입고, 모두들 입게 되었다. 사실 이 과정이 어딘가 석연치 않게 보이는데 아무튼 그래서 1980년대부터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 즈음은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퀼티드의 때늦은 대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원래 까끌까끌한 파일 재질의 내피를 쓰던 미군의 야전 상의도 M-65부터 부드럽고 가벼운 퀼티드 내피로 바뀐다. 이름에 파일 라이너 시절에 붙어서 퀼티드로 바뀐 이후에도 깔깔이로 남아있다는 설이 있다. 또 역시 서포크에 있던 라벤햄은 1969년에 처음으로 퀼티드를 가지고 말용 보온 덮개를 내놨다.

 

 

 

이걸 만들다가 사람용 퀼티드 재킷도 내놓게 된다.

 

 

바버는 1979년에 처음으로 내놨다고 한다. 인기의 급상승을 알아채고 원조까지는 아니어도 오랫동안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할 만한 끝 부분에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유명한 제품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허스키 재킷은 나일론 100% 겉감에 폴리에스테르 보온재다. 라벤햄은 폴리에스테르 100% 겉감에 폴리에스테르 100% 보온재를 100g 넣었다고 적혀 있다. 바버의 경우엔 100% 폴리아미드 겉감에 폴리에스테르 100% 보온재다. 폴리아미드는 나일론을 말하는 거니까 허스키와 가장 가까운 건 바버다.

 

보통 폴리에스테르보다 나일론이 훨씬 비싼데 그렇다고 전부 다 나일론을 쓰면 좋다! 이렇게는 말하기가 어렵다. 예전 MA-1 같은 건 겉감도 나일론이기는 했는데 아무튼 폴리에스테르는 딱딱하고 거칠기 때문에 겉감에 많이 쓰고 나일론은 부드럽기 때문에 안감에 많이 쓴다. 라벤햄을 보면 겉감이 폴리에스테르인데 좀 더 단단한 느낌이 나겠지만, 더 싸고, 별로 안 예쁘고(이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현대적 그러니까 요즘 옷 느낌이 더 난다. 

 

라벤햄과 바버는 2인치 다이아몬드 퀼트라고 적혀 있다. 아무튼 이 세 브랜드 모두 격자 줄 맞추기를 꽤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라벤햄의 경우 안감에 말 프린트인가가 찍혀 있다.

 

 

미국인이 영국 전통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 낸 허스키는 그 이후로도 역사가 재미있는데 1980년대가 되면서 구이라스 부부는 미국으로 돌아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영국 골동품 상점도 운영하다가 1990년대에 이태리 사업가에게 브랜드를 팔았다. 그러므로 지금 나오는 허스키는 본진이 이태리다.

 

 

사실 이 옷은 저온다습의 겨울을 가진 유럽 기후에서 운동할 때나 맞지 여기서는 특히 아우터로는 사용 시점이 아주 애매한 옷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1930년대에 이미 나온 다이아몬드 퀼트의 다운 재킷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게 아닐까 싶다. 뭐든 다 있고 나서야 잠깐의 용도에 맞춰 입기 위해 찾을 만한 그런 옷이다.

 

방상 내피랑 보온력과 착용감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아우터의 내피로 활용하거나, 실내용으로 입거나, 환절기 막바지에 입는다. 이렇게 애매하고 아무래도 군대 때문인지 멋진 이미지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발상 자체가 매우 쉽고 가볍고 편안하기 때문에 또한 방대하게 사용된다.

 

 

 

내피 종류는 요새도 수많은 변형들이 오픈 마켓 등에서 방대하게 팔리고 있다.

 

 

 

할머니들이 엄청나게 많이 입는 누빔 재킷도 전국에서 볼 수 있다. 

 

 

 

단독 장르의 옷 치고 커버리지가 무척이나 넓다.

 

 

요새도 영국 왕실 등에서는 요새도 잘 입는 거 같다.

 

 

 

퀸 엘리자베스는 종종 퀼티드 재킷을 입고 나타나 영국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위 제품은 데벤햄스에 나온 건데 70파운드 정도라고.

 

 

 

이건 바버라고 한다. 사실 무명씨, 유명씨, 이제 막 나온 브랜드부터 역사를 자랑하는 헤리티지 브랜드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옷이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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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덕동보헤미안

    할머니의 누빔자켓을 보니 뭔가 괜히 그리운 느낌이네요. 그만큼 동서양, 연령, 인종을 가리지 않는 그런 옷인것 같습니다.

    2019.10.17 22:0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