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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랄프 로렌의 2026 SS

by macrostar 2025.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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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의 패션 왕국은 꽤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우선 다중 레이블로 오랜 시간 브랜드를 운영했기 때문인지 정말 없는 게 없다. 별 게 다 있음. 아카이브, 빈티지를 뒤적거리는 사람들에게 랄프 로렌의 옷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다. 여기에 더해 별 게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다 비슷비슷하다. 약간 모순적이지만 실제로 그렇다. 경계가 상당히 확실한 컬러 팔레트와 소재 레인지, 가공 방식이 어떤 상황에서도 이 옷은 랄프 로렌이라는 걸 말해준다. 이런 시그니처한 아이덴티티는 장점 혹은 한계이긴 하다. 또한 브랜드 간 위계가 상당히 명확한 편이다. 큰 고민 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랄프 로렌 퍼플 라벨 : 옷 좋아하는 부자

랄프 로렌 컬렉션 : 부자, 디너 파티

폴로 랄프 로렌 : 대학생, 졸업생, 하지만 1960년대 고정판

더블 알엘 : 목장주 로망이 있는 옷 좋아하는 사람

RLX : 약간 전문적인 느낌이 나지만 전문적이진 않은 운동복

 

이외 예전 브랜드, 혹은 재야 브랜드

폴로 럭비 : 운동 좋아하는 대학생, 고등학생

폴로 진스 : 중학생, 고등학생

 

대충 이런 식이다. 이중 컬렉션을 선보이는 건 남성복 퍼플 라벨과 여성복 랄프 로렌 컬렉션이다. 랄프 로렌 컬렉션과 폴로 랄프 로렌을 입는 사람은 말하자면 부모와 자녀 관계 정도로 아주 가깝겠지만 사실 패션이라는 이미지로 보면 갭이 상당히 크다. 여기서 이미지의 충돌이 발생한다. 나이를 먹으며 환골탈퇴하듯 패션에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하나의 이름으로 그걸 다 커버하려는 건 다른 문제다.

 

그런데 폴로 랄프 로렌의 아이비, 프레피 룩이 일본에서 세련된 어른의 룩으로 탈바꿈을 하고 이게 미국으로 역수출되면서 이게 한층 더 복잡해졌다. 랄프 로렌에 폴로의 더 좋은 버전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영역의 옷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년대 들어 스트리트 웨어 붐 이후 아이비와 프레피 룩이 유럽의 메인스트림 패션으로 올라오면서 미우미우, 프라다, 디올, 드리스 반 노튼 같은 브랜드에서 폴로 랄프 로렌에 나온 옷을 고급 패션화한 듯한 옷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디올

 

 

미우미우

 

 

셀린느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랄프 로렌에서 오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다면 랄프 로렌은 뭐하고 있지? 이런 상황이 된다. 어떻게 보면 폴로가 큰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게 미우미우는 저지 폴로 셔츠를 150만원에 팔고 있고 그것도 없어서 난리였는데 랄프 로렌의 수많은 컬렉션 라인 속에는 이런 게 들어갈 자리가 없다. 물론 폴로 랄프 로렌의 입장에서는 미우미우가 지금은 아무리 팔아도 도달할 수 없는 글로벌 그물망과 매출 레벨에 올라가 있으니 알게 뭐임 이럴 수도 있겠다. 

 

 

이번 랄프 로렌 컬렉션 2026 SS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온통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이뤄져 있다는 거다. 네이비, 실버 이런 것들이 조금씩 섞여 있긴 한데 끝나고 나면 흑백만 생각이 남. 그것도 차가운 느낌의 톤으로 미니멀함과 고저스함을 함께 싣는다. 여기에 레드가 포인트로 들어가는 데 총 50룩 중 완전 레드가 5룩이다. 평균적으로 블랙 앤 화이트가 9벌 지나가고 나면 레드가 하나 갑툭튀한다는 의미. 뭐랄까... 지나치게 도식적이라 할까 싶지만 그렇게 규칙적으로 나오진 않고 앞 부분에 레드가 우르르 나왔다가 중간에 슬쩍 나왔다가 마지막에 하나 나오고 이런 분위기로 흐른다. 그것마저 정형화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랄프 로렌 컬렉션은 그러므로 어른의 옷이다. 미국 어른, 디너 파티. 세상이 어떻든 꾸준히 끌고 가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이 수요층이 상당히 탄탄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런 미국의 측면도 대단한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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